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34일차] 룸비니 석주 곁에 우뚝 세운 21세기 아쇼카대왕들의 원력
3월14일 인도-네팔 국경 넘어 탄생성지 룸비니로 23km 행선
네팔 들어서자 현지경찰·대사관·지역 정부 앞장서 순례단 지원
학생들 찾아와 순례단 환영…이웃국가 스님들도 원만회향 축원
일일회향·룸비니 기도법회 300여명 동참…‘금강경’·108배 재개
‘108원력문’ 첫 공개…“원력·신심 결집으로 전환” 자승 스님 제안
“감동으로 다가가고, 진리로 더 많은 생명 보듬어 안을 것” 다짐
상월선원 인도순례단이 순례 34일차를 맞은 3월14일 네팔 룸비니에 도착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가 네팔 룸비니에서 부처님 탄생의 기쁨을 찬탄하고 불교중흥과 세계평화를 기원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3월14일 순례 34일차를 맞아 탄생성지 룸비니가 있는 네팔을 향해 인도의 국경을 넘었다. 꼬리야를 출발해 자그나트푸르를 거쳐 마후와에 도착한 순례단은 동틀녘 소나울리 태국사찰에서 아침 공양을 마치고 국경을 넘기 위한 여정에 들어갔다.
꼬리야를 출발해 자그나트푸르를 거쳐 마후와에 도착한 순례단은 동틀녘 소나울리 태국사찰에서 아침 공양을 마치고 국경을 넘기 위한 여정에 들어갔다.
인도와 네팔은 국경은 커다란 문 두 개가 대신했다. 인도 쪽 문에는 ‘인도 국경의 끝’이라는 문구가 있고, 그 너머로 보이는 네팔 쪽 문에는 ‘네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씨가 네팔의 시작임을 알린다.
네팔과 인도로 향하는 사람들이 교차하는 국경마을 소나울리의 거리는 사람과 오토바이, 릭샤, 화물트럭이 뒤섞인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인도인과 네팔인들은 별다른 출입국 절차 없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지만, 외국인과 화물은 통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순례단의 빠른 수속을 위해 미리 조치를 취해 놨다고는 하지만 인도와 네팔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생각하면 쉽게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 다행히 주인도 및 주네팔 한국대사관 그리고 인도와 네팔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순례단 108명 전원은 네팔 국경을 원만하게 통과했다.
출국을 위한 인도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한 순례단. 룸비니 법회 동행을 위해 찾아온 조계종 제9교구 동화사 본말사 스님과 신도들이 순례단을 박수로 맞이했다.
네팔 입국 수속 중인 순례단.
네팔의 국경에서 룸비니까지는 23km. 순례단은 안전한 이동을 위해 교통이 혼잡한 13km 구간에서 차량으로 이동한 후 다시 행선을 이어갔다. 부처님의 탄생성지를 참배하려는 순례자들과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는 등산객들이 모여들어 늘 붐비는 곳인 만큼 인근의 집들은 비교적 단정했고 도로는 깨끗했다. 순례단은 룸비니 지역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아기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회주 자승 스님이 네팔 출입국사무소에서 팔공총림 동화사 방장으로 추대된 의현 스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입국 수속을 마친 회주 자승 스님이 한국 불자와 네팔 주민들의 환영 속에 룸비니를 향한 첫 걸음을 디뎠다.
룸비니 지역 주민들도 행선에 함께했다.
순례단의 선두에는 언제나 부처님이 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룸비니로 향하는 길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순례단을 맞아주었다. 특히 엄홍길재단이 룸비니에 건립한 학교 학생들, 지구촌공생회가 네팔 곳곳에 세운 18개 학교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행선길 곳곳에서 환영 현수막을 흔들며 박수로 순례단을 맞아 주었다. 룸비니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웃 불교국가 사찰의 스님들도 순례단을 찾아와 원만 회향을 축원했다.
아기부처님이 탄생하신 룸비니동산은 세계적인 불교성지답게 장엄하게 가꾸어져 있었다. 동산의 입구를 통과해 순례 34일차 회향 및 탄생지 기도법회가 열리는 마야데비사원까지는 조경공사가 한창인 정원과 잘 꾸며진 물길을 따라 족히 30분은 더 걸어야 했다. 유독 강렬해진 태양 볕에 후끈 달아오른 대지는 몸과 마음을 쉬이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기부처님을 향해 나아가는 순례단의 발길에는 결코 장애가 되지 못했다.
