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계가 (蘆溪歌) ◈
1636년(인조 14) 박인로
백수(白首)에 방수심산(訪水尋山) / 태만(太晩)한 줄 알건마는
평생(平生) 소지(素地)를 / 벱고야 말라여겨
적서(赤鼠) 삼춘(三春)에 / 춘복춘복(春服)을 새로 입고
죽장(竹杖) 망혜(芒鞋)로
노계(蘆溪) 깊은 골에 / 행혀 마참 찾아오니
제일강산제일(第一) 강산(江山)이 / 임재 없이 바려나다
고왕(古往) 금래(今來)에
유인(幽人) 처사(處士)들이 / 많이도 있건마는
천간(天慳) 지비(地秘)하여 / 나를 주려 남겨떴다
주저(躊躇) 양구(良久)타가 / 석양(夕陽)이 거윈 적에
척피(陟彼) 고강(高岡)하여 / 사우사우(四偶)로 돌아 보니
현무(玄武) 주작(朱雀)과 / 좌우(左右) 용호(龍虎)도
그린 듯이 가잣고야
산맥(山脈) 맺힌 아래 / 장풍(藏風) 향양(向陽)한데
청라(靑蘿)를 허혀들어 / 수연(數椽) 와실(蝸室)을
배산(背山) 임류(臨流)하여 / 오류변(五柳邊)에 지어두고
단애(斷崖) 천척(千尺)이 / 가던 (龍)이 머무는 듯
강두(江頭)에 돌렸거늘 / 초초정(草草停) 한 두간을
구름 띤 긴 솔 아래 / 바위지켜 열어 내니
천태(天態) 만상(萬狀)이 / 아마도 기이(奇異)코야
봉만(峰巒)은 수려(秀麗)하여 / 부춘산(富春山)이 되어 있고
유수(流水)는 반회(盤回)하여 / 칠리탄(七里灘)이 되었거든
십리(十里) 명사(明沙)는 / 삼월(三月) 눈이 되었나다
이 호산(湖山) 형승(形勝)은 / 견줄 데 뇌야 없네
소허(巢許)도 아닌 몸에 / 어느 절의(節義) 알리마는
우연(偶然) 시래(時來)에 / 이 명구(名區) 임재되어
청산유수(靑山流水)와 / 명월청풍(明月淸風)도
말없이 절로절로
어지러운 구로(鷗鷺)와 / 수(數) 없은 미록(麋鹿)도
값 없이 절로절로
저익(沮溺) 갈던 묵은 밥과 / 엄자릉(嚴子陵)의 조대(釣臺)도
값 없이 절로절로
산중(山中) 백물(百物) / 다 절로 기물(己物) 되니
자릉(子陵)이 둘이오 / 저익(沮溺)이 서이로다
어즈버 이 몸이 / 아마도 괴이(怪異) 코야
입산(入山) 당년(當年)에 / 은군자(隱君子) 되었는가
천고(千古) 방명(芳名)을 / 이 한 몸에 전(傳)토고야
인간(人間)의 이 이름이 / 인력(人力)으로 이룰소냐
산천(山川)이 영이(靈異)하여 / 도와낸가 여기로다
중심(中心)이 형연(瑩然)하여 / 세려(世慮) 절로 그쳐지니
광풍제월(光風霽月)이 / 강자리(腔子裏)에 품었는듯
호연진취(浩然眞趣) / 날로 새롭 하노왜라
비금주수(飛禽走獸)는 / 육축(六畜)이 되었거늘
달 아래 괴기 낚고 / 구름 속에 밭을 갈아
먹고 못 남아도 / 그칠 적은 없노왜라
무진(無盡)한 강산(江山)과 / 허다(許多)한 한전(閑田)은
분급(分給) 자손(子孫)하려니와
명월청풍(明月淸風)은 / 놓아 주기 어려울 새
재여불재(才與不才)에 / 양지(養志)하는 아들 하나
태백연명(太白淵明) 증필(證筆)에 / 영영별급(永永別給) 하렸로라
나의 이 말이 / 우활(迂闊)한 듯 하건마는
위자(爲子) 손계(孫計)는 / 다만 인가 여기로다
또 어린 이 몸은
인자(仁者)도 아니요, / 지자(智者)도 아니로되
산수(山水)에 벽(癖)이 이뤄 / 늙을수록 더욱하니
저 귀(貴)한 삼공(三公)과 / 이 강산(江山)을 바꿀소냐
어리미친 이 말을 / 우을 이도 하련마는
아무리 우어도 / 나는 됴이 여기노라
하물며 명시(明時)에 버린 몸이 / 하올 일이 아주 없어
(世間) 명리(名利)란 / 뜬 구름 본 듯하고
무사(無思) 무려(無慮)하여 / 물외심(物外心)만 품고 있어
이 내 생애(生涯)를 / 산수간(山水間)에 부쳐 두고
