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71. 연적 정극상의 출현 백의 여승은 말했다. [먼젓번에는 사람과 손을 쓴지라 부득이 사정을 두지 못했다. 이 라마 는 이미 항거할 힘도 없는데 다시 그를 죽인다는 것은 너무나 악독하 다. 그렇다고 그를 놓아 주는 것도 안 되니 우리들은 잠시동안 그를 데 리고 다니며 계획을 세워 보기로 하세.] 위소보는 대답했다. [예.] 그는 차부를 불러 호파음을 수레에 실도록 했다. 그리고는 차부에게 수 레를 몰고 나가도록 했다. 한동안 길을 갔으나 농가는 한 채도 볼 수가 없었다. 혹시나 상결 대라 마가 달려오게 될까봐 여간 두렵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소로길이 나 있는 것을 보자 길을 돌려서 나가도록 했다. 한참 달려가고 있을 때 돌연 등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울려퍼졌다. 수 십 필의 말들이 급히 쫓아오고 있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야단났다, 야단났어. 고약한 라마들이 수십 명이나 되는구나.) 그는 수레를 좀더 빨리 달리도록 했다. 두 명의 차부는 입으로 재촉을 하고 채찍질을 가해 급히 노새를 몰았다. 그러나 쫓아오는 말을 탄 사 람들은 더욱더 가까워지게 되었고 얼마 후에는 수레 뒤에 이르렀다. 위소보는 수레 안에서 판자 벽 틈 사아로 내다보았다. 그 즉시 그는 크 게 안심을 하고는 숨을 내쉬었다. 원래 그 수십 필의 말들은 모두 청의를 걸친 사내들이 타고 있었는데 결코 라마들이 아니었다. 삽시간에 수십 필의 말들은 수레 곁을 지나 달려가더니 수레를 앞지르게 되었다. 아가가 갑자기 부르짖었다. [정(鄭) 공자!] 말 위에 탄 한 명의 기사가 즉시 말을 세우더니 한 켠으로 비켜섰다. 그는 커다란 수레를 향해서 가까이 다가오며 부르짖었다. [진(陳) 소저요?] 아가는 말했다. [그래요,저예요.] 아가의 대답은 기뻐하는 빚으로 가득차 있었다. 말을 탄 사람은 큰소리 로 말했다. [뜻밖에도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구려. 그대는 왕(王) 소저와 함께 있소?] 아가는 말했다. [아니에요. 사저는 이곳에 없어요.] 그 사람은 말했다. [그대 역시 하간부(河間府)로 가는 것이오? 마침 잘되었소. 우리와 함 께 동행하면 되겠소.] 아가는 말했다. [아니에요. 우리는 하간부로 가는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은 말했다. [하간부에는 매우 재미있는 일이 생기게 됐소. 그대 역시 같이 가도록 합시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레와 말을 몰아 여전히 앞으로 달려가 고 있었다. 위소보는 아가가 두 빰을 붉히며 눈에 가득히 광채를 띠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크게 기뻐하는 양을 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친근한 사람을 만난 표정임을 알아보았다. 그 순간 그는 가슴을 커다란 망치로 심하게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 을 받았다. (설마하니 그녀가 마음속에 접어두고 있는 사람을 만났단 말인가?) 그리하여 나직이 말했다. [우리들은 피난이 더욱 급하오. 쓸데없는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 시오.] 아가는 그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하간부에서는 무슨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게 되나요?] 그 사람은 의아하다는 투로 말했다. [그대는 모르시오?] 그는 휘장을 들춰 올리더니 얼굴을 디밀었다. 그 사람은 얼굴이 매우 준수했다. 나이는 한 스물서너 살 정도 되어 보 였는데, 그는 얼굴 가득히 기쁜 빚을 띄우고 말했다. [하간부에서는 살귀대회(殺龜大會)를 열게 되는데 천하 영웅호걸들이 모두 참여하니 매우 재미있게 될 것이오.] 아가는 물었다. [뭐가 살귀대회인가요? 큰 거북이라도 죽이나요? 그게 뭐가 재미있단 말인가요?] 그 사람은 웃었다. [맞았소. 큰 거북이를 죽이는 것이오. 하지만 진짜 거북이가 아니고 굉 장히 나쁜 사람이오. 그의 이름 자 중에는 귀 자가 들어 있소.] 아가는 웃었다. [사람의 이름 자에 어찌 귀 자가 들어갈 수 있어요? 사람을 속이지 마 세요.] 그 사람은 웃었다. [거북이 귀(龜) 자가 아니오. 음이 같단 말이오. 계화(桂花) 할 때의 계 자이오. 한번 알아맞춰 보시오. 어떤 사람인지.] 위소보는 깜짝 놀라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름 자 중에 계화 계 자가 있다구? 그렇다면 이 소계자를 죽인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아가는 손뻑을 치며 웃었다. [알았어요. 