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휴유증(?)을 몸에 안은 채로 빅매치를 보러 구리로 향했습니다.
구리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구리 팬들이 줄을 좍~~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갔던 부천이나, 춘천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것이었죠. 이렇게 많은 팬들과 농구를 즐겁게 보면 농구보는 재미가 세 배, 네 배로 커집니다.
다만 구리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여러 팬들이 지적하듯이 관람석과 코트 사이의 거리가 다소 멀다는 것입니다. 구리시체육관 자체가 시민들과 구단이 사이좋게 같이 쓰는 시 시설이라 프로 경기만을 위해 개조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죠.
금호생명과 삼성생명 경기는 시즌 내내 여자농구 최고의 빅매치로 팬들의 이목을 끌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 가장 볼만한 대결은 금호생명의 포인트가드를 거의 혼자 맡다시피 시작한 이경은 선수와 삼성생명의 붙박이 ‘특급 가드’ 이미선 선수의 대결입니다.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신감이 붙으면 간이 커지고 남을 놀라게 하는 일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특히 농구 경기에서는 ‘굽히고’ 들어간다면 이미 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미선 선수를 상대했던 이경은 선수의 플레이는 그 전 경기보다 대담무쌍 했습니다. 지난 용인 경기에서는 다소 조심스럽고 신중한 플레이 중심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면 이번 경기에서는 이미선 선수를 가끔 놀라게 하는 대담한 플레이로 경기를 이끌어 갔습니다.
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패스를 ‘할 줄 아는’ 선수는 손꼽힐 정도입니다. 누가 보아도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한 패스 말입니다. 그 중에 이경은 선수는 수위를 자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최근에 신정자 - 강지숙 선수와의 2:2 픽앤롤 플레이는 타이밍의 완벽도와 함께 패스의 화려함까지 보여줍니다. 물론 이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연습 말고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방금 말씀드린 ‘대담성’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이경은 선수에게 단지 아쉬웠던 점은 결정적일 때 한 방이 나오지 못했다는 것과, 언제나 금호생명의 경기에서 나오는 턴오버입니다. 특히 삼성생명같은 강팀에게 턴오버를 했을 때는 그 타격도가 배가 됩니다.
이미선 선수는 상대방의 실수를 놓치지 않습니다. 이미선 선수 이름표에 따라다니는 ‘스틸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제외시켜 놓더라도, 이미선 선수의 게임운영이나 공격력은 상대방의 실수를 자신의 팀의 승리 요인으로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이미선 선수는 중간중간에 금호생명의 일대일 수비에 당혹스러워 하기도 했으나(얼굴에 짜증이 보이더군요..) 그것을 극복하고 팀을 정상 페이스로 올려 놓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박정은 선수의 가담과 이종애 - 이선화 - 허윤정 선수의 플레이가 이에 큰 기여를 하나 더 중요한 것은 이미선 선수의 팀의 어려운 페이스를 다시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개인 능력입니다.
다만 이미선 선수가 실수를 한 부분이 있다면 최근 금호생명전에서의 파울 관리 능력의 ‘삐끄덕’입니다. 하지만 이미선 선수의 노련함은 이번 경기에서 호락호락하게 벤치로 물러나게 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생명에서 이미선 선수의 부재는 승률을 20프로 이상 저하시키는 일임을 이미선 선수 자신이 잘 알고 노련함을 백분 발휘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의 두 포인트가드의 대결은 이미선 선수의 판정승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8라운드에서도, 플레이오프에서도 대담무쌍한 젋은 가드와 노련하고 센스가 넘치는 백전노장(?) 가드의 대결은 분명 경기를 보는 팬들의 재미를 북돋아 줄 것입니다.
박정은 선수는 주어진 시간에 농구 코트에서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어느 때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이지 훤히 꿰뚫고 그것을 실제로 코트에서 해내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듯이 박정은 선수를 리그에서 가장 잘 막는 선수 중 한 명이 조은주 선수입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조은주 선수는 거친 몸싸움을 불사하고 박정은 선수를 막을려고 동분서주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대일로 잘 막더라도 박정은 선수를 수비할 때 막지 못하는 부분이 보입니다.
