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직분 임직 하던 날
2023년 4월 30일 주일예배에 신천 임원 임직식이 있었다. 올해 교회 창립 80주년을 기념하여 9명의 신천 임원을 세웠다. 인구절벽 시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인력난으로 국가 기간이 흔들릴 지경이다. 이런 현상은 교회라고 비껴갈 리 없다. 일꾼 세우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더욱이 산골의 교회들은 이런 사회적 현상으로 인한 충격이 만만찮다. 그러한 때에 일할 직분자를 세운 것은 하나님의 은혜다. 80년 동안 주의 일을 감당하며 달려왔는데 다시 100년을 향하여 더욱더 멀리 뛰어가라는 뜻이리라 싶다. 감리교 장정에는 집사, 권사, 장로, 목사의 직분이 있다. 목사는 연회에서, 장로는 지방회에서 각각 안수식을 거행함으로써 그 직분의 귀함을 몸으로 체감하게 되지만 집사와 권사는 1년 직이고 매해 당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는 직분이라서 대부분 신천 임원에게만 임명장 수여로 임직식을 대신했다. 그러다 보니 이 직분은 때가 되면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리기 시작했고, 당사자들도 귀하게 여기지 못했다. 하나님이 주신 직분에 대해서 그 무게의 경중(輕重)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요 만불성설(萬不成說)이다. 그래서 집사와 권사도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직분임을 느낄 수 있도록 임직식을 준비하였다. 많은 교인들이 참석할 수 있게 주일예배 시간에 개최하여 원근각처에 있는 일가친척들과 지인들을 초청했다. 그렇게 하여 김순옥, 김순자, 전인숙 명예권사, 이금숙, 최영순, 이미숙 권사, 추성호, 유정숙, 김권종 집사가 여러 증인 앞에서 주의 일꾼으로 충성할 것을 다짐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1부 예배를 마치고 성도들의 박수 가운데 임직 임원들의 입장으로 임직식이 시작되었다. 박영균 장로의 임직자 소개가 있은 후 예식사, 임직문답, 이금숙 권사와 김권종 집사의 선서, 집례자의 선언, 임명장 수여가 있었다. 정연경 장로의 성경봉독, 집례자의 권면, 이미숙 권사의 기념헌물 봉헌이 이어졌다. 축하의 시간에는 담임목사가 작시한 임직자의 이름의 3행시로 축하의 시를 양순영 권사가 낭독했다. 장로 부부들의 축가, 이원상 장로의 축사, 임직패와 함께 축하의 시, 축하의 꽃다발을 증정했다. 최영순 권사의 감사의 인사, 하객들의 축하의 잔치 한마당으로 임직식은 절정에 이르렀다. 파송의 찬송(323장)을 부른 후 축도로 임직식은 성대한 막을 내렸다. 목사와 장로처럼 집사와 권사도 하나님이 구별하신 일꾼들에게 맡기시는 귀한 직분임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임직 당사자들은 감동의 눈물을 감출 수 없었고, 이를 지켜보던 가족들, 성도들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평생 잊을 수 없는 감사와 감동으로 마음을 채운 임직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별히 이번 임직식에는 직분의 소중함을 알고 참석만으로도 감동을 준 손님들이 있었다. 89세의 아내 김순옥 명예권사의 남편 조진현 성도다. 아내와 동갑인 그는 뇌졸중으로 하반신 장애를 입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거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안방에서 거실까지도 멀고 먼 그에게 덕거리에서 교회까지 거리는 너무나 먼먼 타국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가 교회에 온다는 것은 상상불가의 상황이지만 그는 아내의 임직 자리에 꼭 오고 축하해 주고 싶었다. 힘을 다해서 휠체어에 몸을 싣고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올 때는 그 자체로 모두에게 감동이었다. 늘그막에 받은 아내의 권사 직분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모두에게 알림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한 추성호 집사 임직에도 남다른 은혜가 있었다. 올해 56세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직분을 받은 추 집사는 1996년 20대 후반에 경운기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이 사고로 오랫동안 의식없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그를 보고 모두 그의 장례를 준비하고 있을 때 그는 70일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그러나 이 사고는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에게 정신과 지체 장애라는 상흔을 남기고 말았다. 하지만 이 일은 그 가족이 예수님을 믿는 기회가 되었고, 그 후 추성호 집사는 몸이 불편하지만 27년 동안 꿋꿋하게 믿음의 길을 걸었다. 임직식 전날 부산에 사는 그의 누이 추순미 권사가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아버지 추교환 원로권사에게 안부 전하다가 동생의 임직식 소식을 듣게 되었다. 추 권사는 동생이 예수 믿는 것도 감사였는데 직분까지 받았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고 기쁨이었다. 이 가정에 믿음의 밀알이 된 그는 이 임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부산에서 봉평까지 장장 6시간 걸친 장정(長程)을 한 숨에 달려와 이 감사와 축하의 자리에 참석했다. 누구에게나 직분은 소중하지만 어쩌면 평생 직분자로서 살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동생이 받은 집사는 남들보다 열 배나 귀한 직분이었다. 그래서 먼 거리를 핑계 삼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임직식 내내 그의 가슴에는 감동과 은혜의 물결이 출렁거렸다. 뿐만 아니라 그의 형은 평생 양복 한 벌도 없이 지낸 동생에게 고급 양복을 선물하여 그의 임직을 축하했으니 누구보다 추성호 집사가 받은 이 직분은 모두에게 하늘 직분의 귀함을 깨닫게 했다. 그러나 이런 깨달음은 그날의 임직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몫이다. 세상의 그 어떤 직함보다 하늘의 직분이 더 귀하다고 마음 깊이 인식하고 충성하는 일꾼이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이다. “나를 능하게 하신 그리스도 예수께서 우리 주께 내가 감사함은 나를 충성되이 여겨 내게 직분을 맡기심이니”(디모데전서 1:12).
김순옥 명예권사
추성호 집사 임명장 수여식
임직 임원 전체 기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