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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벤투스의 이름값으로만 정의할 수 없었던 경기. 맨유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 떠난 호날두와 유벤투스에서 세계 최고가 되어서 돌아온 포그바까지 축구팬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이 많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벤투스의 경기였다. 이 두 팀은 유럽 대항전에서 12번을 만나 5승 2무 5패로 아주 팽팽한 전적을 갖고 있었다. 시즌 시작한 이후로 진 적이 없는 유벤투스와 분위기기를 조금이나마 반등한 맨유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만났다.
유벤투스는 하나 된 팀이었다.
무리뉴는 첼시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그렇다면 첼시전과 동일한 경기 계획을 가지고 유벤투스를 상대하겠다는 것이었다.이는 전반전에는 수비 조직을 탄탄히 하며 실점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반전으로 이어간다면, 후반전에는 수비 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을 하고 그 과정에서 득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벤투스와 첼시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알레그리는 사리가 추구하는 전술적인 방향과 다른 색채를 갖고 있다.알레그리는 과르디올라, 사리와 같은 높은 라인과 강한 압박을 통한 패스와 움직임으로 만드는 전술적 이상향을 펼치기보다 무리뉴와 시메오네처럼 완벽한 수비 조직을 통해서 실점하지 않고 골을 넣은 상태에서 승리를 완벽히 가져오는 성향을 갖고 있는 감독이다. 상대 팀의 전술이 다르기 때문에 유벤투스전은 맨유 입장에서 분명 첼시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첼시전으로 잠시 돌아가 보면, 간간이 아자르와 윌리안이 프리롤처럼 움직이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첼시 선수들이 비교적 자신의 위치에서 플레이를 했다. 그렇기에 무리뉴가 선택한 주요 선수들을 맨마킹하면서 지역 수비를 펼치는 방식은 잘 구현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벤투스에게는 잘 먹혀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 디발라, 콰드라도, 호날두의 계속된 유기적인 스위칭과 미들 써드까지 내려오는 움직임 ▲후방 빌드업에서 만드는 뛰어난 좌우 전환 ▲앞의 2가지를 뒷받침해주는 조직력,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디발라, 콰드라도, 호날두는 계속해서 스위칭을 했다. 아래의 첫 번째 골 장면을 보면 호날두가 우측으로, 콰드라도가 가운데로, 뒤이어 디발라가 침투를 하고 있다. 콰드라도가 우측에 집중된 움직임을 보였지만 디발라가 3선으로 내려가면 호날두가 중앙으로 이동하고, 호날두와 콰드라도가 좌우 스위칭을 하고, 간헐적으로는 공격진이 3선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유벤투스의 첫 번째 득점 장면의 과정 ▲ SPOTV

호날두가 원 톱 자리에, 콰드라도와 디발라는 2선 위치까지 내려왔다 ▲ SPOTV

경기장에 골고루 퍼진 호날두와 디발라의 히트맵을 볼 수 있다 ▲ WHOSCORED
두 번째로 무리뉴는 마타를 통해 첼시의 조르지류를 마크했던 것처럼 피아니치를 견제함으로 인해서 유벤투스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하려고 했으나 유벤투스는 빌드업에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전반전에 가장 많은 패스를 기록한 벤탄쿠르가 그 중심에 있었다. 피아니치가 마크 당하자 벤탄쿠르가 변형 3백의 오른쪽 스토퍼처럼 움직이면서 중심을 잡았다.

내려와서 전개하는 벤탄쿠르. 마티치는 압박 타이밍이 아쉬웠다 ▲ SPOTV
이 과정에서 마티치는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 벤탄쿠르에게 압박을 어느 정도 가하고자 했지만 애매한 압박이 되면서 오히려 디발라와 콰드라도에게 공간을 내주고 말았다. 마티치는 자신이 내준 공간을 커버하는 데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마티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또다시 맨유는 뉴캐슬전처럼 수비진과 미드진 사이의 간격 문제를 노출하면서 수비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이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디발라를 확실하게 수비했어야 하는 마티치 ▲ SPOTV
또한 유벤투스 선수들은 빌드업시 서로의 간격만 유지하면서 딱히 정해진 위치가 없이 움직였다. 이런 유기적인 움직임과 동시에 유벤투스의 후방 빌드업 수준은 가히 최고였다. 특히 보누치와 키엘리니의 밭 끝에서 나오는 패스 수준은 엄청났다.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유벤투스는 중앙, 좌우를 가리지 않고 패스를 넣어주면서 맨유의 수비 조직을 망가트렸다.

유벤투스의 유기적인 빌드업 ▲ SPOTV

정확하게 호날두에게 연결되는 보누치의 롱패스 ▲ SPOTV

보누치와 키엘리니 전반 패스맵(상단)과 경기 히트맵(하단).

