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의료분쟁 해결을 위한 제도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분쟁 해결을 위한 제도는 의사 및 병원배상책임보험 이외에 의료심사조정위원회와 대한의사협회 공제회가 있다.

1. 의료분쟁조정위원회

1981년 12월 의료법개정을 통하여 의료행위로 인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조정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률에 근거하여 의료분쟁을 분쟁당사자들이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의료사고를 심사하여 법적 문제로 확대되기 전에 분쟁을 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1985년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38건이 접수되어 3건이 조정되고 35건은 기각 16건, 반려 8건, 취하 등이 11건으로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다.

이 제도의 문제점으로는 1) 조정전치주의가 인정되지 않아서 관계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위원회의 심사 및 조정기능이 유명무실해지고, 2) 조정결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어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2. 대한의사협회 공제회

대한의사협회는 현행 의료법 제28조의 2에 근거하여 1982년부터 의료분쟁으로 인한 회원들의 피해 보상을 위해 공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공제회는 환자측과의 원만한 합의를 위한 중재, 협의 및 조정을 하고, 병원점거, 난동, 진료시설 훼손 등 환자측의 진료방해 행위에 대응하며, 합의금 지급, 의학 및 법률적 자문, 변호사 선임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공제회에도 미흡한 점이 많다. 첫째, 보상 한도액이 구좌당 1,000만원에 불과하고, 3구좌 한도로 되어있어 급증하는 의료사고 배상액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공제회의 존립 의의는 보상금 지급을 통한 경제적 위험의 구제라기보다는 의사에 대한 법률적 자문과 환자측의 진료방해 행위에 대한 대응에 있다고 하겠다.

3. 의료분쟁해결을 위한 현행법상의 조정제도

1) 소비자보호법에 의한 분쟁조정

의료피해자는 의료소비자로서 소비자보호법에 의하여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소비자보호법 제2조 제2호). 따라서 의료피해자는 동법 제34조에 의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준하는 분쟁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 이를 통하여 피해구제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미 피해구제를 거치거나 피해구제를 청구한 상태에 있는 경우는 피해구제를 할 수 없다(동법 시행령 제28조 제1호).

소비자보호원에서 마련하고 있는 피해구제방법으로는 소비자상담을 통하여 불만을 처리하거나 합의권고를 통하여 조정하고 있다. 조정을 위하여 위원장 1인을 포함한 2인의 상임위원과 7인 이내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있다. 조정절차는 분쟁조정신청을 받으면 10일 이내에 조정위원장이 당사자에게 보상방법에 대한 합의의 권고를 할 수 있으며 30일 이내에 위원회의 조정이 있어야 한다(제44조 제2항). 조정위원회에 분쟁 양당사자는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며 위원회는 최종적으로 내린 조정결정 내용을 양당사자에게 서면 통보하여 15일 이내 수락여부에 대해 양당사자의 의견을 구하게 된다. 조정결정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되며 소비자보호원이 조정서를 작성하여 양당사자가 기명날인하면 조정서의 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제45조 4항).

2) 의료법상 의료분쟁조정제도

(1)분쟁조정기구

의료법 제5장의 2 '분쟁조정'조항에는 보건복지부장관 소속하에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를 두고, 도지사 소속하에 지방의료심사조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54조의 2). 중앙의료심사위원회는 위원장 1인꽈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7인 이상 15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법 제54조의 2 제 2항, 법 시행령 제22조 제1항). 의료인, 법조인, 언론인, 소비자단체대표, 의료행정 또는 분쟁조정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의료인이 아닌 자 중에서 의료인과 비의료인 양자 동수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법 제22조 제2항). 보건복지부 차관이 그 위원장이 되며 이들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제 23조 1항). 업무처리를 위하여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에 보건복지부소속 공무원 중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임명하는 간가 1인과 서기 약간명을 두고 있다(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제2항).

지방의료심사조정위원회는 각 시쇓도에 설치하되 위원의 임기쇓자격쇓인수 등은 모두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의 그것과 같으며 다만 부시장, 부지사가 위원장이 되는 점만이 다르다(법 시행령 제22조 내지 제24조).

(2)조정절차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조정신청을 할 수 있으며(법 제54조의 3) 의료분쟁사건은 분쟁이 발생한 시쇓도의 지방의료심사조정위원회의 관할에 속하되, 2개 이상의 시쇓도에 걸치는 분쟁과 지방조정위원회가 스스로 조정할 수 없다고 결정하여 이송한 분쟁은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의 관할이 된다(법 제54조의 4).

