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교육, 다음 정부에 묻다". 제1회 교육개혁 정책포럼을 기획하고 진행한 입장에서 의미 있는 내용들을 요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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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자료]
-이수광(경상남도교육청 미래교육원장). "혼종위기 시대, 민주시민교육 갱신 과제", 제1회 교육개혁 정책포럼 발표자료. 2025.
-수영(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행동 공동대표). "‘학교의 계엄령’에 맞서는 학생인권법", 제1회 교육개혁 정책포럼 발표자료. 2025.
-윤재향(광명YMCA볍씨학교 교장). "사회참여 교육활동의 성과와 제도적 한계", 제1회 교육개혁 정책포럼 발표자료. 2025.
-진수영(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장). "교사도 시민이다", 제1회 교육개혁 정책포럼 발표자료. 2025.
-서승호(세종행복한교육학부모회 회장). "부모의 시각으로 보는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제도 및 정책 개선", 제1회 교육개혁 정책포럼 발표자료. 2025.
이수광(경상남도교육청 미래교육원장)은 현 상황을 "혼종위기 시대"라고 정의하였다. 정치·문화·세대·성·지역 등의 양극화와 석회화, 혐오증이 뒤섞여 삶과 관계 그리고 학습의 위기의 시대이며 전망이 없는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보았다.
이러한 상황은 능력주의가 공고화된 때문이기도 하고, 이러한 현상들은 능력주의를 합리화시키기도 한다. 교육이 있어야 할 학교에서는 교육 대신 그 자리에 법률과 규정(지침)이 다층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공동체 의식과 관계보다 법적 피아 구분이 더 중요해졌다. 이러한 피아 구분이 문제 해결에서 중심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모든 관계는 공격과 방어로 전선이 구축되게 마련이다. 그런 다음에는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교학상장의 문화는 사라지고 학습의 효율성과 결과중심의 문화가 형성된다.
이제 학교는 서로를 가르치고 한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의 기능보다 배우고 익혀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결과를 내기 위한 학습의 장이 되어 버렸다. 이수광(2025)은 이러한 "교육의 학습화" 경향에 우려를 표했다. 지나친 교육의 학습화로 인해 교사 대신 AI 사용법을 잘 알려주거나 자기 주도 학습을 돕는 코치나 퍼실리테이터면 된다는 식의 인식도 일반화되고 있다. 이제 학교에서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가르치고 배울 시간에 AI에서 답을 얻기 위해 질문입력 '기술'을 가르쳐야 할 수도 있다.
이수광은 민주시민교육의 지향점을 "선호하는 미래사회를 상상하고, 그에 걸맞은 사상, 가치, 삶의 형식에 대한 문해력 및 ‘공동체 공동제작자’로서의 역량 구성체 함양"하는 것으로 보았다. 민주시민교육 갱신 과제로는 "정치교육 활성화, 학생자치 혁신, ‘공통감각’ 함양 교육, 학교커먼즈(commons)로의 전환"을 제시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세부 내용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미래교육은 곧 민주시민교육으로 보았다.
수영(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행동 공동대표)은 해당 포럼에서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개인의 기본권 침해가 학교에서도 발견됨을 지적하고 있다. 현 정권 들어서 지역마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면서 학생인권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 그 전조라고 보았다. 교권을 중요시하는 척했으나 교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생색내기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인권법" 제정을 제안하였다.
윤재향(광명YMCA볍씨학교 교장)은 초등학교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어린이들과 실천한 다양한 지역사회 참여활동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의 생생한 사례를 전했다. 민주시민교육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형식/비형식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나아가 지역에 대한 관심, 국가적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총체적 교육과정을 설계하여 실천하고 있다.
진수영(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장)이 정리한 학교 현실을 보면, '교육의 중립성'을 왜곡하여 사회현안들을 다룰 때 민원과 고발로 인해 교육활동이 위축됨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가해지는 민원, 고소, 고발, 압수수색 등의 가장 큰 효과는 공포로 인한 자기검열이다. 진수영은 학교에서 진정한 민주시민교육이 실현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안했다. 교사와 공무원의 피선거권 보장, 일과시간 이후의 정치활동 보장, 정치후원 및 정당 가입보장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국가공무원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총 4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서승호(세종행복한교육학부모회 회장)는 부모의 시각으로 제도와 정책 개선안을 제시하였다. 크게 정치적 중립성과 다양성 확보, 교사 역량 강화, 가정 및 지역사회 연계 강화, 흥미 유발 / 실천 중심 교육, 교육부, 교육청, 지자체의 협력 또는 지원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다양성을 포용하고 편향성을 경계해야 함을 강조했다.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 연수 기회를 확대하고, 민주시민교육 교사 자격 인증 제도화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가정 및 지역사회 연계 강화를 위해서는 보호자 교육과 지역에서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았다. 흥미 유발/실천 중심 교육을 위해서는 여러 학생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제1회 교육개혁 정책포럼에서 청소년, 교사, 부모들이 제안한 제도 및 정책 개선안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당사자들 간에도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정책이 적용되는 모든 대상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정치교육을 포함한 민주시민교육에 대해서는 독일의 '바흐텔스바흐 협약'이 이정표로 꼽힌다. 바흐텔스바흐 협약도 한 번에 나온 것이 아니고 지역사회에서 서서히 학교에 유입되었고, 현재도 끊임없이 논쟁이 되고 있다.
모든 사회문제는 '다양한 관점이 있고 따라서 논쟁적'일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 상반되는 견해를 가진 다양한 주체들의 토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