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불통 교육과정’ 개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전국 교과 모임은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개정한 교육과정이 학교에 채 적용되기도 전에 2015 교육과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초등 1~2학년 ‘안전교과’ 신설 및 수업시수 증가, 초·중·고 교과서 한자 병기,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 도입, 3·1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적 정통성 관련 내용 축소, 역사 교과서 근·현대사 축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이다. 정작 애초 개정 명분으로 내건 ‘고교 문·이과 통합’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전교조가 2014년 실시한 초등교사 1,500여명의 설문조사 결과 교육과정 개정 반대가 94.9%에 이를 정도로 현장의 저항감은 매우 크다. 또한 중등교사 1,000여명의 교육과정 설문조사 결과 76.9%가 개정에 반대하였으며 84.8%는 개정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전교조는 교육과정 개정 중단을 요구하는 8,000여명의 교사 선언을 발표하였다.
2015년에는 교과별 시안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모든 교과 모임들이 개정을 중단·연기할 것을 요청하였으며, 교육과정 개정 중단을 요구하는 12,332명의 교사 서명을 모아 교육부에 전달하면서 정책협의회를 요구하고, 국회에서도 공개토론회를 요청했다. 또한 초·중·고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초등 안전교과 신설 반대, 개정 교육과정 중단을 요구하는 교사, 학부모, 전교조, 한글연대단체의 기자회견을 수차례 개최하고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지난 6월 24일 교육부 앞에서 개최된 교육과정 중단 촉구 전국 집회에서는 교육과정 개정 중단을 요구하고 민원서를 제출하였다. 7월 1일에는 한글문화단체와 교육단체가 망라된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가 출범(현재 50개 단체 결합)하여 1,0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통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교육과정 개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 학교와 교육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의 대명사가 되었다. 세계 최고의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학습 내용의 과다와 고난이도, 편중된 영·수 수업시수, 전국의 학생을 줄 세우고 경쟁을 내면화시키는 상대평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형적인 입시경쟁체제와 극심한 사교육, 학습흥미도 OECD 최하위가 우리 교육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스트레스를 주는 영어 학습 과열, 중학교 학교별 교과 집중이수제로 인한 전·출입생 중복·미이수와 학년별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과목 이수 초래, 고교 문·이과 편식을 넘어 과목 간 편식 심화로 인문사회·과학기술·문화예술 소양의 고른 함양 실패, 특목고·자사고 등 특권학교로 인한 고교 서열체제 고착, 대학 서열화 심화 등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불행하다.
2000년 7차교육과정 시행 이후 전면·부분 개정 포함하여 모두 14차례에 이르는 빈번한 개정으로 인해 교육과정은 누더기가 되어가고 학교현장은 교육과정의 실험실이 되어버렸다.
2015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순을 심화시키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학교 교육에 돌리고자 소위 ‘인성교육’을 추진하고, 초등 1~2학년 수업시수를 늘려 안전교과를 신설하여 어린이들의 학습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며, 실업, 기술·가정, 과학, 체육, 보건 교과 등에서는 초·중·고 전체에 걸쳐 안전 단원을 신설하려 하고 있다.
초·중·고 교과서 한자 병기 추진은 한자 사교육업체만 흥하게 할 뿐,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더욱 부추기며 한글 전용 정책을 후퇴시킬 것이다.
또한 어떠한 근거와 연구결과도 내놓지 않은 채 대통령 말 한마디와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초등학교에서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교육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는 이미 전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혀 사실상 폐기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친일독재를 옹호하고 교육 획일화를 가져올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어 교과서 국정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9월 교육부는 고등학교 문·이과 통합을 교육과정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워 개정을 추진해왔지만 정작 문‧이과 통합은 온데간데없고 ‘무늬만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이 되어버렸다. 위에 열거한 바와 같이 초·중·고 전체에 걸쳐 교육과정이 개악되고 있을 뿐이다.
인문사회·과학기술·문화예술 소양의 고른 함양과 영역별 균형 있는 학습을 위해서는 영·수 수업 비중을 대폭 축소하여야 한다. 지나친 과목 세분화 체제를 폐지하고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교과들을 통폐합하여 기본 과목들을 공통으로 이수하고 예술·체육 영역, 생활교양 영역 등도 균형 있게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영·수·국이 실제적으로 80~90%의 비중을 차지하는 현행 입시 제도를 폐지하고 대학평준화와 수능 자격고사화 등 근본적인 개선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한편 고1 ‘통합사회’ 과목은 시장경제 제일주의로 일관하고, 경제 문제 해결을 개인 차원의 ‘금융관리’ 교육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7월 9일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벤처·창업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초·중·고 사회 과목 등에서 2018년 초 3~4, 중·고교 1학년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초·중·고 전체 학년에서 정주영·이병철 회장 등 ‘기업가 생애 교육 및 기업가 정신 교육’을 반영하고 소위 창업 마인드를 고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과정 운영방침을 제시하였다.
경제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을 다루는 교육은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기업가들을 마치 독립운동가라도 되는 양 떠받들고 존경하는 국민으로 만들고자 교육과정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민주시민교육의 가치와 모든 학생들을 위한 기본 소양 학습의 대원칙에 반하는 황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민주정부라면 일방적으로 정한 일정에 따라 단지 몇 사람의 참여로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뒤늦게라도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정책 방향을 과감하게 수정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9월로 예정된 총론과 각론 법적 고시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2015 불통 교육과정 개정 전면 중단하라!
1.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학교로 전가하는 안전교과 신설 중단하라!
1. 한자 사교육업계 이익을 위한 초·중·고 교과서 한자병기 계획 즉각 철회하라!
1. 교육 획일화를 가져올 역사‧국어 교과서 국정화 반대한다!
1. 특정 기업가 영웅화하는 기업가 생애교육 폐기하고 노동교육 실시하라!
1. 무늬만 문‧이과 통합, 안 하느니만 못한 교육과정 개정 중단하라!
1. 사회적 합의에 의한 교육과정개편을 위한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신설하라!
2015년 7월 1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사)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사회교사모임, 전국지리교사모임, 전국역사교사모임,
전국도덕교사모임, 전교조전국수학교사회, 전국과학교사모임,
전국가정교사모임, (사)전국체육교사모임, 전국음악교과모임,
전국미술교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