인도 출신의 간 전문의 시리악 애비 필립스Cyriac Abby Philips 박사는 오래전부터 아유르베다Ayurveda의 위해성을 고발해오고 있다. 아유르베다는 영성과 얽혀 있는 고대의 관념 체계로, 질병을 잘못 이해하고 약초·광물·동물의 배설물로 만든 불완전한 혼합물을 치료제로 제시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혼합 약물’은 우리 몸의 주요 해독 기관인 간을 크게 해칠 수 있다.
필립스 박사를 찾아온 14세 소녀의 간 조직을 본 병리학자는 “이건 하루에 술을 여러 잔, 수십 년 마신 사람에게서나 나타날 법한 간 손상이다.”라고 단정했다고 한다. 겨우 14세인 소녀가 오랜 알코올 중독자일 수가 없는데, 어떻게 이런 간을 가지게 됐을까? 그 소녀는 어린 시절 잦은 발작으로 항경련제를 복용했다고 한다. 딸아이가 약을 너무 많이 먹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약의 부작용을 걱정하던 부모가, 더 자연적이고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아유르베다를 찾았다. 그 소녀가 먹은 ‘약초제’를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항경련제 성분인 클로나제팜, 휘발성 산업용 용매가 들어 있고, 알코올 틴크로 만들어서 알코올 함량이 26%나 됐다. 간이 망가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유르베다는 ‘생명의 과학’이라는 뜻으로, 신들로부터 전해졌다고 전해지는 고대 인도의 치유 체계이다. 이 구전 지식은 세 권의 고대 문헌으로 남아 있으며 오늘날에도 실무 지침처럼 사용된다. 미국 UCSF에서 의대생들에게 아유르베다를 강의하기도 한 아유르베다 전문가 리니타 말호트라 호라가 쓴 『Ayurveda: A Holistic Approach to Health』라는 제목의 해설서는 과학 기반 의학과는 전혀 다른 판타지 소설에 가깝다: 몸에는 오자스ojas라는 생명력이 흐른다. 우주는 공간·공기·불·물·흙의 다섯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요소들의 진동이 소리를 전달한다. (팩트: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두 요소가 결합해 도샤dosha라는 체질이 만들어지며, 이것이 성격·외모·체질을 결정한다. 이는 전통 중국의학이나 고대 그리스의 4체액설과 유사한, 단순화된 질병 이론이다. 현대 과학은 이런 개념들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아유르베다는 도샤의 불균형을 변 색깔이나 맥진으로 진단한다고 설명한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치료법 역시 기이하다. 명상·요가·마사지·관장부터, 금속·광물로 된 치료용 보석, 거머리, 각종 탕약, 심지어 구토 요법 등이 포함된다: 암 치료에 방혈·하제, 비둘기·산비둘기 배설물 찜질, 결핵 치료에 아름다운 여성 쳐다보기, 당뇨 치료에 보리 먹인 코끼리 배설물을 케이크에 섞어 먹기 등. 과학 이전 시대에는 질병을 오해하고 자연의 무한한 치유력을 믿었다. 문제는 과학에 의해 수정되지 않은 채 전통이라는 이유로 현대까지 지속될 때 발생한다.
전통적이거나 자연적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자연에는 비소, 수은, 납 등 중금속과 다양한 해로운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인도와 미국 등에서 판매되는 190여 개 아유르베다 제품의 5분의 1에서 중금속이 검출됐고, 대부분이 안전기준치를 초과했다. 오염 원인은 제조 과정에서의 오염·불순물, 약초 자체에 포함된 간독성 성분, 여러 약초 혹은 처방약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일부 농약·의약품 성분의 불법 첨가 등 다양하다.
매일 복용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황달 등 증상이 나타난다. 복용을 중단하면 대부분 회복되지만 심할 경우 간 이식까지 필요하다. 아유르베다의 ‘약초’는 건강식품 시장에서도 널리 팔린다. 한 예로, 아슈와간다ashwagandha는 연간 약 7,000톤이 소비되는데, 효능이 확실히 증명된 적은 없다. 필립스 박사는 오염되지 않은 정상 제품에서도 아슈와간다의 성분인 위타놀라이드가 간 손상을 일으킨 사례를 보고했다. 특히 남성들이 주로 복용하는 '웰니스·보양' 제품에 위험한 조합의 약초가 많고, 남성은 음주율도 높아 간 손상 위험이 더 커진다. 면역저하 환자에게까지 아유르베다를 권장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인도에서 아유르베다는 국가적 위상을 갖고 있다. 아유르베다·요가·유나니·싯다·동종요법의 머리글자를 딴 아유시AYUSH 부라는 전용 부처가 있으며, 과학 기반 의학을 감독하는 위원회와는 별개로 자체 규제기관을 갖추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보호하는 평행 의료 체계이다.
자연·전통이라는 말에 속지 말아야 한다. 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약뿐 아니라 복용 중인 모든 약초·보조제도 물어봐야 한다. 이것들은 단순한 플라시보가 아니라 규제 받지 않는 약물이기 때문이다. 일반 의약품에서 중금속이 검출된다면 판매가 즉시 중단되지만, 전통·천연이라는 이유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 특히 간 건강이 위험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