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다.
첫눈인데 대차게 내린다.
출근하니 눈이 학교 전체를 하얗게 덮고 있다.
1교시 국어 시간.
학교 앞에 큰 눈사람과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아빠와 아들같다.
날은 추운데 두 눈사람이 따뜻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나서 학생들은 교실에서 시를 쓴다.
창 밖에는 아직도 눈이 소복 소복 내린다.
첫눈 / 양수진
눈이 내린다
눈이 펑펑 내린다
눈송이들은 하늘에서 춤을 추고
나무들은 옷을 입는다
눈이 펑펑 내린다
함박눈 / 이민우
하얗게 내린다
소리없이 사라진다
포근하게 안아준다
눈 / 최성은
눈이 내린다
겨울도 아닌
늦가을에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천천히 내리지 않고
빨리 내리는 눈
집에 가고 싶은 나처럼
빨리빨리 내리고 싶은가 보다
그 작은 새끼 손톱만한 눈이
내 눈에는 크게만 보인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다 시인인가 보다.
어찌 이리도 각자의 생각을 이쁘게도 표현할 수 있을꼬.
거침이 없다.
생각을 여과 없이 언어를 이용하여 술술 써 내려간다.
그래서 순수하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평소 챗GPT를 잘 가지고 논다.
챗GPT를 기본적으로 잘 사용할 줄 알아 챗GPT랑 잘 논다.
이번에는 본인이 쓴 시를 챗GPT를 이용하여 더 다듬어 본다.
첫눈 / 양수진과 챗GPT
첫눈이 내리면
모든 발자국이 새롭다
그 전까지 있던 길은
하나의 기억처럼 사라지고
하얀 눈밭에 남은 건
오직 처음과 끝없는
새로운 발자국들뿐이다.
첫눈 / 이민우와 챗GPT
희고 조용한 숨결
바람 속 속삭임처럼 내린다
땅 위에 평쳐진 하얀 약속
잠시 멈춰 선 마음들
눈꽃 / 이민우와 챗GPT
하늘에서 내려온 작은 손길
나뭇가지 위에 핀 하얀 꽃
햇살에 녹아 사라져도
그 아름다움은 기억속에 남으리
눈오는 집 / 최성은과 챗GPT
늦가을의 끝자락
겨울은 천천히 다가오는 듯하더니
한밤중 문득 눈처럼 쏟아져 내린다
집 앞 마당에 고요히 쌓인 눈은
마치 담요 같다
따뜻할 리 없건만
그 아래엔 모든 소리가 잠든 듯하다
빨리 걸어야 할까?
아니면 천천히 머물러야 할까?
겨울은 속삭인다.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
눈송이 하나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온 편지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길 위에서
그 길을 천천히 덮어주는 약속처럼
집 안에 들어와도
눈은 마음 한켠에 머무른다
늦가을과 겨울 사이
아직 남아 있는 계절의 흔적처럼
요즘 챗GPT는 참 잘 쓴다.
시인들 이제 어떻하나?
챗GPT가 아무리 잘쓴다고 해도 난 그래도 우리 학생들 시가 더 좋다.
챗GPT의 시는 인공적인 MSG같다.
하지만 학생들 시는 순수하다.
자연에서 갓 채취한 신선한 천연 재료와도 같다.
그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첫눈 덕분에 우리 학생 시인님들의 예쁜 시를 만났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다 작가님이시다.
학교 홈페이지에 언제든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생 작가 작업실을 만들었다.
( 학생 작가 작업실<학생마당<지사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