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협 문우들은 1호차~4호차에 신청한데로 나누어 타고 낯선 머나먼 길 강원도 영월로 향했다. 방랑시인 베일에 쌓였던 김삿갓 님을 체험할 수 있을까. 시냇물이 골마다 졸졸 흐르는 4월의 봄 날에 간혹 꽃비마져 뿌려주어 설레이었다. 그의 문학관에서 거북이에 한쪽 손을 닿고 한쪽 손은 님의 지팡이를 잡고 한 컷하고 휘리리릭 그의 세계로 떠나보았다. 양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굴곡진 삶을 산 그가 방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많은 그의 시가 빼곡히 우리를 반겼다. 저마다 소리없이 역사관을 오르내렸다. 시대를 잘못 만난 방랑시인 김병연을 느꼈다.
그를 뒤로하고 장릉 단종 역사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17세 어린 나이로 왕위를 찬탈당하고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그의 역사 . 억장이 무너져서 그럴까 그의 곁에서 사진 찍기를 마다했다. 손사래치는 문우들 떠나고 영정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빌며 애수의 사진을 남겼다. 청령포가 있는 영월 정순왕후비를 보며 두 분의 애틋한 사랑이 전해졌다. 구비구비 흐르는 동강은 단종의 애사처럼 고즈넉하게 휘이휘이 너무도 잔잔히 흘렀다. 마치 슬픔을 억누르는 듯. 배를 타고 건너니 모래와 자갈 몽돌 솔방울들이 발에 밟히자 기다렸다는 듯이 외로움에 몸부림쳤다. 그간의 일들을 전해주는 듯 속삭였다. 단종이 기거하던 방을 향해 90도 읍햐는 기괴한 소나무. 마치 망부석이 되어버린 사람 같았다. 그 앞에 500년도 넘은 노송을 시계반대 방향으로 세번 돌고 저마다 소원을 청하였다. 흰 매화꽃이 유달리 높이 올라 하늘 향해 난무하니 그때 단종의 마음이런가 했다. 저 끝에서 진달래가 웃음짓고 있는데 달려갔다. 흡사 정순왕후를 뵌 듯 가까이 다가가 인증샷을 남겼다.
기행을 위해 앞에서 준비한 위원들의 노고가 순간순간 느껴졌다. 문우들의 노래가락도 개인사를 대변하듯 했다. 손수 구워만든 비누곽과 꽃받침대, 문학기행 기념수건, 안동소주 안동 막걸리 안동 찜 선물. 병와가곡집에 실려있는 왕방연시조를 시조창으로 답하는 차장과 하모니카의 하모니. 모두 예술적인 끼가 흘러넘쳤다. 또 영월문협에서 마중나와 해설사 역할에 작년 회원들이 발간한 책을 선물로 나누어 주었다. 한 차에 탄것도 인연인듯 자신의 작품세계를 저마다 스스럼없이 펼치는 문학기행은 인생의 봄날이었다. (20240416)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