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年年行(연연행) 〈二〉
年年旱 해마다 가물어
晝恤夜堤槹肌肉 밤낮 봇도랑에 두레박질로 살이 터지고
年年雨 해마다 장마비
耕草補堤腐襏襫 김매고 둑 보수하느라 비옷이 썩어나네
年年蝗 해마다 멸구
擊水捕捉呑聲哭 물을 치며 잡아내니 우는 소리 머금었고
年年風 해마다 바람
百穀偏敗無全穫 백곡이 쓰러져 온전한 수확 한번 못해보네
年年疫 해마다 역병
四時畏避如崩角 사철 두려워 피하기, 머리둘 바를 아지 못하네
一年一災尙云哿 한해 한 재앙은 오히려 좋다해도
五災兼備民安適 다섯 재앙 갖춰 오니 백성은 어디로 가야하나
間年一災猶難活 한해 걸러 한 재앙도 오히려 살아남기 어렵거든
年年五災胡此毒 해마다 다섯 재앙 어찌 이리 독할꼬
一年三百六十日 일년 삼백 예순 날
晝晝夜野嘖舌又頓足 밤낮으로 혀를 차며 발만 동동 구르네
糲飯菜羹兩時僅不絶 찌겡밥 나물반찬 두 끼도 겨우 이으니
五十六十髮盡白 오십 육십에 머리털 몽땅 희어지네
況此年年被五災 하물며 이렇게 다섯 재앙 입고
況復時時塵生蒚 또 곡식그릇에는 시시때때로 먼지만 끼고
況復稅穀年年大 게다가 또 세곡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稅米年年益精鑿 세미는 해마다 찧고 또 찧어 정미로만 바치라네
還上年年益敗耗 환자도 해마다 더욱더 소모분이 늘어만 가는데
雜稅年年增色目 잡세마저 해마다 구실과 항목이 늘어만 가네
吏口年年益大張 아들의 입 구멍은 해마다 넓어지고
吏目年年益射赤 아전들의 눈초리는 해마다 포독해 가네
積此年年 해마다 이토록 쌓이고 쌓이나니
憂愁苦惱勤勞力 근심과 걱정과 고통과 번뇌와 고달픈 노동
男負女戴 남자는 지고 여자는 이고
牛載馬馱走城廓 소 짐과 말 바리 성을 떠나는 행렬이네
我以其酒不以醬 나는 술을 바쳤건만 장이 아니라 트집하니
大東詩人先我得 대동편을 읊은 시인은 나의 선구자일세
咄嗟求死而不得 탄식하며 죽기를 구해도 어쩔 수 없나니
百年三萬六千眞虛擲 백년 한평생 삼만육천 날을 실로 헛되이 버림일세
五經四書非不讀 오경 사서를 안 읽은 것이 아니요
孔孟程朱非不學 공맹 정주를 안 배운 것이 아니네
海天壓頭面目惡 해천이 압두하는 벽촌의 서생, 면목조차 꾸지레하니
窮巷誰問朝不食 궁벽한 시골구석, 아침을 거른단들 뉘 있어 문안하리
姉媒相唁計無策 누이들은 서로 위로하나 계책은 없고
妻子交諞懷謾惡 처자들은 번갈아 둘러대 말하면서도 속으론 악이 바치네
五候肉食吾不數 오후의 육식은 나의 분수가 아니요
奸民頑富吾不福 간민의 완부도 나의 분복이 아니거니
但使年年無五災 다만 바라기는 해마다 다섯 재앙 없게 하여
耕田鑿井吾自足 밭갈고 우물 파서 살게만 하면 난 스스로 만족하리
從云五災俱 비록 이르기를 다섯 재앙 갖춰 옴은
無天不能獨 백성이 죽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天地爲空殼 하늘도 땅도 빈 껍질만 남게 될 것이요
從云億萬 비록 이르기를 억만이라 해도
蚩蚩天下恤 꾸물대는 생명들 하늘이 구휼치 않는다면
我則知天 나는 하느님을 아느니
天公寧不怍 하느님이 어찌 부끄러움을 모르실까
寧不怍兮彼天公 어찌 부끄러움을 모르시리, 저 하느님이시여!
我不爲惡 나는 악을 행하지 않았거든
胡令至此極 어찌 이다지 참혹한데 이르게 하시나이까!
(144-067일차 연재에서 계속)
첫댓글 (144-066일차 연재)
(장흥위씨 천년세고선집, 圓山 위정철 저)
66일차에도 '존재공(위백규)의 유작'이 밴드에 게재됩니다.
※ 주) 63~83일차(21일차)에는 '존재공(백규)의 유작'이 계속 이어집니다.
(존재공 유작 게재 4일차 입니다)
[본문내용- 존재공(백규) 유작, 21-④]/ 무곡
농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뭄과 장마를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그해의 농사가 '풍년이 되느냐', '흉년이 되느냐'가 크게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병충해 또한 농사에 있어 큰 변수죠. 이래저래 농사는 하늘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리는 경우도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이를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지혜롭게 저수지(벽골제, 의림지, 공검지 등)를 만들고 관개시설을 정비하는 등의 노력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꾸준히 해 온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곡
정독하니 당시 농민의 처절한 생활상을 읊는 단어의 선택이 구구절절 절묘합니다. 天公을 하느님이라 번역하네요. 봇도랑은 작은 개울을 말하는데 년년행에 언급되는 五災가 무엇인지요? 가뭄, 병충해, 홍수, 한재, ?/ 벽천
위윤기
오재란
가뭄, 홍수, 병충해, 태풍,
역병 인것 같은데,
어찌 한 해에 오재가 겹쳐 온단 말인가...
정말 하늘도 무심했구먼...
하늘이 그러한데 세금은 오히려 더 내라하니 그야말로 백성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실정 이네요~/ 소계
素溪 위국량 님
인터넷에는
①오재(五災)는
한해(旱害ㆍ가뭄)
수해(水害)
냉해(冷害)
풍해(風害)
충해(蟲害)
②칠재(七災)는
인간 전염병
가축 전염병
③팔재(八災)겨울 혹한(酷寒) 기록되어 있습니다./ 벽천
67년
68년
2년동안 가뭄이 들어 모내기를 못하고 메밀과감자를 논에다 심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모든 고지대 논들은 관정을 파라고 정부에서 권장 했지요.
내 중 ㅣ학년때 입니다./ 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