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 : 2026. 3. 7(토)
2. 장소 : 금당산, 명옥헌, 소쇄원
3. 행로와 시간
[풍암호수주차장(10:33) ~ 황새정 ~ 삼흥정 ~ 정상(11:43) ~ 삼흥정 ~ 주차장(13:00) / 6.62km]
[금당산 등산]
등산을 준비하며 여러 곳에서 얻은 정보로 키워드를 정리하면, '산림청 200대 명산, 높이 303.5m, 무등산 조망'으로 요약된다.
10:30 풍암호수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스타벅스가 있다. 도심에 위치한 산이다.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팔랐고 돌도 많았다. 두 곳의 정자를 지나 정상 밑 헬기장에 서니, 흰 눈을 머리에 인 무등산이 도도하게 그 존재를 드러낸다. 아파트 단지 뒤로 층층이 너울지는
산들의 가장 높은 곳에 무등산이 있었고, 흰구름 밑으로 정상이 선명하다. 예상하지 않은 횡재에 놀라 오래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장관이다. 잠시 더 걸어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도 관심은 오직 무등산이었다. 이 작은 산이 200대 명산 반열에 오른 이유를 말해 주는 것 같았다.
하산 시에는 삼흥정에서 밑에 길로 내려왔다. 잠시 비탈을 내려서자 같은 산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탄한 등로가 이어진다. 금산당은 정상을 기점으로 ㄷ자 모양의 산인데 그 길 사정은 사못 달랐다. 오를 때의 산어깨길은 등산로였다면, 내려올 때의 산허리길은 산책로였다.
다시 들머리에 선다. 천천히 걸어 2시간 반이 소요된 부담없는 등산이었다. 인근 식당에 1인분을 파는 음식은 비빔밥 뿐이었다. 떡갈비는 눈으로만 보고 '돌판비빔밥'을 주문했는데, 이게 정말이지 맛이 일품이었고, 딸려나온 반찬의 가지 수와 맛도 인상적이었다. 전라도의 음식 수준을 다시금 확인했다.
밥이 보약이다. 등산의 피로가 확 풀렸다.
[명옥헌 (명승 58호)]
옥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해서 ‘명옥헌’이라 명명된 곳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정자를 세우고 배롱나무를 심어 명소가 된 민간정원이다. 수령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 20여 그루가 있다. 길에서 보는 가느다란 배롱나무와 차원이 다르다. 긴 세월만큼 굵고 거칠다. 이곳 배롱나무는 정자 주변의 소나무, 느티나무, 동백나무와도 어우러진다. 아담한 명옥헌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배롱은 품격 있다 한다.
명옥헌 원림은 연못을 품고 있다. 입구에 큰 연못이 있고, 정자 뒤에 작은 연못이 있다. 조선 시대 정원에 나타나는 방지원도(方地圓島)형 연못으로, 연못 가운데 자그마한 섬이 있다.
금당산에서 30여 분 이동하여 명옥헌 주차장에 도착했다. 마을을 따라 500m 가량 걷는 길은 운치 있었다.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 남녘은 봄이다.
크지 않은 정자와 연못을 둘러 보았다. 정자는 세월의 품격이 느껴졌고, 주변 나무들도 인상적이다. 배롱꽃이 활짝 핀 여름의 화려함이 그려졌다. 명소는 크지 않아도, 계절이 달라도 단번에 시선을 끈다. 명품의 조건이다.
[소쇄원 (명승 40호)]
소쇄는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다. 한국의 전통정원 중 최고의 원림으로 평가받는 1400평 규모의 정원이다. 양산보가 1530년대에 시작하여 그의 손자 대에 이르러 완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쇄원은 원림 자체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자연 그대로의 멋을 살린 최고의 소리정원이다.물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의 스침, 벌레소리나 새들의 지저김 등 자연계의 여러 소리가 미묘하고 심원한 음색으로 들려온다. 양산보는 소쇄원에서 토지나 환경 그 자체에 축적된 자원 혹은 자연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창조력을 끌어냈다.
다시 10분여를 이동하여 소쇄원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열한 키 큰 대나무숲이 이곳의 예사롭지 않음을 예고한다. 대나무숲이 끝나는 곳에서 소쇄원의 시설들이 등장한다. 돌 많은 계곡 위에 기가 막히게 주변과 잘 어울리는 정자들이 앉아 있다. 툇마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신선의 경지이다. 모름지게 차경이라는 건 이러해야 한다를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계곡 사이를 잇는 담벼락을 위해 만들어진 돌다리 석층은 그 모습 자체가 예술이다. 넋을 넣고 바라보다 결국 그 앞에 서서 내 흔적을 남겼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닐다 다시 대숲 앞에 선다. 이곳은 다음에 꼭 다시 와야 겠다. 그 만큼 인상 깊은 곳이다.
< 에필로그 >
남녘 땅,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낮은 산과 정자를 여행했다. 많은 일들이 기대 이상이었다.
금당산은 최고의 무등산 조망대로 그 가치를 증명했다.
자연을 닮은 집, 명옥헌과 소쇄원의 정자는 공간을 지배하지 않는다.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존재했던 바위나 초목처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존재했다. 그래서 더 놀랍다.
서울행 버스는 오후 4시에 출발했다. 귀경 길에 본 산야는 아침과는 다르게 봄기운이 가득하다. 들녘에 햇살이 내려앉은 모습이 따스하게 더 다가왔다.
버스 맨 뒤, 작은 짐을 두는 포갯도 없는 자리에 앉아서 사진을 정리하고, 잊을세라 산행기의 초본을 작성한다. 내가 토요일을 보내는 의식이다.
소사에 감사하는 게 행복한 삶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