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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토끼의 해, 2023년이 밝아왔습니다. 벧엘의집 식구들 모두 받은 복 잘 건사하며 행복하고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올해 우리는 “새 하늘과 새 땅, 새 시대를 여는 벧엘”이란 목표를 세우고 1년간 그 길을 향해 지금까지 그랬듯이 한 마음으로 달려가려고 합니다.
2023년, 우리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길을 가려면 먼저 지난 해 우리가 어떻게 왔는지 반추해 보아야 올 한 해도 제대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선한 사마리아 여행객이 함께한 이웃을 향한 우리 거룩한 동행(우리 거룩한 동행)”이란 목표를 세우고 달려왔습니다. 벧엘의집의 이 거룩한 동행은 창세기의 말씀처럼 비록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기 위해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드리기 위한 아브라함과 자신이 번제물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와 함께 길을 걸었던 이삭의 에하드의 길을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에하드는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동행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아버지와 아들의 동행을 에하드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에하드의 길은 일치를 이루는 길입니다. 둘이 한 사람처럼 가는 길입니다. 이 동행의 질적 전환은 바로 한 사람이 가는 길처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벧엘의 거룩한 동행은 모두가 일치를 이루는 길을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22년 신년사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동행의 의미는 그저 함께 걷는 것을 넘어 하나가 되는 것, 일치를 의미합니다. 아버지의 손에 죽임을 당할 수도, 아들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에도 그 둘은 하나가 되어 걸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거룩한 동행인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걸어온 길이 함께 하는 길이었다면 이제 거룩한 동행으로, 하나의 길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벧엘과 빈들공동체, 빈들심리상담센터가 하나가 되어 선한 사마리아 여행객이 동행한 강도 만난 이웃과 함께 가야 합니다. 빈들공동체와 벧엘의 동행이 질적인 전환을 일으켜야 합니다. 벧엘과 빈들심리상담센터가 말문이 막힌 이웃의 말문을 열고, 말길을 터서 말벗이 되는 길을 하나가 되어 가야 합니다.
또한 나의 또 다른 영혼인 우리의 이웃과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22년의 타성은 자칫 너와 내가 일치를 이루기보다는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권력관계로 전락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다시 우리는 우리의 이웃을 향해 나의 또 다른 영혼임을 고백하고 나와 일치시키려는 애씀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나가 되는 에하드의 동행이 바로 새로운 길인 것입니다. 너와 내가 한 마음으로, 일치를 이루어 가는 길이 바로 거룩한 동행의 길인 것입니다. 일꾼들과 일꾼이 하나가 되고, 벧엘의집과 울안공동체 식구들, 쪽방 가족들과 하나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벧엘이 우리를 옷 입고 당신의 길을 가고 계신 하나님과 합일을 이루는 동행이 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캐더린 짐러의 모래위의 발자국에서 “사랑하는 아들아 그 때는 내가 너를 업고 걸었다”는 시구처럼 한 마음으로, 한 목표를 향해, 한 사람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동행이 바로 거룩한 동행인 것입니다.”(2022년 벧엘의집 신년사 중에서)
이렇게 출발했던 지난 한 해는 많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희망진료센터에 불어 닥친 위기는 우리의 동행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희망진료센터는 경제적인 이유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한 수호자 역할을 톡톡히 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희망진료센터의 모토는 빨리 없어지는 기관이 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 즉 건강권이 제대로 실현되는 사회가 된다면 희망진료센터의 역할이 사라져 없어져도 되기에 그런 사회를 열기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하여 희망진료센터 회칙 전문에는 진료소가 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천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건강하게 살 권리가 침해당한 채 몸이 아파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인간답게 살 권리조차 빼앗긴 구조적 모순에 빠져있다. 이렇게 건강권이 왜곡되는 요인은 사회안전망의 부재, 공공의료시스템의 미비 등으로 인간의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만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의료혜택은 빈부의 격차, 사회적 신분과는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의료의 본래 목적인 것이다. 즉 한 인간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건강권의 기본원리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빈곤층의 건강권에 대해서는 관심하지 않는다. 심지어 빈민들에게 질병이 발생해도 치료비가 없어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에 희망진료소는 모든 사람은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빈민들에게 건강하게 살 권리를 찾아주는 운동을 전개하려고 한다.