춘일(春日)이 채 긴 제 / 낚대를 비기 쥐고
갈건(葛巾) 포의(布衣)로 / 조대(釣臺)에 건너오니
산우(山雨)는 잠간 개고 / 태양(太陽)이 쬐오는데
맑은 바람 더디 오니 / 경면(鏡面)이 더욱 밝다
검은 돌이 다 보이니 / 괴기 수(數)를 알리로다
괴기도 낯이 익어 / 놀랠 줄 모르거
차마 어찌 낚을런고
파조(罷朝) 배회(徘徊)하며 / 파심(波心)을 굽어 보니
운영(雲影) 천광(天光)은 / 어리어 잠겼는데
어약(魚躍) 우연(于淵)을 / 구름 위에 보았고야
하문득 경(驚)괴하여 / 부찰(俯察) 앙관(仰觀)하니
상하천(上下天)이 완연(宛然)하다
일진(一陣) 동풍(東風)에 / 긔 어찐 어적(漁笛)이
높이 불어 보내던고
강천(江天)이 요적(寥笛)한데 / 반가워도 들리나다
임풍(臨風) 의장(倚杖)하여 / 좌우(左右)를 돌아 보니
대중(臺中) 청경(淸景)이 / 아마도 소쇄(蕭灑)코야
물도 하늘 같고 / 하늘도 물 같으니
벽수장천(碧水長天)은 / 한 빛이 되었거든
물가에 백구(白鷗)는 / 오는 듯 가는 듯
그칠 줄을 모르는가
암반(巖盤) 산화(山花)는 / 금수병(錦繡屛)이 되어 있고
간변(澗邊) 수양(垂楊)은 / 초록장(草綠帳)이 되었거든
양신(良辰) 가경(佳景)을 / 내 혼자 거느리고
정치(正値) 화시(花時)를 / 허도(虛度)치 말랴여겨
아희 불러하는 말삼
이 심산(深山) 궁곡(窮谷)에 / 해착(海錯)이야 보로소냐
살진 고사리 / 춘기(春氣) 한 당귀초(當歸草)를
저포녹포(猪脯鹿脯) 상간(相間)하여
크나큰 세류사(細柳笥)에 / 흡족(洽足)히 담아 두고
부어회(鮒漁膾) 초미(初味)에 / 눌어생치(訥魚生雉) 섞어 구어
빛빛이 들이거든
와준(瓦樽)에 백주(白酒)를 / 박잔에 가득 부어
한잔 또 한잔 / 취(醉)토록 먹은 후(後)에
도화(桃花)는 홍우(紅雨)되어 / 취면(醉面)에 뿌리는데
태기(苔磯) 넓은 들에 / 높이 베고 누었으니
무희씨(無懷氏)적 사람인가 / 갈천씨(葛天氏) 때 사람인가
희황성시(羲皇盛時)를 / 다시 본가 여기로다
이 힘이 뉘 힘고 / 성은(聖恩)이 아니신가
강호(江湖)에 물렀슨들 / 우군일념(優君一念)이야
어느 각(刻)에 잊을는고
시시(時時)로 머리 들어 / 북신(北辰)을 바라보고
남모르는 눈물을 / 천일방(天一方)에 지이나다
일생(一生)에 품을 뜻을 / 비옵나다 하나님아
산평(山平) 해갈(解渴)토록 / 우리 성주(聖主) 만세(萬歲)소서
희호(熙皞) 세계(世界)에 / 삼대(三代) 일월(日月) 비취소서
어천만년(於千萬年)에 / 병혁(兵革)을 쉬우소서
경전착정(耕田鑿井)에 / 격앙가(擊壤歌)를 불리소서
이 몸은 이 강산풍월(江山風月)에 / 늙을 줄을 모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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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로(朴仁老) ◦ 1636년 ◦ 가사(歌辭)
이 힘이 누구의 힘인가
성은이 아닌가
강호에 물러 산들
우군일념이야
어느 때에 잊을란고
때때로 머리 들어
북진을 바라보고
남모르는 눈물을
하늘 한곳에 떨구도다
평생 품은 뜻을
하나님께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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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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