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거듭 비나이다, 서낭신께 비나이다>
“내물치에 이제 남은 마을제사는 서낭고사가 다지요.”
마을에서 고사를 지낼 때면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평소에 잘 못 먹던 떡과 소고기국밥 내지는 돼지국밥을 먹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어른들이 정성으로 제사를 올리는 장면을 보면서 마을이 경건해졌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좀 더 풍요롭고 안녕해서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던 모습입니다. 우리의 중요한 고유문화였습니다. 이 문화가 온전히 이어져야 할 텐데, 현실은 불안합니다. 왜 고등종교는 계속 늘어만 가는데, 우리 고유신앙과 문화는 점점 사라질까요.
내물치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대포동과 도문동 자락, 그리고 외설악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관문이었으니까,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모두 내물치를 거쳐야 했답니다. 오랜 역사 사실을 가지고 있는 내물치 서낭당의 자료를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사실 사진을 찍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서 옛 모습은 기록되어 있지 않지요. 그 가운데 수집된 자료를 따라 가보겠습니다.
현재 안가산에 세워져 있는 서낭당이 있기 전에는 숲속에 시멘트 벽돌로 울타리를 하고 시멘트로 세워진 당집이었습니다. 1979년에 지었다고 합니다. 그 안에는 위패와 촛대 등이 있었지요. 위패는 나무로 잘 만들었는데요. 마치 각 가정에 있는 조상들 사당의 신주(神主)와 흡사했습니다. 내용은 한자로 “삼청도문성황대신(三淸道門城隍大神)”이라 했습니다. 삼청(三淸)은 세 명의 신선을 뜻하는 말이고요. 도문(道門)은 이곳을 통과하면 도를 터득하는 문이라 해서 불렀습니다. 바로 도를 통해 삼청으로 있는 입구를 지키는 성황신이라는 뜻이지요.
성황은 그 설이 분분해서 어떻게 생겼는지 하나로 규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성을 수호해 주는 신이라는 뜻도 있고요, 마을을 수호해 주는 신이라는 뜻도 있고요, 중국의 강태공 부인인 마 씨 할머니라는 뜻도 있고요, 몽고의 마을 수호신 유풍이 한국에 전해졌다는 설도 있고요. 정말 많습니다. 문헌에는 고려시대 초에 유입된 것으로 나올 따름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는 성황이라 한자로 썼지만 많은 사람이 서낭이라 읽습니다. 물론 성황이라 읽는 사람도 많아요. 내물치 서낭도 다른 곳처럼 성황당이라 썼고요. 부를 때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내물치 서낭당의 기능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적인 일과 풍어와 풍요와 안녕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합니다. 특히 바다에서 고기를 잡을 때 조난사고가 없기를 비는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내물치 서낭당에 상량문을 보면 서낭당이 지어진 연도가 나옵니다. 글자가 물기를 머금어서 흩어지기는 해도 분명 2018년 11월 15일 사시(巳時, 9~11시)에 입주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龍 西紀 二千一八年十一月十五日巳時入住 上樑龜(용 서기 이천일팔년십일월십오일사시입주 상량 구)”
이를 풀면 이 정도로 ‘용처럼 조화를 부려 뛰어나고 거북처럼 오래 가라. 2018년 11월 15일 사시에 입주하고 상량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황당은 참 재미있는 구조로 만들어졌어요. 아주 독특하다고 할까요. 서낭당의 형태가 마치 효자문이나 열녀각처럼 되어있거든요. 단청(丹靑)도 같고요, 홍살(紅箭)도 열녀각과 같은 구조입니다. 서낭신 외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홍살문이 있지요.
성황당 입구에는 한글로 노란 나무 바탕에 성황당이라고 검은 글씨로 쓰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참 좋은 문구입니다. 사람은 마음으로 살잖아요. 그 문구를 보는 순간 마음이 안정되고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안에는 제기를 보관하는 함이 있고요. 제사를 지내고 올린 실타래 예단이 깨끗하게 매어 두었습니다. 오래도록 아무 탈 없이 마을을 보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내물치 마을제사를 조사한 문헌이 전합니다. 속초의 모습 제대로 알기2(속초시․속초문화원, 2007.)라는 문헌인데, 제당을 현재로 옮기기 전의 것인데요. 내용이 현재 구술하는 내용과 다르지 않으므로 그대로 옮겨 이해를 돕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매년 봄가을로 제사를 지내는데 음력 3월 3일과 10월 초하룻날을 정하여 낮 1시경에 지낸다. 마을을 옮기기 전에는 택일하여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제보자 전상원(남, 63) 씨에 의하면 봄에는 간소하게 제물을 차려 지내고, 3년마다 가을 제사에는 전체 규모가 크게 지낸다고 한다.