매국노 오삼계로군요.] 그 사람은 웃었다. [바로 그렇소. 그대는 정말 총명하오. 대뜸 알아맞추니 말이오.] 아가는 말했다. [그대는 오삼계를 잡았나요?] 그 사람은 말했다. [잡지는 않았소. 모두들 어떻게 그 커다란 매국노를 죽일 것인지 상의 하자는 것이오.] 위소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면 그렇지. 이 소계자는 나이 어린 소년에 불과하니 그들이 나를 죽일 리는 없겠지. 설사 죽인다 하더라도 무슨 살귀대회인가 하는 것을 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빌어먹을, 하필 그 녀석의 이름에도 재수없게 계 자가 있었군.) 이때 그 사람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아가를 바라보았다. 말발굽 소리와 수레 소리가 줄곧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 사람은 말 위에 앉아서 몸을 돌리고 수레 안을 들여다 보는 것을 보 면, 기마술에 매우 정통해 있음이 분명했다. 아가는 고개를 돌리고 백의 여승에게 나직이 말했다. [사부님, 같이 가시지 않겠어요?] 백의 여승은 무공이 고강했으나 임기응변의 재주는 없는 편이었다. 무 림의 호걸들이 함께 어떻게 오삼계를 주살할 것인지에 대한 계책을 논 하게 된다면 자기도 지극히 그러한 의논들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상결 등 몇몇의 라마들이 얼마 후면 뒤쫓아올 것이 아닌가?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본 후 위소보에게 물었다. [그대의 의견은 어떠한가?] 위소보는 아가가 그 젊은이를 대하는 태도와 어조를 보고 마음 속으로 말할 수 없는 혐오감을 느꼈다. 결코 아가로 하여금 그와 함께 있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재빨 리 입을 열었다. [고약한 라마들이 뒤쫓아오게 된다면 우리들은 상대해 낼 수 없습니다. 역시 빨리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젊은이는 말했다. [뭐가 고약한 라마들이오?] 아가는 말했다. [정 공자, 이분은 우리 사부님이에요. 우리는 도중에서 한 떼의 고약한 라마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사부님을 해치려고 했어요. 사부님께서는 지 금 몸에 중상을 입고 계시는데 뒤에 또 일곱 명의 라마들이 쫓아오고 있는 형편이에요.] 그 젊은이는 말했다. [그래요?]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몇 마디 휘파람을 불었다. 휘파람 소리가 울려퍼 지자 말을 타고 가던 사람들은 일제히 말을 멈추었다. 두 대의 수레도 즉시 멈춰 섰다. 그 젊은이는 말 등에서 내리더니 수레의 휘장을 들추고는 허리를 굽혀 예를 했다. [후배 정극상이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백의 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극상은 말했다. [칠팔 명의 라마쯤이라면 걱정할 것 없습니다. 이 후배가 대신 그들을 쫓아보내도록 하지요.] 아가는 놀라는 한편,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어 말했다. [그들 고약한 라마들은 매우 무서워요.] 정극상은 말했다. [내가 데리고 있는 동료들은 모두 무예에 뛰어나니 그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외다. 우리가 설사 많은 사람의 수로 적은 수를 이기지 않고 일대일로 싸운다고 해도 칠팔 명의 라마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 외다.] 아가는 고개를 돌려 사부를 바라보았다. 두 눈에는 사부의 뜻을 묻는 빚이 역력했다. 그러나 기실 함께 가자는 청을 드리고 싶은 뜻이 묻는 뜻보다 더 많았다. 위소보가 입을 열었다. [아니 되오. 사태와 같이 고심한 무공을 지니신 분도 상처를 입었소. 그대들 이십여 명이 무슨 소용이 있겠소?] 아가는 노해 말했다. [그대에게 묻는 것도 아닌데 왜 그대가 잔소리를 해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사태의 편안함을 걱정하기 때문이오.] 아가는 말했다. [그대 스스로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사부님이 걱정스럽다고 말해요? 그 대와 같은 소악인은 그저 나쁜 짓만 했지 무슨 좋은 심보를 가졌겠어 요?] 위소보는 말했다. [저 정가의 재간이 뛰어나오? 사태보다도 고강하단 말이오?] 아가는 말했다. [그는 이십여 명이나 거느리고 있으며 그들은 하나같이 무예가 고강해 요. 