분쟁당사자는 의료분쟁이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관할 시쇓도지사에게 조정을 신청하게 되며 조정신청이 위원회에 회부되면 지체없이 그 분쟁의 조정에 착수하여야 한다(법 제54조의 5). 조정위원 또는 관계공무원이 의료분쟁을 조정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당사자 또는 참고인에 대하여 위원회에 출석쇓진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관계서류의 열람권, 행정기관쇓의료기관쇓기타 공쇓사단체에 사실을 조회할 수 있는 권리, 관계의료기관에 출입쇓조사할 수 있는 권리등을 행사하여 효과적으로 사안의실체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법 제54조의 6 제1항).

(3)조정의 효력

조정위원회는 조정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조정안을 작성하여 분쟁당사자에게 제시하여야 한다(법 제54조의 7 제1항). 90일 기간은 훈시규정으로서 필요한 경우에는 위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조정안을 양당사자가 수락하게 되면 조정위원은 조정조서를 작성하고 당사자와 함께 이에 서명날인하여야 한다(법 제54조의 7 제2항). 조정조서는 민사소송법 제206조의 규정에 의한 화해조서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법 제54조의 7 제3항). 따라서 조정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부여되므로 소송에 있어서 판결서와 같은 효력이 있으며 상대방에 조정조서가 송달된 경우에 집행문의 부여를 받아 강제집행을 할 수 있고 조정조서의 내용에 불복시에는 준재심에 의한다(민사소송법 제431조, 제422조).

(4)문제점

첫째, 의료심사조정위원회의 존재와 역할을 충분히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위원회를 소집하고 운영하는 전담 상설조직이 없어 운영이 형식화되고 실질적인 기능수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3) 민사조정법에 의한 의료분쟁조정

(1)조정의 신청 및 관할

민사조정법 제5조는 의료과실 및 수혈, 헌혈, 피임시술, 예방접종 또는 의료용구의 부작용 등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는 서면 또는 구술로 조정을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사조정법에 의하면 소를 제기한 사건에 대해서도 직권에 의하여 조정에 회부할 수 있독록 하고 있다(법 제6조). 즉 제1심법원은 당사자가 소를 제기한 경우라도 사건의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서 전문가조정위원의 관여에 의한 조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적정하고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속중인 소송을 결정으로 조정에 회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당사자가 소를 제기하기 전에 조정을 신청하는 예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담당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조정에 회부하여 사건을 해결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2)조정기관

조정기관으로는 조정담당판사, 조정위원회, 조정위원이 있다. 조정사건은 조정담당판사가 처리하며(법 제7조 제1항) 조정담당판사는 당사자의 신청이 있거나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하도록 할 수 있다(동조 제 2항). 직권으로 조정에 회부된 사건은 受訴법원이 스스로 조정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한 것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受訴법원은 조정담당판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는다(법 제7조 제3항, 제4항).

조정위원회는 위원장 1인과 조정위원 2인으로 구성되며 조정자는 판사로 한다(법 제8조). 조정위원은 지방법원장 또는 지방법원지원장이 매년 미리 위촉한 자로 한다(법 제10조 제1항).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조정위원은 당사자가 합의에 의하여 선정한 자 또는 위 조정위원 중에서 특히 의료관계전문가를 조정장이 지정한다(법 제10조의 2).

조정위원의 직무는 조정을 행하는 것외에 조정사건에 대하여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의거하여 의견을 진술하고 조정장의 촉탁에 따라 조정사건의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조정사건의 분쟁사실관계에 대하여 조사를 한다(법 제10조 제2항).

(3)조정절차

조정절차는 당사자의 신청이나 법원의 직권에 의하여 회부된 경우에 개시되며 조정담당판사 또는 조정장인 법관과 조정위원 2인으로 구성되는 조정위원회에 의하여 운영되고 조정장이 이를 지휘한다(법 제11조). 조정담당판사는 조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조정전의 처분으로서 상대방 기타 사건관계인에 대하여 현상을 변경하거나 물건을 처분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기타 조정의 내용이 되는 사항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배제하도록 명할 수 있다(법 제21조).

