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맨 최고의 영예는 대회 우승이다.
PGA, LPGA, KPGA, KLPGA, 등등 프로와 아마 할 것 없이 우승하기는 정말 어렵다.
하지만 우리같이 골박한 아마추어는 또 다른 세상에서 아름다운 꿈을 꾼다.
우리에겐 늘 즐거운 라운딩이면 족하다.
그러다 운이 좋아(나빠서 일지도 모르지) 홀인원이라도 하면 천하를 얻은 듯 좋다.
파3 티박스에 들어서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홀인원 꿈을 꿔 본다.
보험까지 준비를 했는데도 항상 공염불이다.
필드에서 못하는 홀인원이 스크린에서는 좀 쉬우려나 했지만 항상 역시나다.
예전엔 홀인원 도전이 두당 천원이었는데, 지금은 이천원이라 부담스럽기도 하다.
복권도 가끔은 입질을 해야 사듯이, 약간의 희망이라도 보이면 도전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도전이지만, 홀인원은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
우리 '골빠샤'가 약 3년간 일주일에 평균 두 번(수, 일)이상 줄기차게 두드려 보지만,
아직 한번도 맛을 못 봤다. 포기한 상태다.
카카오 매장에서 12월 한달간 스크린 골프대회를 하고 있다.
어차피 라운딩 할 바엔 대회 모드에서만 친다.
매장에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홀인원 상금 상자에 120만원이 쌓였다.
누군가 그 상금을 사냥하고 파 혼자서 하루에 네 게임을 했는데도 실패했다고 한다.
대단한 집념이지만 실력만으로는 안되는 것이 홀인원인이다.
어제 동서들이 와서 스크린을 함께 하지 못했다.
오늘 해볼까 했지만 모두 바쁘단다.
그래도 우째 기회를 만들려고, 전화로 퍼즐 맞추듯 하여 저녁 6시에 만나기로 했다.
이렇게 늦게 스크린을 쳐본적이 없다.
크리스마스 연휴 3일동안 스크린을 치지 못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동반자가 통영에서 충무김밥을 사가지고 왔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충무김밥은 너무 맛있다.
오늘은 예감이 좋다. 공금으로 홀인원에 투자했드니, 미친짓이라 한다.
저녁을 김밥으로 때웠기에, 남는 돈을 투자한 것이다.
별 기대는 안하지만 운이 좋으면 된다고 하길래. ㅎㅎㅎ.
일단 공금으로 출자를 했으니, 포상금 규정을 정했다.
만에 하나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나누고, 나머지는 공금에 넣기로 했다.
우리나라 고조선 탄생신화엔 단군이 존재하고,
신라엔 박혁거세가 등장하며, 가야국은 거북이가 나온다.
무언가 그저 이루어진 것은 없다. 시조가 있어야 한다.
오늘의 홀인원도 그저 온 것이 아닐 것이다.
설화를 엮어 보자.
누구의 계시가 있어서 일까, 뜬금없이 갈마산에 가고 싶었다. 정말 오랜만에.
근력강화에 최고로 좋은 산행이다. 예전엔 부단히도 갔더랬는데.
저작거리 처럼 붐비던 갈마산 밑 임시 파크골프장, 찬바람만 휑하다.
근력을 키우려고 쉬지 않고 오르는데 예전 같지 않다. 온 몸이 땀에 절고 숨가쁨에 운다.
정상에서 운기조식하려고 심호흡을 깊게 깊게 한다. 마음이 날아갈듯 가벼웁다.
갈마산의 좋은 정기를 한 몸에 가득 안고 스크린를 쳤다.
누군가 일 낼 것 같은 느낌이다.
첫 파3에서 욕심이 앞서는지 모두 허탕이다.
두 번째 파3(7번홀133m)에서 강회장 공이 홀을 돌다가 휙 빨려 들어간다.
치는 순간 기계가 먼저 "억"소리를 지른다.
화면도 홀인원을 아는지 공의 움직임을 다르게 연출시킨다.
난생처음 보는 장면에 아연실색이다.
모두 긴가민가, 꿈인가 생시인가, 의아했지만,
홀인원 축하 음악에 저절로 몸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얼싸안고 춤을 춘다.
정신이 없다. 동심으로 돌아간다.
매장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흥분이 극에 달한다.
축하 음악은 들뜬 기분을 고조시키려는 듯 5분간 홀인원을 외친다.
사진 찍고 또 찍고, 화이팅에 박수는 기본, 하이파이브까지 할 것은 죄다 하면서 기분을 만끽한다.
라운딩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게임이 끝났는데도 흥분은 자지러 들지 않는다.
자랑스런 흥분을 고이 간직하였다가, 집에서 또 재연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 포상금을 아내에게 주었다.
그동안 스크린으로 마음고생시켜 미안하다는 듯,
이렇게 약을 발라 놓으면 앞으로 스크린 때문에 마음상할 일은 없을 것이다.
우쨌던, 뜻하지 않는 포상금 덕분에 뽀뽀까지 받고 보니 너무 좋다.
늦은 시간에 만남을 주선한 프로모터도 중요했고,
갈마산의 정기도 기가 막혔고,
멀고 먼 통영에서 충무김밥을 공수해온 그 정도 한몫 했고.
그 중에 모든 행운을 한 몸에 안은 귀하신 몸이 제일 중요했다.
어떤 좋은 일에는 늘 귀인의 도움이 있기 마련이다.
저 혼자 잘나서 된 것은 없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이기적이다 보니, 다 제 잘난 맛에 산다.
스크린의 한을 푼 하루였다.
앞으로도 늘 이러한 즐거움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곱게 늙는 8가지 방법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관계라고 한다.
늘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겼으면 좋겠다.
오늘은 정말 멋진 하루였다.
Happy한 Good nigh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