설마하니 이십여 명이 일곱 명의 라마를 두려워할 것 같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어떻게 이십여 명이 하나같이 무예가 고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단 말이오? 내가 보기엔 하나같이 무공이 얕을 것 같소.] 아가는 말했다. [나는 물론 알고 있어요. 나는 그들이 손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고 또 한 모두 그대보다는 백 배나 뛰어나단 말이에요.] 백의 여승은 생각에 잠겨 말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라마들은 나 한 사람 때문에 쫓아오고 있는 것이외다. 정 공자, 호 의는 고맙지만 그대는 그대의 갈 길을 가도록 하시오.] 정극상은 말했다. [사태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길을 가다가 불공평한 일을 보게 되면 칼을 뽑아 돕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닙니까? 더군다나 사태께서는 진 소저의 사부님이십니다. 이 후배가 약간이나마 힘을 다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않겠습니까?] 아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매우 의기양양한 모 습이었다. 백의 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렇다면 우리 함께 하간부로 구경이나 하러 갑시다. 하지만 그 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지 마시오. 나는 성격이 게으른 편이라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오.] 정극상은 기뻐서 말했다. [예, 예. 마땅히 선배님의 분부를 삼가 받들겠습니다.] 백의 여승은 말했다. [정 공자는 어느 문파에 속하시오? 존사는 누구시오?] 그의 사문 내력을 묻는 것은 바로 그의 무공을 알아보겠다는 것이었다. 정극상은 말했다. [후배는 세 분 사부님에게 무예를 전수받은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의 사부님은 성은 시(施)로서 무이파(武夷派)의 고수입니다. 두번째 사부 님의 성은 유(劉)씨로서 복건성 포전 소림사 분타의 속가고수입니다.] 백의 여승은 말했다. [음, 그 유 사부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오?] 정극상은 말했다. [그는 유국헌(劉國軒)이라고 합니다.] 백의 여승은 그가 곧장 자기 사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고 조금도 공경하는 빚이 없음을 느꼈다. 따라서 약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곧 떠 오른 사람이 있어서 말했다. [그렇다면 대만의 유 대장군이오?] 정극상은 말했다. [바로 대만 연평군왕 휘하의 제독 유국헌 유 대장군입니다.] 백의 여승은 물었다. [정 공자는 연평군왕의 가족이시오?] 정극상은 말했다. [후배는 연평군왕의 차남입니다.] 백의 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보니 충신의 후손이었군.] 정성공(鄭成功)은 하란인(荷蘭人)들로부터 대만(台灣)을 빼앗았다. 계 왕(桂王)은 정성공을 연평군왕(延平君王) 겸 초토대장군(招計大將軍)에 봉했다. 영력(永曆) 16년(즉 강희 원년) 5월 정성공은 세상을 떠났다. 그때 세자 정경진(鄭經鎭)이 금문(金門)과 하문(厦門)을 지키고 있었는 데 정성공의 동생인 정습(鄭襲)이 대만에서 그 자리를 이어 받으려고 했다. 정경진은 대장군 주전빈을 거느리고는 군사를 돌려 대만으로 되 돌아가 정습을 옹호하는 부대를 공격하여 깨뜨리고는 연평군왕의 지위 에 올랐다. 정경진의 장자는 정극장(鄭克璋)이었고 차자는 바로 정극상이었다. 정 성공의 부친 정지룡(鄭芝龍)으로부터 계산을 한다면 정극상은 이미 정 씨 집안의 제4대가 되는 셈이었다. 이때 연평군왕은 홀로 군사를 이끌고 청나라에 대항하여 굴하지 않았으 며 그야말로 외딴 섬에서 대명나라의 정통을 받들었기 때문에 천하의 인자한 사람이나 뜻있는 인사들은 그를 우러러보지 않는 사람이 없었 다. 정극상은 자기의 신분을 말하면 이 여승이 반드시 엄숙한 얼굴 빚을 하 고 존경의 빚을 보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백의 여승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단 한 마디 '알고 보니 충신의 후손이로군' 했을 뿐 다른 내 색이 없었다. 사실 정극상은 백의 여승이 바로 숭정 황제의 공주였다는 것을 몰랐다. 