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음 제8차 백일릴레이명상 제72일
틱낫한 스님이 떠나가신 소식을 듣고 그 분의 책 『화』를 2002년 경 읽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마음 안에 있는 많은 씨앗들 중 물을 줄수록 그 씨앗이 잘 자란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화’라는 씨앗에 물을 주면 나무로 무럭무럭 자라난다는 이야기가 섬뜩했습니다.
당시 결혼 후 화가 많이 나던 때였기에 그냥 제목만으로 고른 책에서 귀한 말씀을 들었던 셈입니다. 마음의 정원에 선하고 아름다운 씨앗들에만 물을 주고 멋진 나무로 키우고 싶었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쌓여있던 화는 줄기는커녕 점점 커져갔고 마음에 정원이 있는지도 잊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당시 베스트셀러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책을 호기심에 들어 읽다가 숭산스님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고 책 몇 권을 구해 읽었습니다. 『부처님께 재를 털면』이라는 책에서 “불행도 행복도 너의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 행복과 불행 이전의 너는 무엇인가. 모두 내려놓으라.” “나라는 것은 본래 없다. 남과 나는 본래 하나다.” 등의 글을 읽고 감명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명은 받았으나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였고 그야말로 선문답을 대하니 먼 나라 이야기로 남았습니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책을 심지어 몇 년 전에 다 기부해버렸습니다.
늘 달고 사는 물음,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로 골똘했던 젊은 날들이어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읽었지만 현실의 삶을 살며 다 멀어지고 잊혀졌는데 틱낫한 스님 소식과 함께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수련과 명상의 길로 와 있는 것은 필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스님들의 말씀이 그 때보다는 조금 더 알 수 있고 화도 그 때보다는 덜합니다. 마음정원에 있는 선한 씨앗들에 물을 더 주려고 노력하는, 아니, 좋은 씨앗 나쁜 씨앗 분별하지 않으려는 것이 또 조금 나아진 것 같습니다. 숭산스님을 뵌 적은 없지만 호쾌하고 걸릴 것 없이 자유로운 분이셨습니다. 어린 시절 교회에 열심인 학생이었는데 그 스님이 참 마음에 들었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참 희한합니다.
모든 것은 통하는 것일까요. 기독교, 불교, 유교, 도교 다 같은 이치라고 했습니다. 궁극에는 모두 사랑과 자비를 나누어야 한다는 진리인가 봅니다. 틱낫한 스님이 주신 크나큰 선물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사진은 임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