이 둘은 경기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 WHOSCORED
맨유는 5실점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얼마나 문제를 일으켰는지 보여주기 위해 많은 장면을 올려드립니다)

괜찮은 수비진과 미드진 사이 공간 ▲ SPOTV

위 장면 다음 상황. 앞으로 공간 패스가 투입되자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공간 ▲ SPOTV

벤탄쿠르에게 공간을 내주는 맨유 미드진 ▲ SPOTV

이 장면은 린델로프의 문제가 아니다. 저런 패스를 하도록 내버려 둔 선수들이 문제다 ▲ SPOTV

이 장면도 마찬가지. 이런 식이면 백4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 SPOTV

호날두가 침투할 동안 마크하는 선수가 없다. 호날두에게 저런 공간을 내준다면 실점이나 다름없다 ▲ SPOTV
위의 장면 말고도 수없이 많은 장면에서 문제를 노출한 맨유 수비 조직이다. 이런 간격이 무너지는 과정 속에서 앞서 말한 3명의 공격수들, 특히 디발라라는 굉장히 자유롭게 움직였다. 이는 지난 시즌부터 드러났던 문제다. 수비진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당연히 수비가 잘 될 일이 없으며, 수비가 안되면 자연스럽게 라인이 전체적으로 더욱 내려앉고 공격을 하기에 어려워진다. 이는 분명 감독의 잘못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부족한 활동량과 떨어진 집중력도 집고 넘어가야 한다. 결국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니라 모두의 잘못으로 귀결해야 한다.
후반전에 맨유는 유벤투스를 '괴롭'혔지만 '위협'하지 못했다.
후반전에 맨유는 반등을 꾀했다. 첼시전처럼 라인을 끌어올리고 전방 압박을 하면서 페널티박스로 많은 숫자를 투입해서 찬스를 만드는 방법으로 말이다. 이 방식은 분명 유벤투스를 괴롭혔지만 전혀 위협하지 못했다. 수치만 놓고 보자. 후반전 들어서 맨유는 파이널 써드 지역에서 93개(후반전)/152개(90분)을 기록하면서 공격적인 위치에서 활동했고 전진 패스는 195개(후반전)/310개(90분)를 기록했다. 또한 전반전에만 각각 49개, 40개의 패스를 했던 보누치와 키엘리니는 29개, 24개의 패스로 확연히 경기의 영향력이 줄어들었고 유벤투스는 자신의 진영에서 턴오버가 전반전에 2개였지만 후반전은 10개나 됐다.
하지만 맨유는 스스로 유벤투스가 쉽게 수비하도록 만들었다. 맨유는 ▲전체적인 오프 더 볼의 부족 ▲측면 공격의 효율성 저하 ▲흐름을 저해하는 패스 미스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측면 공격을 잘하기 위해서는 측면 공격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야 한다. 첼시의 왼쪽(아자르 코바치치 알론소)과 리버풀의 오른쪽(살라 아놀드) 공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맨유는 측면 공격 의존도에 비해 수적 우위를 전혀 가지지 못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 시 ▲ SPOTV

왼쪽 측면 공격 시 ▲ SPOTV
수적 우위를 가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각 패스나 2대1 패스 정확성도 굉장히 낮았던 맨유는 측면 공격이 효과적이지 못했고 계속해서 크로스만 올렸다. 맨유는 후반에만 13개의 크로스를 올렸다. 측면에서 부분 전술이 나와야 유벤투스의 단단한 수비 조직을 허물 텐데 계속 크로스만 올리게 되면 당연히 유벤투스 수비진이 수비하기가 쉽다. 유벤투스가 후반에 기록한 16개의 클리어링 중 12개가 페널티 박스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공만 기다리는 맨유 선수들 ▲ SPOTV

압박 당하는 동료 주변으로 와야 패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 SPOTV
매번 지적당했던 문제들이라는 점이라서 언급을 자제하려고 했지만 맨유 선수들은 공간을 향해 뛰지 않았다. 공격진에서 마타와 루카쿠가 빈 공간을 찾아서 움직였지만 번번이 유벤투스 선수들에게 마크를 당했고 윙포워드와 측면 수비수들은 전혀 공간 침투가 없었다.

이 정도의 침투가 어려운 것일까? ▲ SPOTV
마무리하며
전반전 장지현 해설위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팀으로나 선수 개개인의 기량으로나 맨유보다 유벤투스가 더 잘하고 있다" 이 말이 정답이었다. 유벤투스의 조직력은 굉장히 수준 높았고 맨유는 팀 차원에서 유벤투스를 막지 못했다. 맨유는 결국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후방 빌드업이 되지 않고, 수비진과 미드 진의 간격이 벌어지며, 공격 시 오프 더 볼이 부족하고 창의성이 결여된 플레이를 또 해버렸다.
스코어와 경기 내용은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 그래서 축구가 재밌고 항상 축구팬들을 미치게 한다. 내용이 부족해도 매번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우승 트로피가 따라올 텐데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하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내용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재 맨유의 경기력은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니라 모두의 잘못으로 귀결해야 한다. 감독, 구단 수뇌부, 선수들 심지어 팬들까지도 말이다.
읽어주신 분들에게 항상 감사합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쓰려고 노력합니다만 오늘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참 실망스럽다 보니 분석을 하는 데 있어 감정을 배제하고 쓰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그런 점을 느끼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분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여기는 '축구로 하나되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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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내용, 깔끔한 정리 잘 읽었습니다ㅎㅎㅎ
후반전 유베의 패스 미스와 디테일이 떨어지는 부분이 조금 아쉬웠네요ㅠㅠㅠ
유베 선수들이 지쳐보이더군요. 맨유의 전방 압박은 나쁜 수준도 아니다보니 그랬던거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분석글 기다리고 있엇는데,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ㅎㅎ
이런 인뎁스한 분석글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블로그 이웃신청 해야겠네요
ㅎㅎ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와 고퀄 감사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