그의 사부 유국헌은 그의 부친의 부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유국헌 에 대해서 별로 존경하는 빚을 보이지 않았는데, 백의 여승의 눈으로 볼 때는 정경진 역시 충성스러운 신하에 불과한 셈이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해댔다. (제기랄, 뭐가 대단하다고 그래. 연평군왕이면 대순가?) 기실 그도 연평군왕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의 사부 진근남 이 바로 연평군왕의 부하가 아닌가? 속으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극상이 아가에 대해서 다른 뜻을 품고 있는 것을 볼 때 위소보는 조 금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심정이었다. 사실 정극상은 커다란 군사를 거느리고 해외 섬을 개척하여 그 땅을 차 지한 군왕의 당당한 공자가 아닌가? 강호의 떠돌이로 변해버린 목왕부 의 사람들과 비한다면 그야말로 함께 논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더군 다나 이 사람의 모습은 자기보다 열 배나 더욱 준수했고 언변 또한 백 배나 고아한 편이며 나이 또한 자기보다 훨씬 많았다. 무공에 있어서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보기에 열 배가 더 고강하지는 못 하더라도 칠팔 배는 뛰어날 것 같았다. 아가가 그에게 흠뻑 마음을 기울이고 있음은 눈 먼 장님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사부 진근남이 자기가 정 공자와 아가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정 공자가 명령을 내릴 필 요도 없이 그저 단 일 장에 자기를 때려 죽일 수도 있는 노릇이라는 생 각도 들었다. 거기다가 사태께서는 또 정극상을 충신의 후손이라고 칭 찬의 말을 했는데 자기는 어떤 사람의 후손인가. 비천한 갈보의 자식에 불과했다. 백의 여승은 정극상을바라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의 첫 번째 사부는 바로 청나라 조정의 오랑캐들에게 투 항을 한 시랑(施琅)인가?] 정극상은 말했다. [예. 그 사람은 몰염치하게도 의를 저버린 사람이죠. 이 후배는 벌써부 터 그를 사부로 여기지 않습니다. 훗날 전장에서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내 손으로 그를 죽이겠습니다.] 그는 분개하여 격앙된 말투로 말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 너의 사부는 조정에 투항을 했었구나. 그 사람을 다음에 만나게 되면 주의해서 봐야지.) 정극상은 말했다. [이 후배는 근 십 년 동안 줄곧 풍 사부를 따라 무공을 익혔습니다. 그 는 곤륜파의 제일 고수로서 별호는 일검무혈(一劍無血)이라고 한답니 다. 사태께서는 아마도 그 이름을 알고 계실 겁니다.] 백의 여승은 말했다. [음, 그는 풍석범 풍 협사이시지. 그런데 그의 별호의 내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네.] 정극상은 말했다. [풍 사부의 검법은 지극히 고강할 뿐만 아니라 기공(氣功) 역시 출신입 화(出神入化)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예리한 검의 끝으로 사람의 사혈을 짚어 죽이는데 피살당한 사람의 살갗에는 아무런상처도 볼 수 없고 피도 흘리지 않는답니다.] 백의 여승은 아! 하더니 말했다. [기공을 그토록. 예리한 데로부터 둔한 경지로 되돌아가도록 연마한 사 람은 당금 천하에서도 몇 사람 되지 않는다네. 풍 협사는 금년에 연세 가 어떻게 되시지?] 정극상은 매우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금년 겨울에 이 후배는 사부의 오십 번째 맞는 생일을 축하해줄 작정 입니다.] 백의 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오십 세밖에 되지 않았는데 내공이 그토록 정순하다니 정말 훌륭 하시군.] 그녀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대가 거느리는 시종들의 무공은 그런 대로 괜찮소?] 정극상은 말했다. [사태께서는 안심하십시오. 저 사람들은 모두 왕부에서 정선된 고수 위 사들입니다.] 위소보가 갑자기 말했다. [사태, 천하의 고수들이 어찌하여 이토록 많지요? 이분 정 공자의 첫 번째 사부이신 무이파(武夷派)의 사부님은 무이파의 고수였고 두 번째 사부는 곤륜파의 고수였으며 데리고 온 시종들도 하나같이 고수라니 아 마도 그 자신도 반드시 고수일 것 같군요.] 정극상은 그의 비꼬는 말을 듣고는 대뜸 크게 노했다. 다만 이 소년의 내력을 모르고 또 그와 백의 여승, 그리고 아가가 한 수레에 타고 있는 것을 보고 아마도 그녀들과는 깊은 관계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억지로 참았다. 