룸비니로 향하는 길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순례단을 맞아주었다. 엄홍길재단이 룸비니에 건립한 학교 학생들이 순례단을 환영하는 모습.
룸비니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웃 불교국가 사찰의 스님들도 순례단을 찾아와 원만 회향을 축원했다.
지구촌공생회가 네팔 곳곳에 세운 18개 학교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행선길 곳곳에서 환영 현수막을 흔들며 박수로 순례단을 맞아 주었다.
마야데비사원 주변에는 오색의 룽다와 타르초가 꽃잎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우람한 나무에서 뻗어 나온 무성한 가지들이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나무 아래에는 조금씩 다른 모습의 수행자들과 재가불자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들어있었다. 마야부인이 아기부처님을 낳은 후 목욕을 했다는 연못도 잘 정비돼 있었다.
순례단은 마야데비사원 앞에서 순례 34일 차 축원을 올린 후 곧바로 사원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잠시 중단했던 ‘금강경’ 독송과 108배가 룸비니에서 다시 시작됐다.
지구촌공생회가 네팔 곳곳에 세운 18개 학교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행선길 곳곳에서 환영 현수막을 흔들며 순례단을 맞아 주었다.
환영 나온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회주 자승 스님.
특히 108배는 상월결사가 새롭게 제작한 ‘108 원력문’으로 진행됐다. ‘108 원력문’에는 상월결사가 지향하는 실천불교, 사부대중과 함께하는 불교, 사회와 세상에 기여하는 불교, 21세기 전도선언 등의 내용이 발원의 형태로 담겼다. 상월결사는 이날 처음 공개한 108 원력문에 영상을 추가해 3월23일 대한불교총본산 서울 조계사에서 열리는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식에서 최종 완성본을 공개한다.
일일 회향식에 이어진 ‘탄생지 기도법회’에는 회주 자승 스님을 비롯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과 조계종 제5교구 법주사 본·말사, 제9교구 동화사 본·말사, 서울 약사사, 제주 법화사의 사부대중 그리고 박종석 주네팔 한국대사, 베네레벌 샤크야무니 뿌떠 룸비니개발위원회 부위원장, 룸비니 소재 각국 사찰 스님 등 300여명이 함께했다.
룸비니동산의 입구를 통과해 순례 34일차 회향 및 탄생지 기도법회가 열리는 마야데비사원까지는 조경공사가 한창인 정원과 잘 꾸며진 물길을 따라 족히 30분은 더 걸어야 했다.
순례단은 마야데비사원 앞에서 순례 34일 차 축원을 올린 후 곧바로 사원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순례단은 마야데비사원에서 그동안 잠시 증단했던 ‘금강경’ 독송과 108배가 룸비니에서 다시 시작됐다.
마야데비사원에서 108배를 하는 순례단. 사진=공동취재단
총도감 호산 스님은 “순례 34일차, 누적거리 834km를 도보로 수행한 순례단은 백화가 만발한 꽃동산을 거닐던 마야데비부인께서 무우수 나뭇가지를 잡는 순간, 오른쪽 옆구리에서 아기가 탄생했다는 부처님 탄신 설화가 전해지는 이곳 네팔 룸비니에 도착했다”며 “탄생과 함께, 진리의 가르침이 오롯이 새겨진 현장에 서 있기에 순례단은 벅찬 감동과 환희로움으로 가득하다. 법회에 앞서 연등 공양으로 부처님 탄생의 기쁨과 예경을 올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등은 순례단을 대표해 회주 자승 스님이 공양 올렸다.
법회는 삼귀의 및 한글반야심경 봉독, 상좌부불교 삼귀의·오계 의식, 봉행사, 탄생게 낭독의 순으로 진행됐다. 봉행사는 회주 자승 스님을 대신해 조계종 포교원장 범해 스님이 대독했다. 스님은 “조계종 사부대중이 2600년의 시간을 넘어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룸비니에서 감개무량한 법석을 마련해 일곱 걸음, 그 첫걸음마다 피어난 연꽃 위에 우리가 서 있다”며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과 생애 앞에 한없이 부족하고 부끄러운 제자들이지만 오직 부처로 살겠다는 서원으로 부처님의 첫걸음을 따라가려 한다”고 인도순례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부처님께 고했다.
