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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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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1 | 작대기를 끌고 간 자국 |
대표 작품 2 | |
수상연도 | 2006년 |
수상횟수 | 제25회 |
출생지 | |
[수상 작품]
작대기를 끌고 간 자국 / 김영웅
우리들은 언제나 자기의 인생축도人生縮圖를 손안에 가지고 있어 손바닥만 펼치면 쉽게 미래를 볼 수 있다.
싸락눈이 살짝 내리고 찬바람이 부는 추운 아침에 조깅을 나섰다. 길바닥에 발자국이 엷게 나타나는 적은 량의 눈이다. 일상의 코스로 접어들었다. 눈 위로 작대기를 끌고 간 듯, 이상한 자국이 있다. 규칙적으로 원호圓弧를 그리고 있다. 무슨 뜻으로 그린 자국일까. 어쩌면 이렇게 크기가 똑같은 호弧를 반복해서 그릴 수 있을까.
한참을 달리자 내 앞에 풍風을 맞은 노인이 한쪽 다리를 끌며 허우적대는 몸짓으로 걷고 있다. 기억 자로 굽은 팔을 가슴 앞에 덜렁거리며 지축 지축 걸었다. 가까워지자 의문은 풀렸다. 눈 위의 자국은 뻗정다리가 된 그의 한쪽 발을 끌고 간 자국이었다. 드디어 그를 따라 잡았다. 무심히 지나치려다 깜짝 놀랐다. 대학 때의 클래스메이트였다.
젊은 날에는 고등학교의 교원이었고, 내 큰 녀석이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이다. 따라서 가끔 학습 지도상의 상담도 받았다. 그가 풍을 맞았을 때는 친구들과 문병을 갔다. 그러나 상태가 좋아진 뒤로는 잊고 지내온 것이다.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손을 잡고 건강의 근황을 물었다. 터부숙한 감촉이 따뜻한 내 손에 들어왔다. 날씨가 차서 얼굴이 얼었으므로 말하기가 불편했다.
'매일 아침 나오니 이 시간에 여기서 만나자.' 그가 말했다. '매일은 몰라도 자주 나오겠다.' 자신 없는 동의를 했다. 그가 맹렬한 건강에의 집념을 가진 것에 비하면 정작 건강한 나는 규칙적이 아니다. 며칠 만에 한번씩 시간 나는 대로 나갔으므로 만나지 못했다. 이듬해 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다. '왜 자주 안 나오느냐.' 그는 책망했다. 자기는 날마다 빠지지 않고 약속한 시간에 나왔단다. 건강치도 않은 몸으로 그랬다니 실로 미안했다.
불과 몇 년 전 내가 학부형일 때, 만나자는 요청은 주로 내 쪽에서 했다. 그가 일정을 맞춰 동의하면 내가 시간을 내는 것은 열일백사를 제쳐놓는 지상명령이었고, 약속을 잘 지켰다. '내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닌데.' 변명과 함께 약속 이행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은 생각이 들었다.
그를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장기간의 간병에 지친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떴다는 부음을 접하게 되었다. 빈소의 분위기는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자녀들은 재주가 있어 좋은 대학에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겉모습은 다 컸지만 학업 중이어서 경제적으로는 독립을 못한 것이다. 상처喪妻한 중풍환자에게 무어라 할 위로의 말이 없었다.'지가 먼저 갔다.' 풍 맞은 노인의 어눌한 말씨가 어느 달변가의 웅변보다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뒤로는 어쩌다 호숫가 조깅코스로 나가지만 만나지 못했다. 얼마 만엔가 궁금하여 전화를 걸었다. 점심을 사겠다고 했더니 그의 딸이 데리고 나와 나에게 맡겼다. 혼자서는 거동이 어렵고 변별력도 옛날 같지 않아 길을 찾아다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식사가 끝나고는, 다시 연락하니 데리러 나왔다. 이미 친구로서의 대화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헤어진 뒤 또 다시 세월이 흘렀다. 궁금하여 전화를 했다. 간병인이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바꿔주지 않았다.