아가는 말했다. [명사(名師)에게서 반드시 고제자(高弟子)가 배출된다고, 정 공자는 세 분의 명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으니 그야 물론 뛰어나시죠.] 위소보는 말했다. [소저의 말이 무척 옳소이다. 나는 정 공자의 무공을 보지 못했기 때문 에 그저 물어본 것이의다. 소저와 정 공자를 비교할 때 어느 분의 무공 이 더 고강하시오?] 아가는 정극상을 한번 바라보더니 말했다. [물론 그가 나보다 훨씬 더 고강하지요.] 정극상은 웃으며 말했다. [소저께서는 너무나 겸손하시구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보니 그랬었구려. 그대는 명사 밑에서 반드시 고제자가 나은다고 했는데, 원래 그대의 무공이 고강하지 못한 것은 바로 그대의 사부가 무공이 낮아서 정 공자의 세 분 고수이신 명사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 이구려.] 사실 말싸움에 있어서 아가는 위소보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단 한 마 디에 그만 위소보에게 꼬투리를 잡히게 된 격이었다. 아가는 조그만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재빨리 말했다. [내가,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요? 당신은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이 고 있군요.] 백의 여승은 빙그레 웃었다. [아가, 네가 소보와 입씨름을 벌여 봐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우리, 떠 나도록 하자.] 수레는 휘장을 내렸다. 일행의 수레와 말들은 서쪽으로 꺾어져서 나아 갔다. 정극상은 말을 타고 수레 앞에서 말을 몰았다. 백의 여승은 나직이 아가에게 물었다. [너는 정 공자를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 아가는 얼굴을 붉혔다. [저와 사저는 하남성 개봉부(開封府)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때 우리 들은 남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우리들이 남자인 줄을 알고 주루에서 우리들에게 다가와 같이 술을 마시자고 했어요.] 백의 여승은 말했다. [너희들은 담이 적지 않구나. 두 커다란 계집아이가 주루로 올라가 술 을 마시다니.] 아가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진짜 술을 마신 것은 아니에요. 그저 그런 척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 랬을 뿐이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아가 소저, 그대의 모습이 이토록 어여쁘니 설사 남장을 한다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은 첫눈에 그대가 아름다운 소저인 것을 알아볼 수 있을 것 이외다. 저 정 공자로 말하면 내가 볼 때 결코 좋은 마음을 품고 있지 는 않는 것 같구려.] 아가는 노해 말했다. [그대야말로 좋은 마음을 품고 있지 않아요. 우리가 남자로 분장했을 때 그는 조금도 알아보지 못했어요. 후에 사저가 그에게 말했을 때에야 그는 연신 사과를 했단 말이에요. 상대방은 예의 바른 군자예요. 어찌 그대와 같겠어요.] 일행은 정오 무렵이 되어 풍이장(豊爾莊)에 도달했다. 이곳은 하남성 서쪽의 큰 고을이었다. 사람들은 한 반점으로 가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위소보는 수례에서 내 렸다. 그리고 정극상이 훤칠한 체구에 기우가 헌앙한다는사실을 볼 수 있었다. 키가 자기보다도 머리 하나 반은 더 있는 것 같았다. 불현듯 그는 열등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정극상은 옷차림까지도 화 려했다. 허리에 차고 있는 검집에는 보석까지 박아 놓아 찬연히 빛이 났다. 그 런가 하면 그의 수하인 이십여 명의 시종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체구가 우람했고 어떤 사람은 아주 다부지게 보였다. 하나같이 몸에 칼과 검을 지니고 있었는데 보기에 매우 정신이 또렷해 보였고 기운이 있어 보였 다. 반점 안에 들어서자 아가는 백의 여승을 부축해서 탁자 곁에 앉혔다. 그리고 그녀는 정극상이 비스듬히 바라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위소보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가는 그를 홀겨 주며 말했다. [자리가 많으니 이곳에 앉지 않는 것이 어때요? 나는 그대를 보기만 하 면 밥이 넘어가지 않아요.] 