조정담당판사 또는 조정위원회는 사건의 성질상 조정을 함에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거나 당사자가 부당한 목적으로 조정의 신청을 한 것임을 인정하는 때에는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결정으로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다(법 제26조). 또한 조정담당판사나 조정위원회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하거나 성립된 합의 내용이 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법 제30조)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시켜야 한다(법 제27조). 즉 당사자간에 합의한 내용이 위법하거나 조정안을 제시하고 설득을 하였으나 당사자의 입장이 완고하여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을 때에는 조정불성립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4)조정의 성립 및 효력

조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사항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성립하며 그 기재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법 제29조)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민사소송법 제206조).

조정담당판사는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사건 또는 당사자 사이에 성립된 합의의 내용이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한 사건에 관하여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직권으로 당사자의 이익 기타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신청인의 신청취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내에서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한 결정을 해야 한다(법 제30조). 이에 대해서 당사자는 조서정본이 도달된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신청이 취하된 경우, 이의신청이 부적법하여 각하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법 34조).

(5)소송에의 이행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 이의신청으로 실효된 경우, 조정을 하지 아니하기로 한 경우, 조정불성립의 경우에는 조정신청을 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본다(법 제36조).

Ⅵ. 의료분쟁 조정법

1. 의료분쟁 조정법의 필요성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으로서는 소송에 의한 방법과 소송외에서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소송에 의하는 경우에는 실체법과 절차법에 구속을 받기 때문에 사안의 실체를 밝히고 타당한 해결안을 얻기 어려우며 입증책임 원칙이 적용되는 결과 과실과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입증책임분배원칙이 적용되어 패소하게 되므로 판결에 패소한 당사자가 승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조정에 의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원칙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사안의 실체를 밝히고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정서에도 합치하며 의료행위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비추어 보아도 타당한 해결방법이라고 하겠다.

위에 든 현행법상 의료분쟁 조정제도는 각각 나름대로의 의의가 있는 반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닌다. 즉 소비자보호원에서 의료분쟁을 처리하는 경우 조정위원이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조정안을 제시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의료법에 의하여 설치된 의료심사조정위원회는 상설적 기구가 아니라는 점과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가 뒤따르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 또한 의료법은 의료전반에 관하여 규율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의료분쟁조정에 관한 규정은 1개장 7개 조항에 불과하여 이러한 조문만으로 의료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민사조정법에 의하는 경우에는 의료분쟁해결을 위하여 1996년부터 15명의 조정위원을 위촉하여 운영하고 있어 의료법이나 소비자보호법에 의하는 경우보다 좋은 실효를 거두고 있다. 다만 이의 효율을 거두기 위해서는 민사조정법에 의한 조정위원회를 상설기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민사조정법은 민사에 관한 분쟁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분쟁에 내재되어 있는 특성에 따른 적정한 해결안을 모색하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의료분쟁 해결의 핵심은 사안의 실체를 밝히는 것과 적정한 손해의 전보에 있는데 민사조정법에 의하는 경우 피해구제방법에 관해 규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보상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데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단일법안의 제정이 필요하며 소송에 비해 우리 정서에도 합치하며 의료행위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관해서도 타당한 해결방법이 요구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료분쟁조정법안의 제정은 필요하고도 시급한 과제이다.

2. 의료분쟁조정 입법안의 추진경과

1988년 10월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할 것을 건의한 것을 시작으로 1991년 병원협회와 연대하여 의료피해보상구제법안을 만들어 정부에 입법청원을 하였다. 이 법에서는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설치와 피해구제기금 설치에 관한 규정 및 조정전치주의의 도입과 기금은 의료기관, 제약회사 및 국가가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991년과 1992년 사이에 2회의 공청회와 보사부 주관하에 법안조정대책회의 5회 개최되었으나 경제기획원의 예산 비확대 방침에 따른 불가입장과 형사처벌면제와 난동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조항이 법의 형평성과 체계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법무부와 법제처의 반대에 부딪혀 법제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1994년 9월 보사부는 의료분쟁조정법안을 입법예고하고 그해 11월에 입법예고안이 일부 수정되어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제14대 국회에 상정되었다. 1995년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되고 그해 12월 의사협회의 무과실보상규정의 제정요구와 정보의 보험자 피해기금거부로 자동 폐기되었다.