성황제가 다가오면 이장이 주민 중에서 적당한 사람을 골라 나이를 추려 무당에게 가서 선출한다. 무당은 생기를 맞추어 그 중에서 도가 한 집과 제관을 정한다. 제관은 생기(生氣)를 맞추어 깨끗한 사람 둥 4명이 선출되며 도가집 대문 앞에는 사흘 전에 미리 큰 소나무 가지를 양쪽으로 두 개를 꺾어 송침을 하고 황토를 뿌려 부정을 막는다. 이날부터 주민들은 도가집에 출입을 금하지만 외부인들은 특별하게 부정함이 없는 한 별 탈이 없다 한다. 마을에서는 제사를 올리기 일주일 전인 음력 2월 26일에 쌀 일곱 되 일곱 홉으로 당 옆에 제주에 쓸 제주를 봉한다. 또한 이때 당의 출입을 삼가도록 금줄을 친다.
제물은 메 2그릇, 수부상에 올리는 메 한 그릇이며 시루도 성황신께는 시루 2개, 수부에게 시루 하나를 올린다. 소머리와 4족, 꼬리, 내장 등 부위별로 조금씩 다 쓰는데 이것을 ‘말’이라 부른다. 그것은 마치 소 한 마리를 잡은 것과 같은 정성이라는 뜻이다. 기타 인근 바다에서 직접 잡은 문어, 명태, 가자미, 열기 어물을 쓰고 그외 주과포 등을 차린다. 제사 비용은 어촌계에서 내놓은 50만원 내외의 예산으로 도가집 안주인이 장을 보아서 준비하여 물건을 살 때에는 제물값은 깎지 않고 부르는 대로 돈을 주어야 부정타지 않는다고 한다.
봄치성 때에는 제관 2명, 도가, 경을 읽고 소지를 올려주는 복자, 도가집 안주인이 제주를 거르기 위해 참여하며 그 외에 다른 여자들은 당에 들어오지 못한다. 당에 도착하면 먼저 금줄을 걷고 술을 거르는 동안 제관들은 제당 안을 정돈하고 제물을 진설하고 한지와 무명 실타래를 폐백으로 올리는데 매년 새것으로 바꾸어 건다. 오른쪽에는 수부상이 마련되는데 메 한 그릇과 시루 하나만 놓는다. 이렇게 진설이 끝나면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의 순서로 잔을 올리고 경읽는 복자가 북을 치며 고사를 올린 다음 집집마다 소지를 올리고 선주들을 위한 배소지도 올린다.
대략 30분 정도면 성황제사가 끝나는데 밖에서 잡귀를 쫓는 절차로 음식 일부를 떼어서 물에 말아 뿌리고 난 다음 도가집 여주인이 음복할 준비를 한다. 마을 주민들은 음복에 참여하는데 미쳐 오지 못한 주민들을 위해 음복하고 남은 음식은 골고루 나눠준다. 그러나 도가집에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는다고 한다. 제가는 당집에 보관하고 제주 단지는 제당 한쪽에 두고 문을 걸지 않고 내려오면 봄제사는 끝이 난다.
봄제사가 끝이 나고 3일 후에 도가집에서는 경비 명세서를 동장에게 보내고 결산을 한다. 이때눈 마을의 유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 7명과 수협 총대 한 명, 어촌계 총대 3명, 그와 통장, 도가 제관들이 참여하여 확인한다.
3년마다 행하는 가을 대치성 때에는 무당을 불러 제사를 지내는데 황소를 직접 잡아 제물로 쓴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때 특별히 풍어를 기원하며 소지를 올린다.
이곳 성황당은 동해 콘도 뒤 야산에 있는데 예전에 원산으로 가는 철길 옆 도문과 대문의 경계에 소나무를 성황신목으로 모시다가 6.25때 포격으로 타버렸다고 한다. 그 후 당집을 새로 지었으나 도로가 확장되고 마을이 현재의 위치로 옮겨지면서 새로 집을 지었다.
제당 형태는 높이와 사방 2m 정도의 한 칸 세멘트 슬라브 평면 건물로 철문을 달았다. 주위는 밭가운데 갈대숲이 우거지고 소나무가 몇 그루 있으며 당집 주변을 시멘트로 담을 쌓았다. 내부에도 시멘트로 제단을 만들고 위패를 모셨는데 높이 20cm 정도의 나무 위패함을 만들어 그 속에 검은 글씨로 ‘삼청도문성황대신(三淸道門城隍大神)’이라고 써놓았다. 이 지역은 현재 하도문동과 인접하고 있으므로 본래는 도문동 성황당으로 파악되나 행정구역에 따라 현재 내물치에 속한 것으로 생각된다.(속초의 모습 제대로 알기2, 속초시․속초문화원, 2007.)
내물치의 마을제사는 이제 서낭제가 유일합니다. 그 때문에 서낭신께 모든 기원을 드려 소원성취를 바라지요. 마을 사람 대부분이 바다를 배경으로 생계를 이어가므로 요즘 서낭당에는 두 분의 신을 모십니다. 토지신과 용왕신이라 합니다. 메를 2개 떡 2개를 놓는 이유입니다. 용왕신을 바다신이라 부릅니다.(구술 제보: 이대근 노인회장, 용종호 어촌계장. 속초시사, 속초의 모습 제대로 알기, 속초의 역사와 문화유적. 2023.10.20.이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