위소보는 크게 노해서 온 얼굴이 그만 새빨개지고 말았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 공자라는 사람이 옆에서 모시고 있으면 그대는 몇 그릇의 밥이 라도 다 해치우겠지. 제기랄, 배가 터지도록 처먹어 봐라.) 백의 여승은 말했다. [아가, 너는 어째서 소보에게 그토록 무례하냐?] 아가는 말했다. [그는 나쁜 짓이라면 뭐든 다하는 나쁜 사람이에요. 사부님께서 그를 죽이지 말라고 분부하셨기 때문에 그렇지,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위소보를 향해 매섭게 눈을 흘겼다. 위소보는 그야말로 울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는 스스로 객당 한 모서리의 탁자 겉에 가 앉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 각했다. (그대는 한마음 한뜻으로 저 빌어먹을 고약한 도적인 정 공자에게 시집 을 가서 그의 마누라가 되겠다는 것인데, 이 위소보가 쉽게 그만둘 성 싶으냐? 네가 나를 죽이겠다고? 그렇게 수윌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계책을 써서 먼저 네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남자를 죽여 그대로 하 여금 시집을 가기도 전에 먼저 과부가 되도록 한 다음 끝내 나에게 시 집오도록 만들겠다. 내가 네가 과부가 된 후에 개가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 하더라도 너라는 계집애에게 덕을 베푸는 것이다.) 반점의 사환들이 밥과 찬을 날라왔다. 정씨 집안의 시종들은 즉시 게걸 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위소보는 일곱 여덟 개의 찐빵을 들고는 수레 속에 묶어 놓은 호파음에 게 먹였다. 그는 이 호파음이 정씨 집안의 그 사람보다 훨씬 다정하다 고 생각했다. 그는 자리에 되돌아와 앉았다. 몇 개의 탁자를 격하고 있는 저쪽을 보 니 아가는 환해진 얼굴로 정극상에게 다정하게 굴고 있었다. 위소보는 그야말로 울화가 터져 음식을 삼킬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저 정 공자를 해쳐 죽이는 것은 결코 수윌한 노릇이 아니다. 다른 사 람들로 하여금 전혀 흔적을 찾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를 죽인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아가가 알게 되어, 반드시 친남편 인 나를 모살하여 간부(奸夫) 정 공자의 원수를 갚으려고 할 것이다.) 그때 갑자기 한 떼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몇 사람이 말을 탄 채 고을 안으로 들어와 말에서 내려 가게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바로 일곱 명의 라마들이 아닌가? 위소보는 가슴이 크게 쿵쿵 뛰놀기 시작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잘 되었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정 공자는 조금 전까지 큰소리를 치고 허풍을 떨었으며 세 고수인 사 부에게서 무공을 배웠다고 했겠다? 어디 너회들끼리 치고 받는 것을 나 는 한 옆에서 구경만 하면 되니 그야말로 정말 재미있게 되었구나.) 그 일곱 명의 라마들은 백의 여승을 발견하자 대뜸 안색이 크게 변해서 는 뭐라고 자기네들끼리 수군덕거렸다. 그 가운데 한 명은 키가 크고 비쩍 마른 라마였다. 그 라마가 뭐라고 몇 마디 하자 그들은 일제히 문 앞에 있는 한 탁자에 앉아서 밥과 찬을 시켰다. 그리고 제각기 눈 한번 돌리지 않고 백의 여 승을 바라보는데 그 표정은 매우 분노에 차 있었다. 백의 여승은 모른 척하고 천천히 음식을 들고 있었다. 그 비쩍마른 라 마는 탁자 앞으로 다가와서는 큰소리로 말했다. [이것 봐, 여승, 우리 몇 명의 동료들은 모두 당신이 해쳐 죽인 것이 지?] 정극상은 몸을 일으켜서 낭랑하게 말했다. [당신들은 뭣하는 사람인데 이곳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야단이오? 이토 록 무례할 수가 있단 말이오?] 그 라마는 노해 부르짖었다. [너는 뭐냐? 우리는 여승에게 이야기하는데, 너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느냐? 꺼져!] 그러자 획휙, 하는 소리가 나면서 정극상 수하에 있는 네 명 시종이 달 려왔다. 그리고는 일제히 라마를 잡으려고 들있다. 그 라마는 오른손을 들어 두 사람을 막아냈다. 그리고는 다리를 들어 한 명의 시종을 걷어차서 반점 밖으로 나가떨어지게 만들었다. 