박정은 선수의 눈이 열 개 달린 듯한 패스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수비수라도 패스까지 봉쇄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박정은 선수는 순간적인 패스 판단력이 빠릅니다. 자신이 어떤 것을 쓰기 전에 이미 상대방 수비수들의 반응을 알아채고 그것을 역이용할 줄 압니다.
예를 들면, 박정은 선수가 조은주 선수와 일대일을 하다가 가운데로 뚫고 갑니다. 박정은 선수의 미들슛은 성공률이 매우 높기에(특히 요즘 보여주는 러닝슛의 성공률은 놀랍습니다) 상대 선수들은 의식하고 순간적으로 집중 수비를 들어갑니다. 그 순간 약속된 대로 다른 선수가 집중 수비 구역 뒤로 뛰어 들어가고, 박정은 선수의 패스를 받고 손쉽게 레이업을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패턴이면서도, 박정은 선수의 능력을 최대한 살린 매우 좋은 패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박정은 선수는 큰 부상을 당할 뻔 했습니다. 하지만 박정은 선수는 곧 얼음찜질을 받고 벤치에 앉지 않고 곧바로 뛰어 팀을 다시 이끌어 갑니다. 요즘 특히 노장 선수들의 부상이 잦습니다. 김계령 - 박정은 - 변연하 - 신정자 선수 등등... 한 경기에서도 몇 번이고 쿵~!! 소리를 내며 코트에 넘어집니다. 하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다시 일어납니다. 물론 어린 선수들도 그렇겠지만 이러한 장면은 훈훈합니다.
금호생명이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을 이기고 챔피언전에 가기 위해서는 박정은 선수에 대한 일대일 마크 대책도 잘 세워야겠지만 더불어 박정은 선수 일대일 시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하겠습니다.
정미란 선수는 풀타임으로 뛰었으면 하는 선수 중 한 명입니다. 물론 주전 혹사는 지양해야겠지만 말이죠.
박정은 선수를 상대로 한 경기 중반의 일대일은 삼성생명의 팀파울 추가와 더불어 금호생명이 크게 뒤지지 않고 따라잡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알토란 같은 3점도 하나 넣었습니다.
금호생명에서 믿고 일대일을 시킬 수 있는 포워드는 조은주 - 정미란 선수로 대표됩니다. 180~182라는 자신의 신장을 잘 이용할 줄 알고, 더불어 경기마다 외곽슛을 꽃아 줍니다. 이 선수들을 정규리그에서는 아끼더라도, 플레이오프에서는 십분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금호생명의 더블 포스트는 이번 경기에서 위력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정자 선수같은 경우, 더블-더블 머신이라는 기록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플레이가 뛰어납니다.
여러 게시판에서 신정자 선수에 대한 주목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왜 공격력이 뛰어난데도 공격력 부분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느냐인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리바운더’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예를 들면, 마이클 조던을 이야기할 때 화려한 덩크와 끝이 없어 보이는 득점력에 그의 수비력이 많이 가려 판단된다는 것과 같습니다.
강지숙 선수의 중거리 슛 성공률은 센터 중 최고를 달리고 있습니다. 김계령 선수의 중거리 능력도 좋으나 제가 최근 보았던 김계령 선수는 예전보다 중거리 슛을 덜 쏩니다. 그러기에 요즘 센터 중 중거리 슛이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강지숙 선수입니다.
흡사 서장훈 선수를 보는 듯 합니다. 서장훈 선수에 대해 너무 중거리 슛만 쏜다고 비난을 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서장훈 선수의 중거리 능력은 ‘특별옵션’입니다. 플레이가 다양할수록 막기 어렵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쟁쟁한 외국인 센터와의 대결에서 센터 본연의(팬들이 생각하는) 플레이만 고집하다가는 설 자리까지 잃게 마련입니다.
여자농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 용병 선수들은 이제 없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국내 센터 선수들의 기량과 출전 시간은 늘어 났습니다. 그들의 기량은 그들을 상대할 때 단지 키만으로 정복하는, 예전 농구 방식으로는 통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특히 하은주 선수에 대한 여러 센터 선수들의 수비를 봐도 이는 확 드러납니다.