그 하나는 의료혜택으로부터 소외된 빈민들의 질병치료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무료진료 활동과 예방활동, 보건활동을 하려고 한다. 또 하나는 빈민들에게 건강하게 살 권리를 찾아주는 운동이다. 이것은 왜곡된 공적 의료 시스템을 본래의 취지대로 되돌릴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고 만들어가는 운동으로 빈민의료 기관의 확충과 예산의 확충, 사회적으로 의료는 공공성을 가져야 함을 계몽하여 병․의원이 경제논리를 벗어나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일을 위해 의료인의 연대를 모색하고, 의료인과 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재원을 만들고 구체적인 진료활동을 통해 모두가 건강하게 살 권리를 찾자는 것이다.
이런 모든 운동은 몇몇 사람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들 모두가 자발적 참여를 통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므로 희망진료소는 혼자 열 걸음이 아닌 열이 한걸음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희망진료센터 회칙 전문)
이렇게 희망진료센터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더하여 단순히 무료진료 활동을 넘어 역설적이게도 빨리 없어지기 위해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대전의료원 설립운동에도 가장 앞장서서 추진해 왔습니다. 그런 진료소가 지난해 지방정부로부터 지원받던 재정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그동안 진료소는 노숙인 무료진료소라는 근거로 지방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노숙인 복지법에는 노숙인 지원체계에 무료진료소는 제외되어 있고, 지난 해 국가인권위의 권고로 그동안 독소조항이었던 노숙인 의료급여 당연지정제가 폐지되었습니다. 또한 희망진료센터는 노숙인 복지시설이 아닌 비영리민간단체이기에 재정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희망진료센터의 정체성을 보면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 진료소는 단순히 무료진료활동을 넘어 모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협의 끝에 재정지원 방식을 바꿔 벧엘의집 쪽방상담소 프로그램 사업으로 재정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약값은 기존 금액대로 지원하지만 인력지원은 대폭 축소하여 1명만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인력지원을 2명으로 요청한 상태이며 아직 협의과정 중에 있으며 2명 지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함.) 다행히 당장 올해부터 시행하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르므로 2024년부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희망진료센터는 올 한 해 자력갱생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분명 우리 벧엘에 희망진료센터의 재정지원 중단은 큰 위기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계속해서 제기 되어왔던 자립의 길을 모색하는 것을 게을리 했던 우리 자신을 반성하며 자력갱생의 길을 찾는다면 분명 이 위기는 기회로 바뀔 것입니다. 또한 이런 어려움을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 함께 극복한다면 그 또한 벧엘의집이 더 단단해지는 길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희망진료센터의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데도 이번 계기가 좋은 출발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자기검열을 통해 스스로 위축시켜왔던 비영리민간단체로서의 본래의 모습을 찾는 계기로 삼으면 위기가 곧 기회로 바뀌는 기적은 분명 일어날 것입니다.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 우리 벧엘의집의 목표는 “새 하늘과 새 땅, 새 시대를 여는 벧엘”입니다. 이런 목표를 세운 것은 먼저 공간이전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벧엘이 새로운 20년을 향해 출발했던 2020년, 국토교통부는 영등포와 서울역 인근 동자동지역, 대전역 인근 정동지역 쪽방촌 재개발사업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쪽방주민 등 주거난민들에게 주거권 실현을 위한 착한개발, 국가가 주거기본법의 의무를 지키는 대한민국 최초의 주거복지 프로젝트였습니다.