그 후 1996년 9월 대한의사협회가 다시 입법예고안을 제출하여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하였으나 그 해 12월 법무부에서 조정전치주의와 형사처벌특례에 대한 반대로 국회상정 자체가 무산되었다.

1997년 대한의사협회와 의료개혁위원회가 안을 다시 마련하였으나 조정전치주의와 형사처벌특례조항에 대한 법무부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제정이 무산되었으나 1998년 7월 보건복지부 소속 국민회의 의원과 자민련 의원의 입법발의와 동의로 184회 임시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에 접수되었고 이어 10월에 신한국당 의원이 국민회의 입법안과 차별화된 법안을 발의하였다. 이 두 법안은 법안소위원회에서 단일법안으로 조정하는데 실패하였고, 소위원회는 무과실보상제도의 도입은 정부의 다른 보상체계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는 반대입장을 정식으로 밝히고 있으며 1998년 보건복지부는 1996년 법안과 동일한 내용으로 입법안을 예고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3. 의료분쟁조정법안의 내용

1996년 9월 입법예고한 시안은 의료사고에 대한 총 6장 37개조와 부칙 5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1) 목적과 배상대상

이 법은 의료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의 보장에 관한 사항과 의료분쟁의 조정을 위한 절차 등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및 재산상의 손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고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배상은 과실책임 원칙에 따라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 혈액관리로 인한 피해와 의료용구로 인한 피해를 그 대상으로 하며 배상책임자로서 의료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의료관계종사자, 혈액관리로 인한 경우에는 의료관계기관 또는 혈액원 종사자, 의료용구로 인한 경우에는 의료용구제조자 또는 수입자로 하고 있다(제3조, 제2조, 제11조 제1항, 제23조)

2) 조정기구

의료분쟁조정기구로는 중앙과 지방에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두는데 중앙위원회는 보건복지부에, 지방조정위원회는 특별시, 광역시와 각 시쇓도산하에 설치쇓운영한다(제3조). 중앙조정위원회는 위원장을 제외한 5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공익을 대표하는 자로서 변호사 자격을 가진 위원이 2/3이상이어야 하고, 의료인 및 소비자를 대표하는 자 중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며 위원장은 이 중 공익을 대표하는 자 중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그 위원장을 임명, 위촉한다. 이들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제5조). 지방위원회는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가 그 위원장과 위원들을 임명쇓위촉하는 점만이 다르고 나머지는 중앙위원회와 같다.

조사 및 조정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조정위원회에 조정부를 두는데 그 구성은 조정위원장이 지명하는 3인 이상 5인 이하로 하되 변호사 자격 위원 1인을 포함한 공익 대표 위원이 1인이상 5인이하, 의료인과 소비자 대표위원은 각 1인으로 한다(제7조).

조정위원회의 조사업무를 보좌하고 조정위원장이 지정하는 사항을 수행하게 하기 위해 중앙조정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또는 당해 위원회 소속 공무원 중에서, 지방조정위원회의 위원장은 시쇓도 또는 당해 위원회 소속 공무원 중에서 조사관을 지명할 수 있다(제10조).

3) 조정절차

(가)조정 신청

의료분쟁의 당사자나 그 대리인은 해당 의료기관 등이 소재한 시쇓도의 지방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서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제11조 제1항). 조정신청을 받은 지방조정위원회는 지체없이 피신청인에게 그 사실를 통지하고 위원장은 조정부를 구성하여 사건을 조사 조정토록 한다. 조정부의 조사 결과 그 분쟁이 중앙조정위원회의 관할에 해당하는 경우는 중앙조직위원회에 이송 한다(제15조).

(나)조정전치주의

의료분쟁에 관한 소는 이 법에 의한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다(제13조). 다만 제18조의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한 경우, 국가배상법에 의한 배상심의회의 결정을 거친 경우, 이 법에 의해 조정을 신청한 후 90일이 경과한 경우에는 조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 법은 국가배상법상의 전심 절차만 인정하고 그 밖의 절차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의료분쟁에 관하여 민사조정을 거친 경우라 하더라도 본 법에 의한 조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다)분쟁의 조사

조정부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해자, 신청인, 분쟁관련 의료관계기관의 종사자 및 대표자 등 분쟁관계자 또는 참고인 등으로 하여금 출석하여 진술하게 하거나 문서쇓물건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국쇓공립병원 등 다른 기관에 조사 등을 위탁하거나 권한있는 기관에 부검을 요구할 수 있다(제15조). 이러한 요구 또는 출석요구를 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또는 허위로 진술 또는 자료를 제출한 자, 조사를 거부쇓방해쇓기피한 자에게는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시쇓도지사가 300만원이하의 관태료를 부과쇓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37조 제2항).