198의 강력한 하드웨어는 단지 골밑 근처에서의 골밑 플레이에서만 쓰라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상대방보다 높은 곳에서 슛을 쏠 수 있다는 이점은 중거리슛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강지숙 선수는 그것을 알고 끊임없이 단련을 하고 경기 중에 진가를 발휘합니다.
중거리 슛 쏘는 센터의 이러한 이점을 잘 생각하시면 농구를 보는 재미는 배로 늘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경기의 깜짝 스타는 이선화 선수였습니다. 금호생명을 응원하는 팬들이 ‘미워할’ 정도로 4쿼터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이선화 선수의 다소 막쏘는 듯했던 중거리 슛은 어김없이 그물을 갈랐습니다. 물론 다소 ‘우연적인’ 요소는 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은 4쿼터에 이선화 선수 용병술을 성공시켰습니다.
금호생명으로서는 삼성생명에 대해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중에 가장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삼성생명의 1~3년차 선수들의 ‘도깨비 기량(?)’일 것입니다. 그만큼 강팀은 선수들 간의 벨런스가 좋습니다. 금호생명도 이 벨런스 부분에서 절대지지 않습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 중 7~8할이 활약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는 두 팀의 대결은 신한은행의 독주 체제 하에서의 최대의 재밋거리입니다.
경기 중. 후반에 양팀 간의 분위기가 다소 험악했던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포워드 진에서 그러했는데 물론 라이벌 전이라 신경전은 어김없이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신경전이 쌓이고 쌓인다면 저녁 코트에서 볼쌍사나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팬들이나, 선수들이나, 코칭 스텝이나 누구도 결코 볼쌍사나운 꼴이 벌어지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이겨도 깨끗이, 져도 깨끗이 져야 합니다. 그것이 프로스포츠의 속성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다소 위태위태한 상황이 벌어질 뻔 했는데 앞으로 이 부분에 있어서 모두가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동업자’니깐요.
이번 경기에서 두 팀은 나름대로의 숙제거리를 얻어야 했습니다.
금호생명으로서는 턴오버가 뼈아픈 패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삼성생명이라는 팀은 상대의 턴오버를 아주 잘 이용하는 팀입니다. 어김없습니다. 평소 실수없이 연습하던 것이 실전에서도 그대로 묻어 나와야 합니다. 턴오버가 많은 팀은 결코 트로피에 입을 맞출 수가, 그물을 가위로 자를 수가 없습니다.
삼성생명은 6점차의 신승을 거두었지만 베테랑 주전들의 체력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천민혜 - 박언주 - 김세롱 - 홍보람 선수는 넷이서 충분히 이미선 - 박정은 두 선수를 커버해 내야 합니다. 물론 그 ‘포스’가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이호근 감독님이 팀의 우승을 위해서 꼭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중요한 선수는 중요할 때 빚을 발합니다. 빚을 발하기 위해서는 체력 안배가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금호팬으로서 금호의 턴오버는 정말...삼성의 턴오버 배를 뛰어넘기도 한적도 있고....해설자가 그러더라구요 턴오버가 이렇게 많이 차이나면 이길 수 없다고 금호가 삼성을 이겼을때에는 턴오버숫자 차이가 안났다고 그러더군요. (한번은 턴오버숫자 차이가 거의 배인경우에 이긴적이 있던데 그 기록을 보고 턴오버 숫자가 많아도 다른 곳에서 커버할 수 있으니까 이정도 올 수 있었다라고 하는데..)턴오버 숫자를 줄이면 금호는 정말 강한 팀이 될텐데 하는 생각을 매 경기마다 생각하게 되네요 ㅠ그리고 이선화선수 정말....슛성공률이 ㅎㄷㄷㄷ...
이선화선수라는..^^ 님 말씀대로 금호생명 특히 홈에서의 턴오버 줄였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특히 이미선 - 박정은 선수 앞에서의 턴오버는 덜덜덜...ㅠㅠ
수정했어요~~삼성과 신한만날때 턴오버숫자는 기본으로 2자리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날 삼성 턴오버가 박정은 선수 3개 뿐????????????ㅋㅋㅋㅋㅋㅋㅋ ㄷㄷㄷ;;; 기록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