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회관>
수원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참 좋다. 우선 화성과 행궁 등 볼거리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음식은 수원갈비를 필두로, 전국적인 수원우시장에서 유래한 한우 요리가 한몫한다. 유치회관 해장국도 그런 배경을 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맛과 영양 그리고 솜씨가 해장국 한 그릇에 다 담겨 있다.
1.식당얼개
상호: 유치회관
주소 :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292번길 67
전화: 031-234-6275
주요음식 : 해장국
2. 먹은날 : 2021.8.2.점심
해장국 : 9,000원
3. 맛보기
코로나와 더위의 이중고를 겪는 어려운 시기에 24시간 영업을 한다. 식사 때는 항상 줄을 선다. 한창 때는 줄을 2시간 섰다는데, 10분만에 들어갔으니 고마워할 일인가. 유명세만큼 음식도 대단한지 먹어보자.
보통 수도권의 보통 국밥집보다 찬이 한 가지 더 나오는 거 같고, 눈에 띄는 것은 선지다. 해장국 맛은 나무랄 데가 없다. 진하고 풍성하다.
선지국밥이다. 선지는 집에서 먹기는 힘든 음식이다. 우선 판매하는 곳을 만나기 힘들다. 수퍼에서도 육속간에서도 팔지 않는다. 보편적인 식재료가 아니거나, 유통이 힘들다는 말이다.
실제로 선지는 쉽게 상해서 도축장 주변이나 축산시장에서 판매한다. 선홍색 선지는 익히면 갈색이 되고 부분적으로 녹색기운도 난다. 철분이 많고 탄수화물이 적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선지는 덩어리로 먹으면 막상 퍽퍽하고 별맛이 없다. 국물 속에서 부셔 먹으면 풍미가 더 살아난다.
일부 종교에서는 피로 만든다 하여 금기 음식으로 삼기도 하는데, 종교 아니어도 꺼리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인지 이 집에서는 따로 담아 내온다. 기호에 따라 넣어 먹으라고, 선지 아니어도 식사량은 부족하지 않다고 하는 전언이 담긴 것같다. 실제로 이미 해장국은 뚝배기에 잘박하게 나오고 들어 있는 고기 양도 상당하여 양으로는 불만 없을 거 같다.
중국에서 선지는 피두부라고 하기도 하고 홍두부라 하기도 하는 보편적인 음식이다. 북경 시장에서는 두부와 같이 놓고 파는 모습을 흔히 보았다. 우리는 소나 돼지 선지를 많이 먹지만, 중국에서는 오리피 야혈(야쉬에)을 많이 먹는다. 특히 훠꿔를 먹을 때 인기가 좋다.
우리는 이런 국밥집에나 와야 먹고 보편화되지 않아서 조리 방법도 단순한 편이다. 돼지 선지는 순대로, 소 선지는 국밥으로 많이 먹는다. 선지국밥은 집에서는 못먹는 별식이 된다. 이곳 해장국은 별식에 기대하는 맛을 충분히 내줘서 좋다.
제일 먹을 만한 것은 깍두기, 생채는 시고 달고, 특히 단 맛은 이 해장국와 수준이 맞지 않는다. 김치는 맛있었으나 조금 신 편, 상큼한 맛을 기대했으면 실망할 수도 있다.
김치는 보기 좋고 맛도 괜찮지만, 시어서 신 김치를 좋아하거나 국밥에 신국물을 찾는 사람이 좋아할 듯하다.
제일 손이 많이 가는 것은 깍두기, 아주 생김치는 아니나 살폿 신 맛 나기 시작하는 단계여서 생김치, 신김치 좋아하는 사람이 다 좋아할 듯한 맛이다. 무도 사각거린다.
전체적으로 김치류 밑반찬은 기대에 못 미치지 않나 싶다.
밥은 좀 퍼슬거리는 느낌이나 먹을 만하다. 특별히 밥이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냥 흰밥을 주는데, 쫄깃한 맛도 윤기도 없으니 그닥 성의 있는 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좋은 점은 밥이 약간 까칠하여 말아먹기에는 좋다는 점, 국물맛이 적당히 배여 들여 말아먹으니 미끈거리지 않아 좋다.
국밥은 고기와 파와 팽이에 뭣보다도 시래기가 돋보이는 솜씨다. 고기는 미국산과 호주산을 국내산과 섞어서 쓴다. 국물이 맑지는 않으나 고깃국물 맛은 풍성하다. 시래기가 아주 좋다. 고춧가루도 없이 고기맛을 그대로 살렸다. 고춧가루가 들어 있지 않아 기호에 따라 느끼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다데기가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 혹시 잡내에 민감한 사람은 가미해도 좋겠다.
선지를 넣으니 더 좋다. 양도 많아져 한 그릇 먹기가 버거울 정도다. 깊고 깔끔한 맛이 대중을 사로잡을 만하다.
3. 먹은 후 : 24시간 영업 방식과 해장국거리 만들기
1976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고 하니 45년이 된 집이다.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와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많은 식당들이 코로나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실제로 문을 닫는 곳들도 많다. 일부는 점심에만 문을 열기도 하는 위기 돌파용 경제 운영을 실행하기도 한다.
그런 판국에 줄을 서는 집이라니, 실력과 행운을 다 갖춘 집으로 보인다. 앞에 주차 공간도 충분하다. 국밥이므로 사람들은 부지런히 먹고 일어서니 회전율이 좋아, 주차 염려도 줄을 서는 시간 낭비 염려도 더 적어진다.
보통 이렇게 활성화된 식당이 있으면 옆에 비슷한 음식을 하는 집이 늘어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00거리가 형성이 된다. 그런데 이 식당은 이곳 외에 다른 집이 없다. 홀로 식당이다.
다시 보니 식당에 24시간 영업 홍보 문구가 훈장같이 붙어 있다. 식당 명함에도 있다. 아마 그것이 00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천안 박순자 순대집에 가면 7시 넘으면 손님을 받지 않는다. 전주 현대옥은 할머니 입심이 걸기 이루말할 수 없는 데다 오전까지만 영업을 했다. 현대옥이 체인점을 내기 전 얘기다. 시장 안 골목에 길게 늘어서 있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늘어서 있는 사람을 상대로 해서 다른 해장국집들이 하나씩 늘어나 해장국 골목이 되었다.
음식은 뛰어나지만 불친절과 협소한 공간, 이른 마감시간 등의 불리한 조건은 손님을 밀려나게 해서 주변 식당을 활성화시킨다. 주변이 순대거리가 되고, 해장국 골목이 되어 근처가 같이 활성화된다.
전남 창평 국밥거리, 담양의 국수거리, 광주떡갈비거리, 나주 홍어거리, 수원 행궁 옆의 통닭거리 등등이 모두 한두 집으로 시작되었다가 차차 음식 거리가 되고 지역의 명물이 되어 관광객을 부르는 효자가 되었다.
수원은 서울 사대문 안에서 도축이 금지되어 전국적인 우시장이 형성된 곳이다. 수원갈비의 배경도 그런 사정에 기인한다. 소부산물 음식도 이처럼 활성화되기에 동일한 조건을 가졌다.
유치회관 정도의 솜씨면 해장국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본다. 그런데 아직 한집만인데, 북문의 분점도 24시간 영업이다. 넘쳐나는 손님이 있는데도 거리 조성이 안 되는 것은 혹시 너무 좋은 영업조건과 방식 때문이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든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 좋은 것이 나쁜 것이고 나쁜 것이 좋은 것이다. 수원갈비와 연계된 소고기음식 벨트를 갖출 호조건을 생각하다가, 분수넘치게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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