건강회복을 위해서 운동도 억세게 하고 투약도 끈질기게 하더니 효험은 없나보다. 얼마 후 그의 병실로 문병을 갈까하고 연락을 했더니 환자의 상태가 심히 나빠서 면회사절 중이란다. 이렇게 장기간 앓아 누워있으면 무엇보다 먼저 가족들의 걱정이 앞선다. 그의 딸은 항상 아버지 걱정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자녀들의 효심이 지극한들 그 오랜 기간을 어찌 당해낼 수 있겠는가. 친구의 노년은 사람이 세상에 왔다가 가는 모습을 단계적으로 줄여서 그린 그림 같다. 우리들은 언제나 볼 수 있는 자기 인생의 축도를 손안에 가지고 있다. 손바닥만 펼치면 쉽게 그 그림을 볼 수 있다.
[작가 프로필]
「한국수필」 등단
공주사범대학, 한국외대 일문과, 건국대교육대학원, 한양대 교육대학원 졸업
천호중, 오주중 교감으로 퇴임
[작품 심사평]
수필의 본령本領을 터득한 문장
김영웅의 수필작품을 심의하는 순서에서 이철호 회장이 「김영웅과 최중호의 작품들이 돋보이지 않습니까?」하고 심사위원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사실, 내 쪽에서 제기해야할 발언을 이회장이 먼저 꺼낸 것이다. 이번에 심의 대상으로 올라온 작품들 중에 가장 돋보이는 문장이 이회장이 지적한 김영웅과 최중호의 작품이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들의 수필작품들은 우리 수필 문학이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수준에 다름 아닌 것이다.
특히, 김영웅의 작품에서 대표적인 수필문장의 모습을 목도할 수가 있다. 수필이 지닌 예술성을 제대로 갖춘 문장의 여유로움과 박진감을 마음껏 발휘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수필문학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하는 당당한 존재성과 기량과 품위를 한껏 형상화 시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만한 작품들이 당당한 기세를 올려주고 있는 탓으로 어느 한시기 수필이 다른 장르 문인들의 여기나 또는 그로 인한 잡문 취급을 받는 부당한 시선은 자취를 감추게 될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수필작품이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영토를 넓혀가는 구실을 문학본연의 특성을 살려가는데서 증명해놓고 있는 것이다. 수필문학뿐 아니라 문학의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문학은 늘 그 본연의 자리를 망각하거나 상실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필사적일 밖에 없다. 그만치 세상살이의 인간행위를 구속하는 습관, 상식, 통념들이 문학의 근원적인 바탕을 뒤흔들어 헤살을 놓기 때문이다. 김영웅의 수필작품들이 돋보이는 이유는 가령, 어디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을 지니려는 노력의 흔적이 수필문학의 토대라고 할 때 이분의 수필작품이 바로 그것을 실현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라고 하는 것은 스포츠에 전념하고 있을 때 마음과 몸이 평소의 모든 제약과 속박으로부터 잠시나마래도 벗어났을 때의 그것과 같은 것일진대 이작가의 수필문장을 펼쳐가는 자세와 정신이 바로 거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거니와 문학은 정신세계의 깊이와 폭을 넓히는 창조행위를 이룩하는 것이기에 수필문학 또는 같은 뿌리에서 자라는 창조행위인 까닭에 인간 삶의 너무나 많은 상식과 관행의 틀을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 본연의 가치를 찾아내고 밀고 나가는 것이다. 바로 김영웅의 수필 문장에서 그와 다르지 않은 창조행위를 감득할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었으며 이 나라 수필문학 및 나아가서 이 나라 문학의 등대불을 감지할 수 있었다는데 모두 의견이 모아졌다.
심사위원장: 김양수
심사위원: 황금찬 이철호 구인환 유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