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야외 체험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햇님이 조금 나와주셨네요.
명덕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이 두 번에 걸쳐 나들이 나오기로 했어요.
목공체험으로 작은 문구함을 만들고, 학교 도서관에 놓을 책을 골라가기로 했죠.
오늘은 도서관과 서점을 늘 가까이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주었어요.
나만의 세계에 갇혀 살지 말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세상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고 넓은 바깥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청소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책 이야기를 마치고, 마당으로 나가니...낙엽을 흩날리며 가을 바람이....
그래도 친구들은 꿋꿋하게 열심히 드릴을 잡고 문구함을 만들어 갑니다.
천만다행히도, 활동을 모두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네요...
친구들은 무사히 자신의 문구함 만들기를 완료했지요.
여기에 다음번에 학교에서 버닝펜을 이용해 멋진 글씨를 써넣을 거랍니다.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네요.
오늘의 책방 나들이가 특히 의미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직접 학교 도서실에 놓을 책을 골랐기 때문인데요.
연간 도서구입비 중에 일부를 활용해 책방에 와서 실물 수서라는 걸 한 거죠.
한 사람이 두 권씩, 내가 정말 보고 싶은 책, 아울러 학교 도서실에 꼭 있었으면 좋을 책들을 골랐습니다.
앞서 책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친구들은 저한테 별다른 조언을 구하지 않고 곰곰이 오랫동안 고민하며 자신들이 볼 책을 골랐습니다. 그야말로 심사숙고 !
오늘 이 책들은 당장 들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난 뒤, 저는 이 책들 뒷편에 메모지 한 장씩 붙였습니다.
거기엔 "2017년, 6학년 000이 추천합니다"라고 써주었지요.
그 아래 빈 칸은 이 책을 고른 당사자들이 채울 거예요.
저희가 책을 모아 도서관에 필요한 작업을 마친 후, 학교에 납품하면 아이들이 이 책을 다시 찾을 겁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 제가 붙여놓은 메모지에 왜 이 책을 골랐는지 두세줄 간단한 추천의 글을 남길 거예요.
이 친구들이 졸업을 하더라도 책은 학교에 남을 거고, 책을 펼쳐든 후배들은 더 친근하게 이 책을 접할 수 있게 되겠죠? 곧 졸업하게 될 6학년 친구들에게도 잊지 못할 작은 추억이 될 거예요. 본인의 흔적을 도서실에 남기고 간다는 것..참 좋은 일 같아요.
학교 도서실에서 이렇게 학생들이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귀찮고 번거로운 일입니다. 선생님의 강력한 의지와, 그 의지에 동반자가 되어줄 좋은 동네 서점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싫어한다고들 하지만, 서점에 와서 직접 책을 고를 때의 그 눈빛과 진지한 자세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어린이 청소년들의 서점 나들이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게 될 거예요.
학교 도서관들이 도서구입비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지만, 어찌보면 그나마도 도서관에 읽히지 않는 책들이 장식처럼 주루룩 꽂혀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힘들죠. 이렇게 서점에 와서 학교 도서관에 둘 책을 직접 골라보는 일은 아이들에게 도서관의 의미, 서점의 소중함, 독서의 힘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명덕초등학교에 책을 사랑하고, 책방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이런 소중한 체험이 가능했습니다.
부디 학교 도서관 관련 일을 하고 계시는 행정직원 분들, 그리고 선생님들...
서점을 향해 조금이라도 더 할인을 많이 해줘서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하시기 보다는, 이렇게 귀찮고 번거로운 일에 좋은 협력자 파트너가 되어보시지 않겠는가 제안해주신다면 어떨까요?
지금 우리들의 과제는 도서관에 한 권의 책이라도 더 확보하는 일보다, 한 번이라도 더 도서관에 발길을 하고, 책을 한 번 들춰볼 수 있도록 아이들의 관심과 애정을 만들어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우와~~ 왠지 먹먹해지는 글이예요~ 어제는 두 분 덕분에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답니다^^ 고맙습니다!
저희가 늘 고맙습니다. 작은책방과 연대해주시는 선생님들, 최고예요!! ㅎ ..
오늘 학교도서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 글을 읽고 제 마음도 먹먹해집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아이들도 좋아하면 참 좋겠다는 마음뿐이예요~
책에 대한 추억을 자꾸만 심어준다면 점점 책을 좋아하게 될 거라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