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는 현재 황하코스모스로 물들고 있다.
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분이 걸려 도착한 가파도
제주도 주변에는 62개의 작은 섬들이 자기 자리에 서서 빛난며 커다란 제주를 감싼다. 또, 제주의 섬들은 섬 안의 섬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도와준다. 현재 제주는 사람이 사는 유인도가 8개 무인도가 54개인데, 사람이 사는 마라도, 비양도, 우도, 추자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제주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섬을 뽑으라면 늘 선택하는 가파도. 가파도는 봄에는 청보리가 초록빛으로 흔들리고 빛나며, 가을에는 황하코스모스가 주황빛으로 물든다. 현재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가파도. 그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푸른빛과 초록빛이 공존하는 가파도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뽐낸다.
가파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가파도는 대정읍 운진항에서 약 5.5.km 떨어진 섬으로 여객선으로 약 20분이면 도착하는 제주와는 가까운 섬이다. 이 섬은 화산섬으로 우도, 비양도와 같은 모양새다. 제주도에 속해 있는 섬 중 네 번째로 큰 가파도는 가오리같이 생겨 그 모양을 따 섬 이름도 유래되었다. 이 섬의 최고점은 해발 20m로 구릉이 없는 평탄한 섬이다.
짧은 가파도 역사
가파도는 1750년 소 50마리를 방목하며 소를 키우기 위해 40여 가구 주민들의 섬 출입을 허가하면서 역사가 시작 된다. 오랜 세월 무인도였던 가파도는 이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되었다 알려졌지만, 사실 그 전에도 원래 사람들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왜구의 지속된 약탈과 침략으로 해상의 방위를 위해 섬을 비우는 정책을 실시했고, 공도가 된 가파도는 무인도로서 오랜 기간 유지 되었다.
가파도 가는 방법
가파도는 운진항에서 하루 왕복 6편의 배편을 이용할 수 있고, 3시 이후의 배는 편도로만 이용이 가능하다. 가파도는 운진항에서 20분 정도를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고, 배편은 미리 예매하여 이용하거나,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청보리 축제가 열리는 시기와 황하 코스모스가 피는 가을엔 많은 관광객이 가파도를 찾기 때문에 예약을 통해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장 이용을 하려면 일찍 움직이는 것을 추천한다.
* 청보리 축제 기간엔 배편이 증편되는 것을 참고하면 좋다.
아시아에서 수면과 지면의 차이가 가장 적어 파도가 넘실 거리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가파도는 내게는 늘 사랑스러운 섬으로 기억된다. 이번 봄, 딱 4개월 전엔 파란색과 노란색 그 중간의 초록색으로 서 있는 청보리가 바람에 살랑이며 황금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나는 이런 가파도에 반해 제주의 섬 하면 늘 가파도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이런 가파도에 뜻밖의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 가파도 하면 봄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 다른 계절이 가파도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런 내 편협한 생각에 들려온 이야기는 이러했다. '지금 가파도는 주황빛 황하 코스모스로 물들고 있습니다.' 사실 코스모스는 분홍색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 나기에 주황빛 코스모스는 조금 생소했다. 나는 바로 노트북을 열고 황하 코스모스를 검색하며, 그와 동시에 가파도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화면에 들어오는 주황빛 향연을 눈으로 보았고, 나는 여름을 떠나보내는 지금, 가을을 맞이할 가파도로 여행을 떠나야겠다 마음먹게 되었다.
이번 주는 일주일 내내 비 소식으로 가파도를 떠날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중 가장 괜찮을 것 같은 날을 정해 도박을 했고, 그날이 오늘 수요일이었다. 나는 늘 자칭 날씨 요정이라고 지칭하는데 그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어제만 해도 흐린 하늘 사이로 떨어지는 비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오늘은 그 모든 것들이 무색하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보여주었다. 원래 나는 이런 제주 하늘의 변덕을 싫어했는데, 1년을 넘게 살면서 드라마틱 하게 다가오는 이 변덕도 이제는 제주의 일부라며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또, 이렇게 변덕을 사랑하게 되니 그에 대해 선물이라도 하듯 제주의 하늘은 맑게, 또 푸르게 내게 다가왔다.
나는 이 푸른 하늘 아래, 푸른 바다와 가장 가까이 있는 가파도 여정이 퍽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 여행에 흐린 하늘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푸른 하늘이어야만 가능했기에 더욱 아름다웠던 이번 여정. 푸른 하늘, 그리고 주황색 황하 코스모스는 그 어떤 장면보다 어울렸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가 가파도를 사랑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도보로 한 시간이면 크게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작은 섬 가파도. 이 작은 섬 안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보리들과 그 사이사이에 군락을 이루는 주황빛 황하 코스모스. 이 모든 것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 2021년의 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을 가파도로 할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주황빛 황하 코스모스와 멀리 보이는 산방산이 퍽 잘어울린다.
이번 추석 제주에 많은 인파들이 여행을 하러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추석에 제주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여행자들이 있다면, 또 그 여행자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부디, 제발 가파도로 여행하기를 바란다. 그 어떤 여행보다 아름다운 여행이 될 것임을 제주를 1년 넘게 살아온 이제는 어엿한 제주도민으로서, 또 이주민으로서 확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