기도법회에 앞서 순례단을 대표해 회주 자승 스님이 연등을 공양 올렸다.
회주 자승 스님을 대신해 조계종 포교원장 범해 스님이 봉행사를 대독했다.
법회는 삼귀의 및 한글반야심경 봉독, 상좌부불교 삼귀의·오계 의식, 봉행사, 탄생계 낭독의 순으로 진행됐다.
스님은 이어 “사부대중의 순례는 생명이 바로 서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며,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함께 상생하는 것만이 영원한 행복의 길임을 일깨우기 위함”이라며 “우리의 신심과 원력이 참된 진리와 인연 맺을 수 있도록 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가고, 진리의 불빛 아래 더 많은 생명을 보듬어 안을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순례단에게도 “긴 순례길 성도지와 열반지에서 자성과 참회, 불교중흥을 향한 뜨거운 눈물과 각오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의 순례는 끝나지 않으며 생명살림과 평화를 향한 축원의 걸음으로 힘차게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자승 스님은 순례단에게 “우리의 순례는 끝나지 않으며 생명살림과 평화를 향한 축원의 걸음으로 힘차게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상좌부불교 삼귀의·오계 의식.
순례단은 이날 묘수 스님이 대표로 낭독한 탄생게를 함께 새기며 상월결사 정신의 실천, 불교중흥과 세계평화를 다시 한번 다짐했다.
“자신의 존재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나의 태어남이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 마지막 삶이 되리라. 내 오직 이번 삶 동안에 모든 중생을 제도하리라.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도다. 삼계가 괴로움에 있느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박종석 주네팔 한국대사는 “더위와 피로에 아랑곳 않고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인도 사르나트에서 이곳 룸비니까지 도보로 순례해 온 상월결사 순례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법회에 동참한 박종석 주네팔 한국대사는 “더위와 피로에 아랑곳 않고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인도 사르나트에서 이곳 룸비니까지 도보로 순례해 온 상월결사 순례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룸비니 이후 여정도 무사히 건강하게 마치시고 오늘 순례단의 방문으로 더 많은 불자들이 네팔을 방문하길 기원한다”고 인사했다.
기도법회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깨달음의 피안에 도달하고, 인간의 많은 번뇌를 끊어내며, 광대무변한 불타의 가르침을 모두 배우고, 불도를 닦아 깨달음에 이르겠다는 네 가지 큰 서원 ‘사홍서원’으로 끝맺음 됐다.
순례단은 이날 묘수 스님이 대표로 낭독한 탄생게를 함께 새기며 상월결사 정신의 실천, 불교중흥과 세계평화를 다시 한번 다짐했다.
기도법회가 봉행된 마야데비사 앞마당에는 높이 6.5m의 아쇼카왕 석주가 우뚝 서 있다. 상륜부를 장식했을 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석주 표면에는 역사적인 기록이 남아있다.
‘신의 축복을 받는 피야디사왕(아쇼카왕)은 즉위 20년에 몸소 이곳에 와서 예배하였다. 이곳은 석가모니가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이 세존이 탄생한 곳임을 알리기 위해, 왕은 석조의 부조와 석주를 세우도록 명하였다.’
기원전 3세기 인도 최초의 통일제국을 세우고 평생을 불법 홍포에 헌신했던 법왕 아쇼카대왕의 이 기록으로 인해 전설로만 여겨지던 아기부처님의 탄생은 결코 전설이나 신화가 아닌 명백한 역사의 사실이며 불가침한 인간의 성취임이 확인됐다. 비록 2200여년이 지난 지금 아쇼카왕이 석주를 세워 선언하던 그 날의 영광은 흐려졌지만, 이제 한국에서 찾아온 ‘21세기 아쇼카대왕들’의 발자욱은 한국불교의 중흥과 인도불교의 복원 그리고 세계 종교로서 불교를 다시 우뚝 세울 것이라는 원력의 석주가 되어 룸비니에 세워졌다.
룸비니=김현태 기자 meopot@beopbo.com
[1673호 / 2023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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