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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일/집결장소 : 2014년 10월 26일(일) / 2, 8호선 잠실역 3번출구 (07시 30분)
◈ 참석자 : 17명 (용우, 정남, 종화, 양주, 형채, 원우, 윤환, 경식, 재웅, 삼환, 용복, 전작, 정한, 문형, 영훈, 광일, 양기)
※ 총 27명('시산회' 회원 17명외에 광고20회 친구들과 마나님들 10분) 참석
▷ 비회원 : 4명(서울에 이윤상, 이영철과 수원에 정일정과 목포에 박천석) 참석
▷ 마나님 : 6분('시산회'회원 - 종화, 형채, 삼환, 용복 마나님, 비회원 - 천석, 일정) 참석
◈ 산행코스 : 남교리지킴터-응봉폭포-용탕폭포(복숭아탕)-두문폭포-<원점회귀>-양평(지평면)-뒤풀이장소-집
◈ 동반시 : '단풍 숲속을 가며' / 오세영
◈ 뒤풀이 : 부침개, 김치류, 나물, 된장국에 지평막걸리와 저녁식사 / 양평 '해찬솔 팬션' → 재경광고총동문회 협찬
가을의 문턱을 열고 마당을 지나 뒤 안의 돌담으로 가는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이 생각나는 것을 보니 아직 늙지 않았나보다. 이번 산행은 재경 총동문회와 총산악회가 함께 주관하는 연중 최고의 중요한 문화체육행사로 20회 시산회 김정남 산우가 총산악회 회장을 맡아 추진한 행사라서 우리 시산회가 준비하는 행사처럼 마음이 설레고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도 조급해 진다.
잠실역 너구리상 뒤편으로 가니 동문회와 산악회 행사 진행요원들의 분주한 모습과 45인승 관광버스 6대가 이름표를 달고 잔뜩 위용을 부린 모습으로 가지런하게 줄을 서있고 반가운 선후배들과 시산회원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다.
270명이 만석이라 배정받은 3호차(74아 7420/승산관광)에도 22회 후배들이 25명이나 되어 자리 잡은 터라 도착시간에 맞춘 나는 부득이 마지막 6호차에 양기 산우와 탑승하였고, 많은 동문들과 가족들의 협조로 7:43분 1호차를 선두로 설악산을 향한다. 가는 도중에 알아보니 기사를 포함해서 270명이 참석했다고 하니 역사상 최대 인원이다.
20회 산행 참석자는 가족을 포함하여 28명으로 (시산회 산우 17명/가족 7명. 비시산회 4명/가족 2명) 오랜만에 설악을 보겠다던 연주와 양주의 마나님이 사정이 생겨 참가하지 못하였으나 정한 산우가 추가로 참석하였고, 일정이 친구(가족 동반)가 1호차에 김정남 총산악회장 옆 자리에 별도 탑승하고 있다고 한다.
총산악회에서 제공하는 김밥을 나눠 먹으며 홍천의 화양강휴게소에서 인원 및 차량 정리를 하려고 했으나 차량이 너무 많아 진입 불가. 어째 불안한 마음이 든다. 결국 10개의 휴게소를 지나 09:00-인제대교 직전에 청정 조각공원 휴게소에 내려 18회 장성수 재경총동문회장과 김정남 총산악회장의 인사말 뒤에 진행요원이 1코스(흘림골-들머리-용소폭포-오색약수/2시간 소요)는 한계령을 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모두 제2코스(12선녀탕계곡-두문폭포/왕복4시간)로 간다는 산행계획을 조정하여 발표한다.
뛰어난 순발력이다. 이유를 들어보니 어제의 경우와 같이 현재, 오색으로 가는 1코스는 한계령을 넘어가는 시간이 3시간을 넘을 수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고 하는데 버스 기사들의 정보가 집행부의 귀에 들어가 집행부에서 신속하고 과감하게 결정했다고 한다. 서울에 돌아오는 시간이 새벽 2시를 넘을 수 있다는 경우를 예상해서 한 코스로 수정했다고 한다.
총산악회에서 결정하고 총동문회와 상의하여 결정했다니 그들의 정보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문들도 이의 없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일부 선배님들의 항의는 김정남 총산악회장이 간곡히 설득했다고 한다. 그의 성격으로 봐서 '간곡히' 라는 표현은 맞지 않을 것인 것을 안다. 이럴 때는 그런 성격이 좋은 점도 있다. 어제 한계령 방향은 차량과 사람이 너무 몰려 많은 나들이객들이 설악산 진입도 못하고 되돌아가야만 했으며 언론에서는 '무분별한 단풍관광'으로 보도 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전체사진을 촬영하며 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주변을 보니 여기저기 남근상의 조각물이 거시기하게 서있고 어떤 것들은 버섯모자위에 파이프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데 사정 할 때의 호스로 부착해 놓은 것 이니 헛웃음이 나온다. 남녀노소, 연령 불구 거시기를 만지며 거시기 옆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 모두 자연스럽고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다.
