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창 6:4)
홍수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는 구절 속에 갑자기 등장하는 '네피림'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연관된 문제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 있었던 결혼의 산물인지 아니면 그것과 상관없이 그 당시 이미 존재하고 있던 족속들인지에 관한 것이다. 둘째는 그들의 특징이 신장인지 성격인지에 관한 것이다. 셋째는 네피림이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의 자식들인 '용사' 곧 '명성이 있는 사람들(64)과 동일한 존재인지 아닌지에 관한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들'을 천사로 보는 주석가들은 네피림을 천사와 인간 사이의 혼합 결혼의 산물인 반신반인(半神半人)적인 존재로 이해한다. 그리고 그들을 4절 하단에 나오는 '용사'와 동일한 존재들로 간주한다. 그러나 본문은 그런 이해를 지지하지 않는다. 본문에 의하면 네피림은 그 결혼과 아무 상관이 없다. 증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4절은 히브리어에서 그 앞 절과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아무런 접속사 없이 완전한 하나의 독립된 문장으로 시작된다. 둘째, 만약 네피림이 그런 혼합 결혼의 후예라면 2절에 이어 곧바로 언급되어야 했을 것이다. 셋째, '당시에 ・・・ 있었고'라는 문장은 그런 결혼이 일어날 때 이미 네피림 족속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분명히 나타낸다. 문법적으로 표현하면 일종의 부대상황이다.
'네피림'은 혼합 결혼의 산물인 '용사'와 동시대에 함께 존재하고 있던 족속들이다. 특별히, 네피림이 '용사'들보다 먼저 언급된 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서 낳은 자식들을 '용사', 즉 '힘있는 자' 혹은 '힘깨나 쓰는 자들로 만드는 데 주도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이 함께 "온 땅이 하나님 앞에 부패하여 포악함이 땅에 가득" (창 6:11)하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부패와 폭력을 보편화시킴으로 고대에 이름을 떨치는 자들이 되었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마침내 “모든 혈육 있는 자의 포악함이 땅에 가득하므로 그 끝 날이 내 앞에 이르렀”(창 6:13)다고 한 것이다. 네피림과 혼합 결혼의 산물인 용사들은 동시대에 영향을 주고받은 별개의 두 그룹이다. 네피림은 혼합결혼의 산물이 아니다.
그러면 네피림은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었을까? 우선 신장이 장대한 사람들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이것은 출애굽 당시 모세가 보낸 12명의 정탐꾼들이 가나안 땅을 탐지하고 돌아와서 한 보고, 즉 “거기서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 거기서 네피림 후손인 아낙 자손의 거인들을 보았다”(민 13:32~33)는 것에 근거한 것이다. 이 언급이창세기 6장 이외에 네피림을 언급하고 있는 유일한 구절이다. '아낙' 족속은 목이 길고 신장이 장대한 자들로 유명하다. 그런 그들을 '네피림후손이라고 언급한 것이 무슨 뜻일까? 아낙 자손이 혈통적으로 네피림의 후손이란 말인가? 아니면 장대한 아낙 자손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일까?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네피림이장대한 자들 혹은 거인임은 틀림이 없다. 그래서 칠십인역은 창세기 6장 4절의 네피림이란 단어를 기간테스(yiyartes), 즉 거인으로 번역하였다. 흠정역(KJV)은 이 번역을 따라 네피림을 giants로 번역하였고, 한글개역은 난주에 '장부'라고 달아 놓았다.
네피림의 특징에 대한 다른 견해도 있다. 그것은 이 네피림을 신장이나 몸집보다는 성격이 포악한 사람들로 이해하는 것이다. 네피림이란단어의 어원을 떨어지다', '내던지다'는 히브리어 동사 나팔로 보고, 네피림을 '훼방자', '폭력자', '무법한 행패꾼'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것이다. 이 견해는 하나님께서 보신 당시 사람들의 문제가 '패괴와 강포'(한글개역, 창 6:11), 즉 '부패와 포악'(개역개정, 창 6:11)이었기에 문맥의 내용과 어울린다. 네피림의 정체는 민수기 13장에 나타난 정보와 창세기 6장의 문맥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신장과 성격에 있어서 모두 특이한 존재들이었다. 즉 신장은 장대하고 성격은 난폭한 자들이다. 그래서 엘렌 G. 화잇은 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신장과 체력이 탁월하고 지혜가 걸출하고 가장 정교하고 놀라운 일들을 고안하는 데 재간이 있는 거인들이 많았다. 죄악을 엄격하게 제어하지 않는 데 있어서의 그들의 죄악은 그들의 재간과 정신적 능력에 비례하였다(부조,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