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를 동반한 나의 삶
변승욱(변상오)
6.25전쟁은 보통시민들에게는 평온한 일상생활에서 얼떨결에 맞이하여 상상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의 후유증으로 70년 넘게 살아왔기 때문에 어굴하고 분통 털질 일이다
6.25 전쟁후로 태어난 사람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대사 지금도 아픈 과거로서 아로새겨져 있고 현재에도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6. 25 전쟁이 나와 우리 가족의 삶 역시 송두리 째 바꿔 놓았다.
내가 태어난 1957년은 6.25 전쟁의 후유증과 상처가 아직 채 아물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 허덕이던 때였다. 한반도의 허리를 잘라 놓은 6.25 전쟁은 우리 가족에게도 커다란 불행을 가져다주었다.
6.25전쟁으로 인하여 전 국토가 폐허 속에서 시작된 1960년대와 1970년대는 사람들이 가난과 눈물 절망만으로 삶을 꾸려가지는 않았다. 가난 한 나라에 태어난 죄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서 악으로 깡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눈물겹게 삶을 찾아 나선 파독 광부와 간호사 분들,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타국의 전쟁에 참여한 월남전 용사 들, 열사의 사막 중동에 간 근로자 분들, 미주 불법 이민으로 해외에 악착같이 진출하여 외화를 벌어 자기의 개인생활은 모두 접어 두고 부모, 형제, 나라를 위해 한 푼, 두 푼 송금하여 우리나라 경제 건설의 기틀을 마련한 해외근로자 분들. 이 모든 분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는 가난의 악순환을 끊고 산업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이들의 땀과 눈물을 잊을 수 있을까.
해외에서의 고군분투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악착같은 삶에 의지가 솟구쳤다. 구로공단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도시로 올라온 시골 여성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인 쪽방 촌에서 자기의 먹을 것, 입 을 것을 아껴서 고향으로 송금하여 오빠, 동생의 교육비, 부모 생활비등을 뒷바라지하고 노동집약적인 저가 상품을 생산 수출하여 산업대열에서 알게 모르게 자신의 피땀을 바쳤다.
그렇게 희생된 가족의 땀과 눈물로서 형제 세대가 오로지 교육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기술개발과 재투자에 힘쓴 결과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높은 교육열로 인해 질 높은 인재가 양성되어 현재의 대한민국으로 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도시로 상경한 가족들 중 누군가로부터 지원을 받았던 사람은 나은 것일지도 모른다. 누나들마저 없어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기초적인 초등교육을 받을 기회마저 갖지 못하고 입 하나 줄이고 세 끼니 해결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십대의 어린 미소년들은 저임금 받는 것도 상상조차 못하고 겨우 세 끼니만 해결해 주는 조건으로 저임금 노동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공단에서 일하는 누나들의 시다 보조나 공돌이 생활도 감사한 마음으로 헌신적으로 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열약한 환경 속에서 세 끼니 해결 위해 피땀 흘리며 최선을 다한 10대 미소년들은 적은 급료지만 월급을 받으며 검정고시라는 제도를 통해 주경야독 학업의 열정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개발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비록 급속한 산업화와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이 발생하기도 하였으나 노동자 농민들의 저임금 보상 노동운동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권 향상 민주화 운동으로 우리나라는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높은 향상을 이루어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높은 근로의식과 열정, 교육에의 열망 속에서 자본이 있는 자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다가와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었고 못 배우고 타고난 것이 없는 자들에게도 노력 여하에 따라 기회가 주어져 자기들만의 행복을 구가할 수 있었다.
고난과 슬픔, 외로움 앞에서 맞서 싸우고 이겨내야만 했던 나의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나름대로의 의지를 가지고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 생각할수록 기적이 아닌가 하고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만약 내 앞에 몰아닥친 거센 세파에 아무런 의지도 없이 휩쓸려 떠내려갔더라면 지금쯤 어찌되었을까. 나에게 주어진 환경을 원망하며 주저앉아 무너져버렸다면 지금쯤 내 처지는 무엇이 되었을까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다. 나는 10대 소년 시절에는 가혹한 현실과 맞서 싸우며 하루하루를 눈물 젖은 빵 으로 버텨왔다. 그리고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 있게 학업에 정진하고 나의 길을 찾아온 결과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승자도 없고 패자만 있는 전쟁
아픔만 남긴 전쟁
고통만 남긴 전쟁
상처만 남겨진 전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튼튼하고 강한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우리나라 굴곡진 아픈 현대사는 우리 세대 가슴속에 묻어 놓고
후세에게 밝고 희망찬 현대사를 만들어 각자 저마다 타고난 소질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살아가는 선진국민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