곧이어 한 대의 주먹을 맞은편으로 날려서는 다른 한 시종의 콧날을 쥐어박자 그는 얻어맞고 땅바닥에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나머지 시종들이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모두 덤비자!] 그들은 일제히 무기를 뽑아들고는 그 라마를 공격해 갔다. 뒤쪽의 다섯 라마들도 각기 계도를 뽑아서는 공격해 갔다. 다만 또 한 명의 비쩍 마르고 키가 큰 라마만이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삽시간에 반점의 객당에는 와지끈, 뚝딱 하는 소리가 잇따라 일어나더니 매우 신 나는 광경이 벌어지게 되었다. 사환들과 밥을 먹던 사람들은 갑자기 크게 싸우는 것을 보고 다투어 객 첨 밖으로 달아났다. 정극상과 아가도 장검을 뽑아들고는 백의 여승의 앞을 막았다. 반점의 객당에서는 그릇과 접시들이 마구 날아다니고 탁자와 의자가 뒹 굴었는데, 한 명의 라마가 그 시종들 너댓 명을 너끈히 막아내고 있는 형편이었다. 갑자기 휙, 하는 소리가 나면서 한 자루의 칼이 위로 날아 오더니 대들보에 가서 탁, 하고 박혔다. 위소보는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았다. 그 순간 다시 하얀 광채가 번뜩이 는 가운데 다시 두 자루의 칼이 솟아오르더니 대들보에 박혔다. 곧이어 또 서너 자루의 장검이 날아오르자 몇 명의 정씨 집 시종들은 잇따라 놀람에 찬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그들은 맨손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런가 하면 획휙거리는 소리가 잇따라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 자루 한 자루의 무기가 위로 날아올랐다. 모두 다 대들보나 석가래에 가 박혀서 는 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강철 채찍과 철간(鐵杆) 등 무거운 무기는 지붕을 뚫고 기와장 위 에 떨어지기도 했다. 향을 반 대 피울 시간도 못 되어 정씨 집의 이십여 명이나 되는 시종들 은 모두 손에 잡고 있던 무기를 다 놓치고 말았다. 위소보는 놀람과 함께 기쁨을 느꼈다. 좋아하는 마음이 놀람보다는 몇 푼 더 많은 편이었다. 몇 명의 라마들이 다투어 호통을 내질렀다. [빨리 꿇어 엎드려서 투항을 해라. 한 걸음이라도 늦게 된다면 너희들 의 머리통을 모조리 잘라내겠다.] 정씨 집안의 시종들은 무기를 잃었지만 결코 두려워하는 빛이 없었다. 맨손으로 주먹을 쓰거나 걸상들을 들어서는 다시 다섯 명의 라마에게 달려들었다. 여섯 명의 라마들은 일제히 호통을 지르더니 칼을 던졌다. 팍, 하는 소 리가 나면서 여섯 자루의 계도는 모조리 그 비쩍 마르고 키가 큰 라마 가 앉아 있는 탁자 위에 꽂히게 되었는데 질서정연하게 하나의 둥근 원 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곧이어 여섯 명의 라마들은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 어이쿠, 아이 구, 뚝, 소리가 잇따라 있었다. 삽시간에 이십여 명의 시종들은 하나같이 무릎이 탈골이 되어서는 객당 에 가득 쓰러졌다. 이때는 위소보의 심중은 경악이 기쁨을 눌렀다. 그는 속으로 야단났다 고 부르짖었다. (이제 그들은 곧 사태와 나의 소미녀를 괴롭힐 텐데, 이를 어찌하면 좋 은가?) 여섯 명의 라마들은 두 손으로 합장을 하고 뭐라고 한참 동안 경을 읽 듯이 속삭이더니 다시 탁자 곁으로 다가가서는 탁자에 꽂힌 계도를 뽑 아서 허리에 찼다. 그 키가 크고 비쩍 마른 라마가 부르짖었다. [술을 가져 오너라. 그리고 밥과 찬을 가져와!] 호통을 몇 번 질렀으나 사환은 멀리서 보고만 있을 뿐 감히 다가들지를 못했다. 한 명의 라마가 욕을 했다. [빌어먹을, 술과 밥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이 가게에 불을 지 르고 말겠다.] 주인이 가게에 불을 지르겠다는 말을 듣고는 재빨리 말했다. [예, 예, 곧 가져 갑니다. 가져 갑니다. 빨리빨리 술과 음식을 부처 나 으리들께 갖다 드리도록 해라!] 위소보는 백의 여승에게 무슨 대책이 있을까 하고 백의 여승을 쳐다보 았다. 그런데 그녀는 오른손으로 찻잔을 들고서 천천히 차를 마시고 있 었는데 옷자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얼굴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아가는 안색이 창백해지고 두 눈은 두려운 빚으로 가득차 있었다. 정극 상의 얼굴은 푸르게 됐다가 하얗게 변하곤 했다. 그는 검자루를 쥐고 있는데 그 손과 팔이 끊임없이 떨렸다. 일시 앞으 로 나가 달려들어 싸움을 벌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 는 모양이었다. 그 키가 크고 비쩍 마른 라마는 한소리 냉소를 흘리더니 성큼성큼 다가 가 정극상 앞에 섰다. 정극상은 재빨리 옆으로 피하여 검의 끝으로 그 라마를 가리키며 호통 쳤다. [당신은, 당신은 뭣 하자는 것이오?] 