(라)분쟁의 조정

조정부는 당해 조정부에 배상된 분쟁사건을 60일 이내에 조정부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조정쇓결정해야 한다. 단 조정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1회에 한하여 30일까지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제19조). 조정부는 조정결정서를 작성하여 조정위원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제21조). 조정위원장이 조정결정서를 제출받았을 때 그 정본을 7일 이내 신청인 및 피신청인에게 송달해야 한다(제22조).

조정결정서를 송달받은 피해자인 당사자는 그 결정에 동의할 경우에 자신의 동의서를 첨부하여 의료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의료관계종사자, 혈액관리로 인한 경우에는 의료관계기관 또는 혈액원종사자, 의료용구로 인한 경우에는 의료용구제조업자쇓수입업자에게 각각 배상금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위의 가해자가 공제조합에 가입한 경우에는 피해자인 신청인이 직접 조정결정서 정본과 본인 및 가해자의 동의서를 첨부하여 당해 공제조합에 배상금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제23조).

(4)조정을 하지 않는 결정

조정위원회는 신청된 사건의 성질상 조정을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된 때나 신청인이 부당한 목적으로 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인정되는 때, 신청인이 조사에 불응하거나 2회이상 출석요구에 불응한 때는 조정을 하지 않는 결정을 하고 그 사실을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5)조정의 효력

당사자 쌍방이 조정결정에 동의하거나 피해자인 당사자가 배상금 지급을 청구하여 이를 완납받은 때에는 민법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제24조). 그러난 피해당사자가 조정조서를 송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배상금지급청구를 하지 않거나 50일 이내에 공제조합에 지급청구가 없을 경우, 가해당사자가 별도의 동의없이 배상금 지급청구를 받은 지 30일 이내에 배상금 지급을 하지 않으면 조정결정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제23조).

(6)시효의 중단

조정의 신청은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다만 그 신청이 취하되거나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결정이 내려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중단된 시효는 당사자가 조정결정을 수락하여 조정위원회에 동의서를 제출한 때,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조정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한 때, 제23조에 의한 조정결정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본 때부터 새로 진행한다(제26조).

(7)의료배상공제조합

의료인단체 및 의료기관단체는 의료관계종사자의 의료행위 또는 혈액관리로 인한 피해의 배상을 위하여 공동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의료배상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이라 한다)을 설립쇓운영하여야 한다(제28조). 공제조합은 공제사업으로서 책임공제와 종합공제를 운영한다. 의사 등은 공제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여야 하며 공제조합이 정한 공제료를 납입하여야 한다. 만약 의사 등의 책임있는 사유로 책임공제에 가입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쇓징수할 수 있다(법 제37조).

(8)진료방해 등 금지

의료분쟁을 사유로 의료관계기관의 의료용시설, 기재, 약품 기타 기물 등을 파괴쇓손상하거나 의료관계기관을 점거하여 진료를 방해해서는 안되며 이를 교사쇓방조해서는 안된다(제30조).

(9)의료행위에 대한 형의 감면(반의사불벌조항)

의료관계 종사자가 의료행위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업무상 과실, 중과실치사상)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36조 제1항). 단 업무상 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사상죄를 범한 의료관계종사자가 책임공제에 가입한 경우, 종합공제에 가입한 경우 및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당해 의료관계종사자에 대한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제36조 제2항). 이러한 처벌의 특례를 받을 수 없는 예외적 사유로 8가지를 규정하고 있다(제36조 제1항). 예외 사유로서는 ①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의료행위를 한 경우 ②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면허된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 ③약제에 대한 필수적인 과민반응검사를 하지 아니하고 약제를 투여한 경우 ④처방과 다른 약제를 사용한 경우 ⑤혈액형이 적합하지 아니한 혈액을 수여한 경우 ⑥수술 또는 치료과정에서 환자 또는 수술부위를 혼동한 경우 ⑦유효기간이 경과하거나 변질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⑧수술시 가위쇓거즈쇓바늘쇓수술용장갑 기타 기구 등 이물질을 체내에 잔류시킨 경우이다.