차에 올라 가을걷이를 마친 들녘과 울긋불긋 단장을 한 산하를 보다보니 12선녀탕 계곡의 입구에 도착하여 배낭을 메고 제법 쌀쌀한 바람을 느끼며 시간을 보니 10:10분이다. 인원을 보니 김정남 회장은 긴급상황에 대비해서 집행부와 행동을 같이 한다고 하며 정일정 부부는 김정남 회장이 모시고(?) 간다고 한다. 제법 짙었던 안개도 어느새 사라지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니 너무 화창한 가을의 날씨라 우리 동문과 가족들 그리고 시산회 모두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 생각된다.
삼삼오오 자연스런 물결을 이루며 12선녀탕 계곡으로 긴 꼬리를 이어 걸어가는 모습이 움직이는 사람의 단풍이다. 사람이 꽃이고 나무이며 우주 삼라만상의 일체라는 생각이 든다. 입구부터 계곡의 시원한 바람과 깨끗하고 맑은 물소리가 가슴을 닦아주는 듯 마음이 가벼워지고 아직 남은 가을의 꽃인 단풍을 보며 걸어가는 우리 모두가 세상의 단풍이 된다.
잠시 넓은 바위를 잡아 땀을 닦으며 정한 산우가 가져온 따끈한 우롱차를 돌려 마시고 전작 산우가 직접 새벽에 볶아 왔다는 햇 땅콩과 초콜릿, 이영철 친구의 과일로 간식을 하고 잘 다듬고 낭간으로 만든 나무다리 길에 고무판을 깔아 걷기도 수월하고 피로감도 적어 시산회에서의 선녀탕 산행이 세 번째인데 이번이 가장 잘 다듬어진 길을 만났던 것 같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곡의 바위들과 산허리의 단풍을 보며 담소하다 보니 어느새 12선녀탕의 끝탕인 막탕과 복숭아탕에서 멋드러지게 흘러내리는 폭포가 보이고 전망대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장엄한 폭포를 배경으로 순서를 기다리는 사진 삼매경들의 여인네들이 곱고 아름답다.
살면서 가슴에 얹힌 돌덩이도, 힘들고 아픈 상처도, 날 선 송곳의 애증도 깊고 무거운 외로움도 저리 떨어지는 폭포에 모두 씻어지고 흘려져서 살찐 마음을 한 보따리 짊어지고 세상의 무대로 가지고 돌아가기를 간절하게 빌어본다. 가파른 파이프를 잡으며 급경사의 등성이를 넘어가니 12:20분이 되었고 두문폭포를 앞에 두고 김정남 회장과 정일정 친구 부부를 제외한 26명이 둥글하게 자리를 잡고 저마다 가져온 먹거리를 내놓는다.
오늘의 기자가 된 것이 행운이다. 시산회 회장으로 이리 큰 모교의 행사에 동참하여 산하가 물들고 마음이 풍성한 계절에 여러 동문과 산우들이 함께한 오늘이 자랑되지 아니한가? 먹거리를 먹기전에 먼저 오늘의 동반시 오세영 시인의 "단풍 숲속을 가며"를 낭송하였다.
'단풍 숲속을 가며' / 오세영 (1942~)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옆을 보면
화들짝 붉히는 낯익은 얼굴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뒤를 보면
또 노오랗게 흘기는 그 고운 눈빛
가을 산 어스름 숲속을 간다
붉게 물든 단풍 속을 호올로 간다
산은 산으로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로 말하는데
소리가 아니면 듣지 못하는
하루 해는
설키만 하다
찬 서리 내려
산은 불현듯 침묵을 걷고
천자만홍 터뜨리는데
무어라 말씀하셨나
하얗게 센 반백의
귀머거리
아직도 봄 꿈꾸는 반백의
철딱서니
작년에 내가 총무직을 맡을 때 38명이 참석한 백두산 산행 다음으로 국내에서의 시산회 최고의 참석인원인 26명의 산우와 가족들 앞에서의 시 낭송이었다. 마나님들이 6분이나 된 탓인지 야채전, 삶은 고구마, 족발, 묵, 두부와 김치, 산나물, 고추와 깻잎절임, 간재미 무침, 오곡 김밥, 찰밥, 떡과 과일 등이 푸짐하게 차려지고 정겨운 점심으로 배부르게 공양하며 강원도 옥수수 막걸리에 모두들 거나하게 취한 듯 행복한 밥상이다.
