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하오! 리장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한 보따리 챙겨 온 피스 통신원 테디입니다. 시장 좌판에서 멀리 여행을 다녀온 나그네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 가볍고 신나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가져온 이야기가 많으니, 하루씩 나누어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럼 한번 떠나봅시다!
첫날 배낭을 짊어매고, 쿤밍 역으로 갔습니다.
피스캠프에서 쿤밍 역까지는 버스로 약 30분 거리.
피스캠프 근처의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엔
오랜만에 비 내린 쿤밍의 밤거리가 아름답게 빛납니다.

북경로(北京路)를 따라 쿤밍 역으로 가는 23번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는 무려 2층이었습니다. 2층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색다르더군요.

버스 안에서 역시 쿤밍 역으로 가던 한 여행자를 만났습니다. 이름은 '주오판'.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시황릉으로 유명한 시안에서 와서 윈난 성 여행을 하는 대학생입니다. 중국에선 드물게도 영어를 할 수 있는 친구였죠. 서로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고 역까지 동행했습니다.

"My little heart!"
역에서 주오판이 저희에게 맛있는 음료수를 사줬습니다. 여러 번 사양했지만, "My little heart"라며 먹고 싶은 것을 골라보라 하더군요.^^ 고마워서 어떡하나! 다음에 갚을 기회가 있겠죠? 고마운 순간이었습니다.
"씨에씨에!"

주오판은 쿤밍에서 리장 사이에 있는 *따리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따리(大理,대리)는 그 유명한 '대리'석의 기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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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4 / 리장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습니다.

쿤밍에선 리장까지는 약 9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오늘 밤은 침대 기차에서 보냅니다.
침대 기차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고, 내일 아침이면 리장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중국은 같은 성안에서도 9시간씩 걸리니, 말 다했죠? ^^
여행의 묘미는 새로움입니다.
침대 기차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어떨까요?

<쓰촨 형님>
같은 방에 고페이라는 중국 형님이 있었습니다. 윈난 성에서 가까운 쓰촨 성에서 왔다고 합니다. 영어는 거의 못 하시는데, 중국어, 한국어, 한문, 수화 등을 이용해 쓰촨 음식, 윈난 성 여행지, 자장면의 기원, 중국어의 다양성, 12간지, 한족, 중일 관계, 이름 뜻 등 꽤 많은 대화를 나눴답니다.
제이크의 본명인 재일(在一)이 뜻이 좋으냐 물으니 좋다고 하더군요.
29세인 형님은 17세인 세라와 띠동갑이었습니다.

고페이와 뜨거운 대화를 나누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들 침대 기차에서의 하룻밤이 불편하리라 예상했는데,
꽤 편안하게 잤답니다.
창밖에서 아침이 서서히 밝아옵니다.

쿤밍보다 고도가 높은 리장은 더 쌀쌀한 날씨로 우리를 맞았습니다. 그 쌀쌀한 날씨는 멀리 보이는 옥룡설산(玉龍雪山, 중국명 위룽셰산)의 만년설과 청명한 하늘을 보는 데엔 안성맞춤이었죠.^^ 저 멀리 우뚝 솟은 옥룡설산이 보이나요?

에이클과 제이크는 쿤밍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삽니다.

그리고, 이제 첫 목적지인 옥호촌(玉湖村)으로 가는 길을 찾습니다.

가는 길에 한 중국인 아저씨와 유쾌한 아침의 대화도 나누고,

"에이 추워!"
옥룡설산이 한눈에 보이는 버스정류장으로 갑니다.




우리는 환승지인 상산 시장(象山市場)으로 갑니다.

상산 시장은 이 지역에 있는 낮은 산이 코끼리 모양이라서 붙었다고 합니다.
상산 시장에서 옥호촌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봤는데...
헉, 방금 떠나갔다!
다음 차는 네 시간 뒤!?

옥호촌 행 버스는 하루에 몇 대 없습니다.
마침 우리가 도착하기 수 분 전 떠나간지라. 네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시장 구경하고 싶었는데 잘 됐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허기진 배도 채우고, 시장 구경도 했습니다.

한 국숫집으로 들어가 주문을 했습니다.

리장 첫 음식은 쌀국수의 일종이었습니다.
닭고기로 만든 얼큰한 국물이 일품이었는데,
은은하게 풍기는 생강 향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생강을 좋아하지 않는 이도 이 국수는 좋아할 것 같더군요.^^
(개인적으론, 중국에서 가장 맛있는 국수였습니다.)


시장 구경!
뜨겁고 활발한 쿤밍 시장과 달리, 정겹고 고즈넉한 분위기였습니다.

네 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부릉부릉 버스를 타고,
리장에서 첫 이틀을 보낼 옥호촌으로 떠났습니다.
옥호촌은 리장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나시족 마을입니다.
마을 근처에 옥빛 호수가 있다고 해서 옥호촌(玉湖村)이란 이름이 붙었죠.
리장 시내에서 옥호촌으로 가는 길에
푸르게 펼쳐진 숲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버스가 옥호촌에 다 닿을 무렵...
우리의 버스는 덜컹!하며 옥호촌으로 올라왔습니다.


옥호촌 도착!

마을 입구의 버스 정류장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에,
정겨운 마을 풍경이 스쳐 지나갑니다.




객잔은 옛날 차마고도 길을 오가던 상인들이 잠시 쉬어가던 곳을 부르는 말이죠.
차마고도가 지나는 리장에도 객잔이 많이 있답니다.

옥호촌에서 머물 숙소는 그 이름 아름다운 '달빛나비 객잔'입니다.
물론, 우리말로 달빛나비입니다.
나시족 사람들과 함께 객잔을 운영하는 '따슝'(큰 곰)이란 분이 한국 분이거든요.^^
예전에 맺었던 작은 인연으로,
이번에 달빛나비 객잔에 방문하게 되었답니다.

객잔에 짐을 풀고, 다 같이 차를 마셨습니다.
따슝 님과 함께 달빛나비 객잔에서 사는 심 박사 님(왼쪽)이 차를 끓여주십니다.

따뜻한 차 자리에는 결혼한 지 6일 된 중국인 신혼부부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오기 직전, 옥호촌에서 길을 지나가던 도중에
잠시 들려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요.^^

다 함께 두 사람의 새 출발을 축하하는 박수를 칩니다.^^
"꽁씨꽁씨!" (축하합니다)


"아니, 이 사진은?"
이곳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2'에도 나왔던 곳입니다.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촬영 당시 이 곳에서 묵었다고 해요.
뒤늦게 안 사실 하나.
체크인 후 알고 보니, 제이크와 테디가 머문 방이
영화의 여주인공이었던 빅토리아가 머물렀던 방이었다고 합니다.
"꺄울!"


객잔의 마당은 배드민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직합니다.^^

앗, 채는 어디에?


"자, 갑시다!"
사슴머리 모양의 지팡이를 짚고 있는 따슝이 말합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옥호촌,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요!
피쓰!
첫댓글 오! 나도 그대들처럼 2층침대기차 타고 드넓은 땅을 여행하고 싶네~~
넓고 맑고 파~란 리장의 하늘이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옥호촌... 전통미가 살아 있는 마을이군요. 좋아요.
돌이 많이 나는 곳인가.. 돌로 담장이며 벽이며 기둥이며 쌓은 기술이라니!
기와지붕이 정겹고, 곳곳에 곡선미와 정성을 들인 건축물, 편안하게 펼쳐진 자연~~~
리장의 옥호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