4. 의료분쟁 조정법안의 문제점

1) 의료분쟁기구상의 문제점

첫째, 조정기구인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중앙과 지방위원회로 나누어 보건복지부 산하와 특별시,광역시 및 도에 두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분쟁기구를 정부의 관료주의적 통제하에 두게 됨으로써 자율적인 기능의 한계를 가진다. 또 그 구성을 보면 중앙조정위원회는 위원장을 제외한 50인 이내의 위원 중 공익을 대표하는 자로서 변호사 자격 위원이 2/3이상이어야 하고 위원장은 공익을 대표하는 자 중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임명 위촉하도록 한다. 조사 및 조정업무를 수행하는 조정부의 구성도 조정위원장이 지명하는 3인 이상 5인 이하의 조정위원중 변호사 자격을 가진 위원 1인을 포함한 공익 대표 1～5인, 의료인과 소비자대표 각1인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분쟁조정기구를 사법화하게 되어 조정전치주의와 병행하는 경우 사전심사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될 소지가 있다.

조정제도는 법원 밖에서 제도적 심리적 압박감을 덜 받으면서 적절한 해결안을 모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조정기구를 사법화하게 되면 그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둘째, 이 법안에 의하면 분쟁조정위원회를 특별시, 광역시, 도에만 두고 있기 때문에 분쟁당사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하려면 도청 소재지까지 찾아가야만 한다. 이는 법원이 지방법원지원, 순회재판소의 설치 등으로 시 또는 군단위까지 설치되어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분쟁당사자에게 불편하다. 따라서 최소한 법원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는 조정위원회가 설치쇓운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법안은 혈액관리 또는 의료요구로 인한 의료분쟁은 중앙위원회에서 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제4조) 이는 분쟁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규율하기 보다는 지방위원회에서 조정할 수 없거나 조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하여 중앙조정위원회에 이송하게 하여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조정전치주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의료분쟁에 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조정전치주의는 정부의 입법예고안 뿐만 아니라 의원입법안에도 모두 채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항에 대한 법무부 및 법조계의 반대입장은 대단히 강경하다. 이유는 조정전치주의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헌법 제27조)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조정절차에 의해서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는 소송에 의해야 하는데 이 경우 분쟁해결을 지연시키고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조정결과가 소송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조정결과가 나쁜 경우에는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될 여지도 크다. 현실적으로 볼 때 소송은 절차가 경직되어 있는 반면 소송 당자사가 사실에 관한 공격과 방어 및 주장과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만 조정에 의하는 경우는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상호 양보를 권유받으면서 타협에 이르기 때문에 조정결과는 소송보다 분쟁당사자의 입장이 절제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이처럼 다른 조건에서의 조정이 소송에 그대로 반영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분쟁당사자가 소송이나 조정 어느쪽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조정전치주의를 취하여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제조정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나 강제조정권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간만 지연시키게 된다.

조정전치주의의 실효를 거두려면 사안의 실체를 밝히고 합리적인 피해구제안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조정위원회는 비상임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의문시되며, 전문가가 아닌 조사관이 업무를 수행하므로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회의적이다. 이러한 근거로 내려진 판단의 공정성과 정확성에도 의문이 따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조정전치주의는 사안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분쟁당사자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절차로 전락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3) 의료배상공제조합

의료인 및 의료기관단체는 의료종사자의 의료행위 또는 혈액관리로 인한 피해의 배상을 위하여 의료배상공제조합을 설치쇓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의사 등은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입한 의료인들이 납부한 공제료를 배상기금으로 사용하여 환자측이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의료인이 배상금 전액을 스스로 부담하지 않으므로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손해의 분산이 의사들로 하여금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는가도 중요하다. 사고에 따른 보험료 할증을 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예방기능을 갖게 되겠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그 부담이 결국 환자 진료비에 전가되어 의료수가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 따라서 의료인들의 손해분산과 의료사고의 예방기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또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환자의 권익을 침해한 경우와 업무상 필요로 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하는 해로운 결과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이는 '과실있는 의료행위'에 의한 피해를 배상하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배상될 수 있는 의료행위의 범위'에 관한 입장 차이로 이 조항은 논란이 많다. 즉 과실에 의한 피해만을 배상해야 한다는 방안과, 불가항력에 의해 발생된 의료사고까지를 배상해야 한다는 방안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다.