조금 어둑해지고 폭포 인근인지라 식어진 등이 추위를 느껴 시간을 보니 13:30분이니 하산해야 할 시간이다. 저 언덕 넘어 복숭아 폭포를 기억으로 남겨두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내려 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라는 고은 시인의 일본의 17자 하이쿠 방식을 딴 '그 꽃'이라는 시구는 내리막길이 오를 때 보다는 여유롭고 주변을 넓게 볼 수 있는 의미라 생각되는데 올라 갈 땐 몰랐는데 내려 올 때는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도 멀게만 느껴지는 하산 길이다. 역시 왔던 신행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발걸음은 설렘이 줄어드는 모양이다.
경사가 심한 산허리를 돌아 나오는데 갑자기 산 위에서 세찬 바람이 불고 낙엽이 눈덩이처럼 황홀한 음률을 내며 우수수 거세게 뒹굴며 내려온다. 꽃단풍이다. 와! 너도 나도 저절로 탄성을 올린다. 마치 우리와의 석별이 아프다는 낙엽의 노래 같다. 벌써 낙엽은 저 아래 계곡바위에 옷을 입히기도 하고 폭포를 벌집처럼 덮어버린다. 오랫동안 산을 다녔으나 이런 낙엽의 춤추는 연주는 첫 경험이었으니 지금도 생각하면 온몸이 전율할 듯 저려온다. 낙엽은 죽음이 아닌, 종말이 아닌 새로운 탄생과 희망의 약속인 출발과 시작이라는 선서일 지도 모른다.
드디어 출발했던 계곡 입구에 도착하니 15:20분, 올라 갈 때2시간, 내려올 때도 거의 2시간이 소요 되었으니 다리가 뻐근한데도 15:30분에 출발 예정이라서 곧장 차에 오른다. 해 저문 귀환의 길이다. 양평으로 가서 저녁을 같이하고 서울로 가야 하는 길이 얼마나 지체될 지 염려가 되면서도 걱정 없이 쉽게 설악에 당도했던 오늘이라 다소 안심이 된다.
18:30분 양평, '해찬솔팬숀'에 도착하니 널직한 마당에 흐릿한 전기 줄 조명을 등불삼아 270명의 대군단이 임시용 장의자에 앉아 부침개, 김치두부, 알타리무, 무우채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마시고 맛있는 밥과 시래기국으로 저녁 식사를 하였는데, 마당의 가마솥단지에 펄펄 진하게 우러난 양평의 유명한 해장국을 기대했던 탓인지 시래국에 실망의 탄성도 있었지만, 이 많은 사람의 한자리 식사가 품질과 품격을 모두 채워 줄 방법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 분명한 일이라 모두 뒷소리는 없다.
김정남 회장에게 물어보니 양평해장국을 먹으려고 알아보았으나 이만한 인원이 들어갈 장소가 없었다고 한다. 모임을 여러 번 가졌으나 저녁 식사까지 제공한 적이 없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김정남 회장은 다시는 두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산악회가 단독으로 주최하는 행사라면 만 명도 자신 있겠지만,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큰 행사에 모든 경비를 주최 측에서 모두 부담했다니 참으로 고맙고 어부인들에게 면목이 섰다네.
아무튼 최상의 날씨와 주최 측의 배려로 여행자보험까지 들었지만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모두가 배부른 하루로 설악과 익어가는 가을을 만끽하였으니 이보다 더 감사하고 다행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총동문회와 총산악회의 행사 관계자 여러분, 특히 우리 시산회의 전회장님인 김정남 회장의 노고와 헌신의 열정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 자네나 되니까 이렇게 큰 행사를 매끄럽게 치르지, 올해 한 해로 끝내지 말고 내년에도 계속해 주시게.
나도 시산회 총무 1년, 회장 1년으로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하였으나 모자라고 아쉬운 시간은 너무 빠르게 가고 기다려 주지 않아 이제 두 달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회한이 앞선다.
11.07(금)~11.08일(토), 1박 2일의 진도여행은 김동주 산우와 한천옥 산우의 크나 큰 보시로 추억이 많은 여정이 될 것이라 생각되니 많은 산우들이 함께 하길 간절하게 바란다. 틀림없이 즐거운 추억의 한 장을 이룰 것을 믿으니 많은 산우들의 참가를 바란다. 시산회원과 부인이 우선이고, 자리가 남으면 비회원의 희망자도 참가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19:30분, 서울로의 되돌아가는 길이다. 도로 막힘을 고려하여 곤지암으로 가서 중부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출발지점인 잠실역에 21시가 훨씬 넘었다. 모두 하차하고 작별의 인사를 하며 공식적인 이번 설악산 산행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행사에 참가한 모두가 시간과 질서를 잘 지켜준 광고인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현된 것이라 확신하고 싶다.
산우들아! 모두 즐거운 시간 이었다네! 마나님들에게도 특별한 안부 부탁하네!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고,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게 하기 위하여~"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산우들 다 같이 깊어가는 가을에 그리운 사람이 되도록 몸살하세나!
2014년 10월 28일 조문형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