그 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라마는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다만 이 여승에게 볼 일이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과는 상관이 없다. 너는 그녀의 제자냐?] 정극상은 대답했다. [아니오.] 라마는 말했다. [좋다. 분수를 안다면 빨리 꺼져라. 그러나 이름을 남기도록 하라. 이 후 이후..] 그 라마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젖히고 기다란 웃음을 터뜨렸 다. 위소보는 그 웃음 소리에 귀가 웅웅거리면서 대뜸 머리가 어지러워지더 니 두개골이 불어나는 것 같았다. 그는 제대로 서 있지를 못하고 걸상 위에 주저앉아 탁자 위에 엎드렸 다. 그 라마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나의 본명은 상결이라고 하오. 서장 달뢰라마 활불 좌하의 대 호법이외다. 당신이 이후 어떻게 하겠다고? 아마도 나를 찾아 와 원한 을 갚겠다는 것이겠지?] 정극상은 용기를 내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바로 그렇소!] 상결은 껄껄 소리내어 웃더니 왼손의 소맷자락을 들어 그의 얼굴을 후 려치려고 했다. 정극상은 검을 들어 막았다. 상결은 오른손의 중지를 륑겨 냈다. 짱, 하는 소리와 함께 장검은 날아 올랐고, 곧이어 지붕 대들보에 꽂혔다. 그 라마는 잇따라 왼손을 뻗치더니 어느덧 정극상의 뒷덜미를 잡아서는 들어올리더니 힘을 주어 의자에다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앉으시지 ! ] 정극상은 그에게 뒷목에 있는 대추혈(大椎穴)을 움켜잡히게 되었다. 그 곳은 수족삼양독맥(手足三陽督脈)이 모이는 곳이라 대뜸 전신을 꼼짝할 수가 없게 되었다. 상결은 흐흐, 하고 냉소를 홀리더니 자기의 탁자로 가서 앉았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또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어찌해서 사태에게 손을 쓰 지 않는 것일까? 그들은 또 어떤 협조자들이 들어서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그는 사방을 살펴보았다. 반점의 객당 사방은 모두 벽돌 담장이라 이미 한번 써먹었던 재주를 다시 피울 수 없었다. 비수로 판자 벽을 격하고 적을 찌를 수는 없는 것이다. 갑자기 그는 수레 안에 묶여 있던 호파음을 상기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야단났다. 그들이 호파음을 구출하기만 한다면 즉시 내가 사태와 한 패거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어쩌면 네 명의 라마를 내가 죽였다는 사실도 알게 될지 모른다. 그때 이 위소보는 저승으로 가서 그 네 명의 대라마들과 머리를 맞대게 될 것이니 아무래도 매우 난처해지겠구나. 가장 두려운 것은 그들이 먼저 나를 사람 막대기로 만드는 것이다. 이 것이야말로 나의 방법에 내가 당하는 게 아닌가!) 그는 다른 사람이 비수로 자기를 사람 막대기로 깎아서 만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자 그만 전신의 솜털이 곤두섰다. 그는 슬쩍 상결 쪽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상결의 표정이 매우 엄숙했는 데 한편으로 얼굴에는 약간 불안한 빚을 띄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는 대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군. 그는 사태가 중상을 입은 줄 모르고 있다. 사태의 무공이 뛰 어난 걸로 알고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또 어떻게 손 을 써야 좋을지 모르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이때 사환이 술과 음식을 가져왔다. 한 주전자의 술로 라마들 앞에 놓 인 그릇에다가 반쯤 따르자 주전자는 대뜸 비워졌다. 한 명의 라마가 탁자를 치우며 욕을 했다. [이까짓 술로는 이 부처 나으리 혼자 마셔도 부족하겠다.] 사환은 이미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런데 라마가 그 말을 하 자 더욱 두려움을 느끼고 몸을 돌려 술을 가지러 갔다. 위소보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그 사환을 따라서 주방으 로 갔다. 그는 나이 어린 소년이라 그 누구도 그를 유의하지않았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