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뿐만은 아니죠. 한반도라는 지형에서 강정이라는 곳, 그 작은 서귀포의 한 마을은 지금 전국적으로 또는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력 가늠을 할 수 밖에 없는 세계들에게 심상치 않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문제, 그것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모아진 관심은 지금 강정을 첨예한 긴장의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모여 있습니다. 이는 마을의 존속문제만 달린 문제가 아니기에 제주안에서의 사회단체나 관심있는 사람들 뿐이 아니라, 현재엔 여균동감독과 문정현신부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저항하고 성찰하는 시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다보면 먹는 것도 문제가 되지요. 물론 구럼비 해안의 할망물 옆에는 할망물식당이라는 자체적인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끔 밖으로 나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겁니다. 그럴때, 정말 맛있는 집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이고 행운일까요? 강정은 그런 면에서 다행인 마을이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집을 하나 소개할께요.
강정마을 사거리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마을회관 들어가는 골목 맞은편에 유난히 간판이 밝은 집이 하나 있지요. 중화요리를 하는 집인데 면을 수타로 만든다는 것을 상당히 내세우고 있는 집이었습니다.
메뉴판을 보며 그 유명하다는 짬뽕은 대체 이름이 뭐야? 하는데 함께 간 지인이 뒤를 돌아보라 하더군요.
그렇죠.. 우리는 지금 특미라는 제주바당짬뽕을 맛보러 온 것이었습니다.
주문을 하고 나니 조금 늦은 시간이라 육수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기다리랍니다. 그렇게 기다리며 보니 어디선가 쿵 쿵 소리가 납니다. 마치 무언가를 부서뜨리는 듯한 소리였는데 뭔가 하고 보았더니 수타면을 만들고 계시더라구요. 그 장면을 찍지 못했는데 어쨌든 이 곳은 수타면을 사용합니다. 바로 이 장소에서 말이지요. 얼핏 보면 조금 지저분해보일 수 있지만, 밀가루를 직접 반죽하여 피자도우든 다른 밀가루음식이든 만들어 본 사람들은 압니다. 밀가루가 한 번 날리기 시작하면 정리자체를 포기하게 될 만큼 대책없는 모습이 된다는 것.
반찬은 특별할 것이 없는데 특이한 것은 그릇이 항아리뚜껑같은 디자인의 도자그릇에 나온다는 것.
함께 간 지인은 잡채밥을 주문했습니다. 역시 도자그릇에 나오는 것이 독특합니다.
밥만 먹기가 그래서 주문한 탕수육인데 생각보다 나름 괜찮았습니다. 소스야 특별할 것 없이 새콤달달한데 고기가 흔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툼하고 큼직한 것이 주문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고찍고 소스맛도 제대로 음미하고 그래야 하건만 계속되는 대화에 그럴 겨를이 없었네요. 아뭏든 이 집 탕수육은 맛에 있어서는 특별할 것은 없는데 내용물이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겁니다. 재료도 무척 신선하고 내용있어 보입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제주바당짬뽕! 작지만 전복도 두마리나 들어있구요. 가리비에 새우살, 홍합, 소라살 등등.. 해물이 정말 푸짐하게 들어있는 짬뽕입니다. 넓찍한 도자그릇에 가득 담긴 해물과 짬뽕의 비주얼은 가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경지입니다.
면은 역시 수타면이죠. 쫄깃한 식감이 입안에서 매우 경쾌합니다. 면 자체의 묵직한 느낌도 좋구요. 단지 조금 덜 삶아졌는지 밀가루 냄새가 살짝 나긴 했는데 이정도의 면이라면 사소한 문제는 가벼이 무시해줄 수 있습니다.
육수는 자체적으로는 별 특징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고 깔끔하면서 해물의 시원함이 살아있습니다. 이 집의 짬뽕은 해물입니다. 그러니까 천금반점같은 육수자체의 궁극을 느낄 수는 없지만, 재료의 신선함과 해물이라는 특징이 잘 조화를 이루었고 간이 자극적이지 않았다는 면에서 이 집은 재료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국물이 궁극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깊은 손맛보다는 재료의 조화로 맛을 내려는 요리스타일을 추구하는 입장인데, 이 집의 짬뽕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얼마전 여균동 감독이 이 집 짬뽕을 맛보고는 '서울에서 이런 집 절대 없다'며 환호하며 먹었다는 후문이 있었습니다.
탕수육까지 주문한데다 날이 덥고 습하니 겨울에 냉면먹으면서도 땀흘리는 제게 더운 음식은 살짝 힘든 메뉴이긴 합니다. 할 수 없이 국물을 좀 남겼는데 아까우면서도 손을 댈 수 없는 이 안타까움이라니.. 그리고, 다 비운 그릇사진을 올리지 말아달라는 분들도 계시던데.. 빈그릇 사진을 올릴지 말지 이제 고민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강정의 문제는 단지 마을의, 또는 제주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한반도를 넘어 좀 더 확대된 세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소수입니다. 관심아래의 시선들은 저마다의 개똥철학과 의견을 개진하며 찬반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성찰과 보편사고가 부족한 우리사회에서 주저리 이야기하는 대부분은 상식이하의 이해들 뿐입니다. 그런 이해를 넘어 자신을 성찰하고 성찰과 동립해있는 저항의 마음을 함께 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더욱 넘어 직접 저항의 현장에 몸을 맏기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들이 잠시 맛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다행이자 행복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이 집이 더욱 인상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강정은 올레 7코스 구간의 정수이죠. 경로에서 조금 벗어나있긴 하지만 올레길을 걷다가 잠시 이 집에 들러 바당짬뽕을 맛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겠습니다. 저도 강정에 종종 내려가 고생하시는 지인들과 함께 이 집에서 바당짬뽕을 맛보려 합니다. 빼갈이 함께 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죠.^^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탕수육과 짬뽕이 맛나보입니다. 수타집에 가끔 가면 실망스러울때가 있는데, 이곳은 면이 그래도 쫄깃한가보네요! 강정, 저는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민과 함께 공존하는 해군기지가 되었음하구요. 경관이 아름다운 제주도에 설치를 해야한다면 좀 더 훼손이 덜 될수있는곳으로 했음하네요~~
전 우도에서 먹었던 짬뽕맛을 잊지못하는데.. 제주도 가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