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7회 지리책읽기대회 수상작 - 최우수상(중등)
수상자: 송파중학교 1학년 김도희
참가도서: <슬픈 경계선>
너와 나를 넘어 우리로, 『슬픈 경계선』을 읽고
이 책은 작가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경계선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1부 모호한 경계선>에서는 제목 그대로 명확하지 않은 경계선 때문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해 적혀있습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메콩강), 인도네시아, 태국과 미얀마 사이, 싱가포르(말레이시아)와 같은 국가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단순히 나라와 나라 사이 경계선뿐만 아니라 정체성에 관한 부분도 있습니다. <2부 시간과 기억의 경계선>은 오키나와, 대한민국, 중국 조선족 자치구, ‘전쟁’이 아닌 베트남, 보르네오와 같은 나라들의 전쟁과 분열의 역사를, <3부 경계에 서 있는 정체성>은 자신의 국적이 불명확한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1부 모호한 경계선 – 인도네시아 : 경계에서 정체성을 상실한 이방인>에서 인도네시아인과 화교에 관해 말하는데, 여기서 타이완인인 작가를 인도네시아 화교인 담뱃가게 주인이 ‘우리’로 여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상황을 작가는 “그가 말하는 인도네시아인은 우리 사이에서 공통된 ‘타인’ 일 것”이라고 표현하는 게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또 ‘화교’는 어느 나라에서든 “경계 밖의 땅에서 온 이들”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화교가 있는 이유는 역사와도 상관이 있습니다. 아주 옛날부터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중국인들은 1405년, 명나라의 황제 영락제가 한족 왕조의 부활을 세상에 알리고 세계에 그 위상을 떨치기 위해 환관 ‘정화’로 하여금 함대를 이끌고 나가게 한 ‘정화의 함대’와 관련 있습니다. 이때 정화의 함대는 믈라카 해협이라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 작은 물길을 지나갔는데, 이때 중국인의 해외 이주도 활발해지며 이곳에 정착한 중국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현재 이런 ‘화교’ 들은 화교들끼리 서로 뭉치며 일부는 아직도 중국인이라는 개념을 굳게 믿고 있기도 합니다. 또 동남아시아의 경제는 화교들이 꽉 잡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속 화교의 비율은 5%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경제는 80% 이상을 손에 잡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 네덜란드령 동인도를 만들어 지배하며 인종분리정책을 실시했는데, 그곳에서 화교, 즉 동양계 외국인과 토착민을 나누면서 이 경계는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하지만 ‘화교’는 잠시 여행하러 온 관광지에선 ‘우리’일지도 몰라도 중국 내에서는 ‘타인’입니다.
<2부 시간과 기억의 경계선 - 대한민국 : 당신들이 그어 내게 남겨진 고요한 분열의 기억>에서는 우리나라의 분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예전에 아시아 기자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때 한국인 기자 하나가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남북한이 통일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기대를 안 해요. 만약 한반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아마 북한이 이미 중국 땅이 되어 있는 상태겠죠.” 보통 학교에서 배우는 긍정적인 통일의 전망과 이점과 달리, 이곳에서는 어두운 면도 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것은 너무 중국을 나쁘게 본 생각인 것 같습니다. 또한 북한도 아무 생각 없이 자신들의 땅이 중국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같은 한국인인데도 서로 나누어져 싸우는 모습이, “본래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남북한의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는 전쟁과 역사가 남기는 참혹한 잔재로부터 깊은 모순과 괴리를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보고 예전 통일전망대에 가 봤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의 양가 조부모님 모두 한반도 남쪽에 사셔서 직접적인 영향도 없었고, 책으로밖에 마주할 일 없는 곳이었습니다.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군복 무늬의 장치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것이 북한에서 남한을 공격했을 때 천장 앞 장치를 무너뜨려 서울로 오는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통일이 된다면 이런 장치는 물론이고, 서로 간의 경계도 이젠 더 이상 없을까요? 통일이 되더라도 단지 눈에 보이는 경계선이 사라진 것일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과 기억의 경계선’은 여전히 사람들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시간과 기억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려면 ‘우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북한이 ‘그들’이 아니라 ‘우리’ 가 되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3부 경계에 서 있는 정체성 – 마카오 : 세 권의 여권, 그리고 어디에도 없는 고향>에서는 마카오인 한 명이 포르투갈, 타이완, 마카오 특별구 여권, 총 세 권의 여권을 가진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상황은 “근대 마카오인들이 가진 정체성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특히 그 밑글이 인상 깊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0월 1일은 중국의 국경일인데, 이때는 톈안먼 모양의 시설물과 중국 고위 관직자의 사진을, 10월 5일은 포르투갈 국경일에는 태양등을 켜고, 10월 10일 중화민국 정부수립 기념 축일에는 푸른색 시설물과 타이완의 국기가 설치됩니다. 그러나 마지막 글귀의 내용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경일을 경축하는 문구가 내내 매달려 있었다. 그 문구는 쌍십절(10.10) 때까지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입니다. 즉 마카오가 중국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여기서 이 세 권의 여권의 주인인 한 남성은 자기 뿌리를 찾기 위해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나지만, ‘뿌리’는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세계는 “여러 문화가 혼재되어 있”어서, “뿌리를 찾는다는 것은 무의미” 합니다. 사실 모든 인류는 같은 지역에서 시작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빈번하게 서로 교류하고 접촉했으며, 지배하고 지배당했기 때문에 문화와 역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도 세계사를 배우고 있는데, 세계사에서 한 나라의 역사만 따라가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역사는 누군가와의 오가는 일이 있어서 만들어지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사에서는 그 당시 세계의 흐름을 읽어내면 왜 일본이 1930년대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력을 끌고 갔는지, 어떻게 미국이 강대국이 될 수 있었는지, 어째서 싱가포르에 이슬람 왕국이 세워졌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정체성에 관해선 조금 다릅니다. 이렇게 세 권의 여권을 가지게 된다면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작가가 직접 각 나라를 방문해가며 사람과 서로 마주하며 쓴 이야기라 그런지 생동감이 넘쳐서 좋았습니다. 또 동아시아 나라별로, 사건의 원인별로 분류해 세 부로 나뉘어 쓴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역이 동아시아에만 국한된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 책을 읽고 세계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화교와 조선족, 메콩강 이야기부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분단 문제, 그리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베트남 신부와 타이완의 관계까지 놀라운 것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화교에 관한 부분이 많이 나왔는데, 정체성에 관한 부분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만나보고 싶습니다.
이 책에 끝맺는 말에서 “국가는 나와 너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되지만, 국가와 국경이 나와 당신의 차이와 갈등을 설명할 수 있나?”라는 말이 나옵니다. 제 생각에 아마 이 부분이 작가가 수많은 갈등과 이야기를 통해 결국 설명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요? 국가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세계에는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 국가가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갈등은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이죠. 이런 갈등과 경계선을 무너뜨리며 우리는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주한 사람도, 원주민도 ‘우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런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분단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죠. 일단 통일이 된다는 가정하에, 우리는 북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먼저 북한과 우리나라 것을 합치되, 너무 서두르지 않아야 합니다. 갑자기 유입된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 ‘그들’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며 함께 해야 합니다. 또 정치, 경제는 물론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통일되기 전 서로에 관해 충분히 이해하고 어린이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관련 정보를 습득해 북한 사람들도 같은 ‘한반도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진정한 하나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며, 지금부터라도 큰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