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친퀘테레 클로닐리아 정상
2024. 4. 23
시편 51장
(시편 51,18)
하느님께 맞갖은 제물은
부서진 영. 부서지고 꺾인
마음을 하느님, 당신께서는
업신여기지 않으십니다.
묵상ㅡ
다윗이 절규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주님 뒷배를 믿고
승승장구하던 내가
어쩌자고 그랬을까.
내가 이거밖에 안되는
종자였나. 심지어
이런 변명을 하기도 한다.
시편 51,7
정녕 저는 죄 중에
태어났고 허물 중에
제 어머니가 저를
배었습니다.
인간은 어차피 원죄를
갖고 태어난 존재,
그러니 나약할수밖에
없잖습니까?
조금은 뻔뻔하게 밑밥을
까는거다. 그렇지. 틀린말은
아니니까! 주님께서 각별히
도우시며 애지중지 공들인
다윗이건만, 자신도
그럴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각성과 반성,
자책감으로 그야말로 부서진 영,
꺾인 영이 되고 만다.
다윗은 하느님과
자신 스스로에게
용서받는 화해의
과정이 필요했다.
하여 뭐라도 해서
자신의 죄를 씻고
싶었을 터, 주님께서
씻어주시면 더 희어질
것이라고도 노래한다.
여기엔 다윗의 주님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믿음, 자신의 죄에 대한
시인, 그리고 뭐라도 해서
죄값을 치르겠다는
보속의 역량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리 쉽게 죄에 대한
속죄값을 치르게 하지
않으신다는것, 다윗은
그것까지 인지했던 거다.
(시편 51,18)
당신께서는 제사를
즐기지 않으시기에
제가 번제를 드려도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시리이다.
번제물이라도 바칠
양이었는데 그것만으론
절대 안돼부러!!!
자기죄에 부서지고
자기상처와 열등감에
꺾이고, 자기 병고에
무너진 마음을 주님께
가져가서 자기 마음과
주님의 마음을 합하여
간절한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께서는 제사같은건
즐기지 않으신다고
믿고 읇조린 다윗의 신념,
나 역시 그런 체험이 있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6년전,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이듬해에
첫명절 차례를 지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데 남편이 춥다고
발을 동동거리며 대충사서
가자는 거다. 차례상에 올릴
조기며 다른 반찬거리들을
사려면 한참을 둘러봐야하는데,
저만치에 서서 빨리 가자고
볼멘소리를 한다. 참았던 화가
터져나오며 순간,
"지금 누구 제사준비 하는거야?
자기엄마 제사야. 직장다니는
며느리가 구정날 쉬지도
못하고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
차례상 잘 차려드리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런 마누라
마음은 알지도 못하고 애들처럼
지금 춥다고 그럴때야. 아구 기가 멕혀."
라고 따다다닥~~ 토해낼뻔했다.
(이렇게 질러버렸다는 말이 아님.
절대 오해없기를 바람)
그런데 그순간 며칠전에
읽은, 아래 말씀이
떠올랐던게다. 왜 하필!!!
(시편 51,18)
당신께서는 제사를
즐기지 않으시기에
제가 번제를 드려도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시리이다.
나는 속상한 마음에 눈을
희번덕거리며 남편에게
흘기고 있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먹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래 그렇지
주님께서는 지금 나에게,
'너 제사 준비하는것도
좋지만 나는 그런 행위보다,
화목과 사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그게 나에겐 사랑의 성사이고
참 제사이며, 내가 기뻐
즐기는 참 번제물이란다.'
이 다급한 마당에
수산시장 한복판에서
주님과 이리 대화를
나누게 생긴거냐고!!!!
그리고 이런 말씀이나
메세지나 깨달음은
철딱서니없는 우리
남편에게나 주실것이지
왜 맨날 나만 달래시냐고요.
한바닥 뱉어내려고
몰아몰아 혀끝까지
내보냈던 욕바가지를
다시 목으로 밀어넣으면서
나는, '예 주님, 실천이
중요하지요. 저도 그건
알아요. 이제부턴 침묵하고
기쁘게 순명하면서 참
제사를 올려볼게요.'
저만치에서 남보듯이
서서 춥다고 짜증을
내는 남편에게,
가식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알았어. 얼른
사갖고 갈게.'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어려운거다.
썩어문드러지는 마음과
주님의 말씀대로 실천해보겠다는
두 마음이 엉켰을 때,
부서지고 꺾인 영이
되어 주님께 나아가
엎드리는것도, 어떤
행위가 아닌 마음밑
깊은 동기를 정화하고
회개해서 주님이 즐기시는
제사(실천)로 바꿔 올리는
것 말이다.
시편 말씀은 이렇듯
내가 직접 겪고 경험하고
체험한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있어서, 매순간
살아서 나를 일으켜주고
주님 마음에 기대어
새사람으로 변화될
각오를 다지게 한다.
수산시장 한복판에서
체험했던 인간승리의
기억, 그때나 지금에나
그런식의 순교(마음과 의지)는
여전히 실천해야 할,
나의 몫으로 남아있다.
주님, 저희가 자칫 일상에서의
실천보다 뭔가 격식을 갖추어서
제사를 올리고 번제물을
바치는것으로, 자기 잘못을
퉁치고 없애고 회피하려는
마음을 고쳐주소서.
첫댓글 박지현 요셉피나님의 묵상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