쪽방주민들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제공하고 그것도 아주 저렴하게, 또한 사업기간 동안은 이주단지를 만들어 개발과정에서 쪽방주민이 흩어지는 것을 방지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쪽방주민 등 주거난민을 위한 맞춤형 재개발로 국민의 기본권인 주거권 실현을 위한 주거복지의 획기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거기에다 한 발 더 나아가 단순히 주택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을 돕는 지원기관도 함께 입주하게 하므로 그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그저 주택만 제공해주던 기존의 방식을 넘어 새로운 주거복지의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동지역 쪽방촌공공재개발사업과 함께 쪽방주민 지원기관으로 벧엘의집이 선정되어 함께 이주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보상 문제로 현재는 답보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이 사업이 좌초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과 불안함으로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3년 전 벧엘의집 공간은 어디에 준비하셨는지를 하나님께만 묻겠다고 고백하며 벧엘의집 공간 확보는 하나님이 직접 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올해 새 하늘과 새 땅은 바로 우리에게 허락한 새로운 유형의 공간에 대한 흔들림 없는 확신으로 가자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바로 새 하늘과 새 땅은 이미 하나님의 기적으로 열렸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곳으로 가는 여정에 생각지도 않던 변수들이 우리의 믿음을 흔들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흔들림 없이 우리의 길을 가다보면 어느새 새 하늘과 새 땅에 도착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의미는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 시대는 이미 벧엘 20년의 고백을 통해 열렸습니다. 바로 우리가 늘 힘차게 외치는‘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여는 것입니다. 현대 자본주의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사람은 단지 이윤을 창출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이란 현대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제 사람의 사람다움을 회복해야 합니다. 말로만 사람다움을 말할 것이 아니라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벧엘이 꿈꿔야 하는 세상입니다.
올 한 해 붙들고 가야할 말씀인 예레미야 33장 3절의 말씀인 “네가 나를 부르면 내가 너에게 응답하겠고, 네가 모르는 크고 놀라운 비밀을 너에게 알려주겠다.”처럼 우리가 하나님을 부르면 하나님께서 벧엘이 가야할 길을 친히 가르쳐주실 것입니다. 이미 새 시대는 2천년 전 예수님의 선언에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다만 인간의 역사가 그 나라를 왜곡하고, 굴곡지게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2천년 전 말씀하신 새 시대를 향해 비록 중간에 좌절하고 실패하더라도 그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통해 끊임없이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벧엘의집도 하나님의 역사를 믿고 흔들림 없이 사람다움의 세상,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올 한 해도 줄달음해야 할 것입니다. 이 새 시대를 향한 우리의 여정은 지난해 고백했던 에하드의 여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최초의 인간이 하나님의 숨결을 지닌 사람처럼 하나님과 내가 하나 되고, 나의 또 다른 영혼인 우리의 이웃과 하나 되어 2천년 전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새 하늘과 새 땅,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3년 동안 공간이전 준비와 맞물려 벧엘의 차기 지도력을 세우는 일과 조직체계 정비도 마무리해야 합니다. 이미 알고 있듯이 벧엘의집의 지도력의 한 축이었던 나의 영원한 동지인 조부활목사가 3년 후면 빈들공동체 담임목사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그러면 벧엘도 조부활목사의 빈자리와 향후 벧엘의 차기 지도력을 세워가는 추체적인 로드맵을 짜야 합니다. 이미 벧엘의 차기 지도력으로 권영준목사를 천명했습니다. 마찬가지로 2년 후에는 서동철사무국장님이 정년퇴임을 하면서 황윤식팀장이 자리를 옮겨 그 뒤를 잇게 됩니다. 또한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희망진료센터가 비록 험난하지만 새롭게 거듭나면 그 위상에 걸맞는 지도력이 세워져야 합니다. 이는 어쩌면 유성미팀장이 올 한 해 더 철저하게 고민하며 세워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벧엘의 차기 지도력은 그냥 자리에 앉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차기 지도력이 제대로 된 지도력을 가지려면 그만큼 노력과 헌신,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혼자의 힘으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혼자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벧엘 공동체가 함께 지도력을 세워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차기 지도력을 세워가는 만큼 협력자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벧엘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창립 초부터 나와 함께 했던 영원한 동지인 조부활목사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차기 지도력도 함께 동행해야 할 동지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나의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지도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내가 늘 강조했던 하나의 벧엘을 위한 길과 맥을 같이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3년 동안 중간지도력의 훈련과 정비를 통해 하나의 길을 갈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2023년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맞이하고 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우리 함께, 위기는 기회로 바꾸고, 고난을 통해 벧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새로운 지도력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벧엘 정신을 계승 발전 시켜나갈 수 있도록 합시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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