과실에 의한 의료피해에 대해서만 배상함을 원칙으로 할 때 명백한 과실여부를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문제되는데 실제로 이러한 경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의료분쟁을 종식시키고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과실과 무과실의 한계선상의 의료사고를 어떻게 처리해 주느냐가 관건이다.

의료계는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 국가가 도입한 의료보험제도가 진료수가 통제를 통해 진료행위를 통제하고 있으므로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불가항력적 사고의 보상을 주장한다. 또 이러한 기능을 가진 보험자나 보험자단체가 의료인과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면 의료보험제도 하에서의 진료는 보험자가 의료기관에 위탁한 것이고 의료기관이 이를 거부할 경우 제재가 가해지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자가 의료사고 및 분쟁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빠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계는 의료배상공제조합과 의료피해구제기금을 만들어 전자는 과실책임 원칙에 따라 배상 하고, 후자는 원인불명이나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 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한다. 기금의 조성은 전자의 경우 의료인이나 의료기관단체가 공제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후자의 경우 의료보험법을 개정하여 의료보험료에 위험부담금을 부과하여 의료피해구제기금을 조성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원입법안은 의료보험기관과 국가의 보조에 의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고, 경제기획원은 의료분쟁조정기금 설치의 어려움과 정부의 예산 비확대 방침에 따라 정부의 재정부담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과실책임 배상만으로는 분쟁해결에 부족할 것이어서 불가항력 및 원인불명의 의료사고까지를 포함한 방식이 분쟁해결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가항력적이란 것의 범주설정과 원인불명이라는 개념이 모호하여 피해보상의 적용범위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는 또한 법체계상으로도 과실책임원리를 취하고 있는 민법과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4) 진료방해 및 난동행위규제

의료분쟁을 사유로 의료관계기관을 점거하거나 의료관계기관의 의료용시설, 기재, 약물 기타의 기물 등을 파괴쇓손상하거나, 의료관계종사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하여 진료를 방해해서는 안되며 이를 교사쇓방조하여서도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0조).

의료사고가 분쟁화되는 경향이 심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병원을 점거하는 등 난동행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1988년 10월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할 것을 건의하게 되었다. 의료계는 의사의 신분보장과 건전한 진료풍토를 위하여 진료방해나 난동행위를 무겁게 처벌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분쟁조정법안에 진료방해 및 난동행위 등을 규제하는 조항을 반드시 설치할 것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진료방해나 병원에서 난동행위를 부리는 것은 현행 형법상 폭행(제260조 제1항), 협박(제283조 제1항), 업무방해(제314조), 재물손괴 등(제366조)의 죄에 해당하므로 이에 의하여 처벌하면 될 것이고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에 의하여도 규율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규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오히려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의 형법권 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 지도록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반면, 환자측의 진료방해나 난동행위는 피해구제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므로 피해구제 제도완비를 통하여 진료방해나 난동행위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라는 지적들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5) 의료인의 형사책임 감면(반의사불벌 조항)

의료관계종사자가 의료행위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업무상 과실, 중과실 치사상)의 죄를 범한 경우에 이를 범한 의료관계종사자가 책임공제에 가입하고 8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당해 의료관계종사자에 대한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6조 제2항). 또한 공제조합가입 의료관계종사자는 불가피한 의료행위이고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환자가 설자 사망에 이른다고 하여도 그 정상을 참작하여 형법 제268조의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36조 4항). 이 조항에 의하면 의료관계종사자는 책임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대신 형사책임을 면제 또는 감경되게 된다.

이러한 조항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료계의 논거로서는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 환자가 사망하였다고 의사를 구속하고 처벌하면 피해보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피해자들이 형사처벌을 위한 고소쇓고발을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통계자료를 살펴 보면 의사에 대한 형사고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조인들은 '배상책임의 확실성'이라는 조정제도의 기능을 이유로 의료책임법과과련하여 의료형법이 갖는 독자성을 부정하는 것이므로 이는 형사처벌의 균등성과 적정성을 모두 그르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과실에서 형사책임을 면제시키는 근거가 되어 형법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규정은 타당하지 않다고 한다.

6) 제3자 개입금지

최초의 법안과 국민회의 입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은 제3자 개입금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제3자가 개입하여 난동을 사주하거나 합의를 지연시키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의료사고시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과 일정범위의 친족을 제외한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