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교수 · 이순칠
우리의 문명은 양자물리에 의 해 서 퀀 텀 점 프 를 했 다 . 양자물리 이전의 문명과 이후의 문명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 주변에 양자물리의 영향을 받은 것이 어떤 것들이 있냐고?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양자물리는 어디에나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아서 백 년 전에도 있던 것 빼고는 모두 양자물리 덕분에 발명이 되었거나 개선된 것이다.
퀀텀 점프가 가장 컸던 분야는 물론 물리 분야이다. 새 학문이라는 것이 원래 정의상 그 이전의 학문과는 다른 것이지만,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그 이전의 물리학과 대별된다. 분자결합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화학은 양자물리가 탄생하면서 비로소 그동안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결합법칙을 기본 원리에 근거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RNA, DNA를 다루는 생명공학도 양자물리 덕분에 탄생했다. 이런 자연과학에서의 퀀텀 점프가 공학에도 전파되었음은 물론이다. 양자물리 덕분에 발명된 반도체나 레이저는 전자공학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는 온통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양자물리가 처음 탄생하고 나서 그 형태를 갖추기까지 약 30년이 걸렸고, 양자물리가 완성되자 문명의 퀀텀 점프가 시작되었다. 양자물리는 그 이후 현란하게 사용되어 현대의 문명을 일으켰으나 그동안 사용되지 않은 속성이 하나 있었는데, 최근 30년간 그 속성을 이용하는 양자정보 기술이 발달하였다. 이제 우리는 양자정보 기술에 의한 문명의 두 번째 퀀텀 점프를 목격할 시점에 와있다.
양자정보 기술은 수퍼컴퓨터보다도 빠른 양자컴퓨터, 순간이동, 도청이 전혀 불가능한 통신 등, 공상과학같이 들리는 기술들을 포함한다. 작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분들은 순간이동 기술을 실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요즘의 양자정보 기술은 크게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싱의 세 분야로 발달하고 있다. 양자통신은 이미 상용화가 되어 우리나라에서도 통신 3사가 시범망을 국내에 깔아놓고 테스트해보고 있다. 양자센싱 분야에서는 기존 측정법의 해상도 한계를 넘는 새로운 측정법들을 개발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병렬처리를 잘하기 때문에 빠르며, 양자컴퓨터가 병렬처리를 잘하는 이유는 양자계의 중첩성 덕분이다. 병렬처리란 여자들이 잘하는 멀티태스킹을 말하는 것으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함을 말한다. 이 병렬처리가 효율적인 대표적인 두 개의 알고리듬은 우연히도 현대의 두 가지 암호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어서 양자컴퓨터의 미래 파급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다. 암호는 국방이나 스파이들만 쓰는 것이 아니고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암호를 넣어서 스마트폰을 깨우는 일이며, 하루 종일 온라인 뱅킹, 온라인 쇼핑, SNS, 주식 거래할 때 암호를 넣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밤에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갈 때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정신 차려서 눌러야 한다.
양자컴퓨터는 암호를 깨는 일 이외에도 신약이나 신물질을 개발한다든지, 생산공정이나 물류를 최적화하여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를 절감하는 일은 잘한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사기업들이 이미 많이 연구개발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또한 인공지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고 예상되므로 조만간 우리는 청소보다 훨씬 똑똑한 일을 하는 로봇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양날의 검이다. 원자력처럼.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미래가 훌륭한 신세계가 될지 암울한 신세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론상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언젠가 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를 잘 알고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를 모르고 외면하는 사람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 기술에 깨어 있어야 한다.
필자소개
노스웨스턴대 Ph.D.(물리학)
카이스트 교수/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현)
카이스트 자연대학장, 한국물리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