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사라지다 / 이남훈
오랫동안 쓰지 않은 프린터
미처 내보내지 못한 말이
어디쯤 걸려 뭉쳐있겠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렀으니
하고 싶은 말이 쌓였을 텐데
내놓은 종이마다
잉크 눌린 자국만 남고
속을 꺼내지 못한 채 낡아버린 모습이
십오 년 병시중에
말 없어진 어머니 같다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버지를 받아쓰다
고장 나버린 어머니
천천히 아버지 손을 주무른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꾹꾹
팔다리를 쓰다듬는다
뱉지 못한 말이 목젖을 건드릴 때마다
등 돌리고 마른침을 삼키시는 어머니
덜거덕덜거덕 구겨진 종이만 뱉으신다
빈 종이만큼 가벼워지신다
2024년 공직문학상 대상에 부산 덕산정수사업소 이남훈씨
사실 앞에 겸손한 민영 종합 뉴스통신사
www.news1.kr
올해 공직문학상 대상에 부산광역시 덕산정수사업소 이남훈씨의 ‘사라지다’가 선정됐다.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은 ‘2024년 공직문학상’ 수상작 46편을 발표하고,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열리며, 입상작은 전자책(e-book)으로 제작해 인사처 및 공무원연금공단 누리집에 게시된다.
올해는 시, 시조, 수필, 단편소설 등 8개 부문에서 1152편의 작품이 접수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1560편이 출품했었다.
문학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대통령상인 대상은 시 ‘사라지다’를 출품한 덕산정수사업소 이남훈씨가 받았다.
대상 수상작은 오랜 세월 아버지의 병수발을 묵묵히 해내느라 고생하신 어머니의 애처로운 모습을 낡아 버린 프린터에 빗대어 풀어낸 작품이다.
금상(국무총리상)은 괴산군청 유춘영씨의 ‘마지막 콘서트’(시조), 안성시청 김소영씨의 ‘틱틱틱’(수필), 달천고등학교 도희선씨의 ‘등 뒤의 사랑’(소설), 방위사업청 양강모씨의 ‘우리 꽃’(동시) 등 5개 작품이 수상했다.
은상(인사혁신처장상)은 동백중학교 지일용씨의 ‘함초’(시), 충청북도 김재건씨의 ‘숲길을 걷다’(시조), 대구해올고등학교 송병현씨의 ‘박 군 어머니의 방문’(수필) 등 20편이 받았다.
동상(공무원연금공단이사장상)은 ‘해녀’(시)의 우상민씨, ‘안도’(시조)의 조숙진씨 등 20명에게 돌아갔다.
김호운 심사위원장(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출품작들 대부분이 공직생활의 체험을 일화(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로 잘 엮은 내용이라서 즐겁고 흥미롭게 심사할 수 있었다”며 “특히 대상 수상작은 오랜만에 발견한 보석 같은 작품이라 작가의 향후 발전과 활동에 기대가 크다”고 총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