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교 달빛 그리워
최원혜
예천 발령지로 근무 중이던 작은아들의 초대로 부군과 나는“안동의 가볼 만한 곳으로 가보자.” 하였다. 문화재와 민속박물관을 돌아보았다. 어느 사이 해는 어슴푸레 땅거미 드리워지고 어둑어둑하였다. 가볼 만한 곳 검색하여“안동 월영교(月映橋).”로 발길을 돌리었다. 그곳은 부부의 애절한 사랑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안동의 월영교이기 때문이다. 달빛 머금은 월영교는 소중한 사람들과 거닐며 즐기는 그 어느 곳보다 정취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곳은“달빛 드리워진 월영교에 머물고 ~ 월영야행(月映夜行) 역사를 품고 밤길을 누빈다.”하였다.
안동 월영교는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 고성 이씨 문중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편지글에서 시작되었다. 부부의 그리움과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 있는 편지글이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그 편지와 함께 발견된 미투리는 남편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기 위하여 부인이 자신 머리카락을 잘라서 짠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이 눈시울을 적시어 부부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감동을 주었던 얽힌 이야기가 있다. 그 날따라 월영교는 달빛에 비친 다리인듯하여도 눈이 시리도록 너무 아름다웠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은 전깃불이 없었다. 희미한 호롱불 같은 등불로 책 보거나 놀이하며 하루를 즐기어 보냈다. 그때는 희미하던 호롱불보다 달빛으로 책 읽었다. 월광독서하였다. 그 시절 달빛으로 읽은“장화홍련전”고전소설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고전소설은 조상들로부터 사랑받던 소설이다.
그 소설에서는 “전 부인의 자식인 장화·홍련 자매와 계모 허씨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장화는 허씨에 의하여 누명을 얻어 죽게 되었다. 동생 홍련도 언니를 그리워하다 끝내 언니 따라 연못에서 죽었다. 결국 부사 정동우의 도움으로 사건을 재조사하여 원한을 풀어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달빛 아래에서 눈물 콧물 흘리어가며 읽었던 그 소설 이었다.
그 시절 특히 보름 달빛은 우리에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 주었고, 어머니가 돌을 골라내어 콩 수확하도록 도움 주었다. Moon light(달빛)는 달에서 지구로 비치는 반사 빛이다. 월광(月光)이라고도 한다. 그 빛은 달에서 생성된 것이 아닌 햇빛의 일부를 달 표면이 반사하여 생긴 것이다. 그 은은한 달빛의 추억이 전깃불로 인하여 점점 사라졌다. 전기 산업의 발달로 묻힌 것이다.
부모님 기일 이어서 시골 가보았을 때 달빛으로 불빛 삼아 책 읽었던 추억도, 어머니의 자잘한 일까지 하던 모습이 달빛 그림자 자국으로 스쳐 지나가기에 스멀스멀 그러한 추억이 떠올랐다. 아버지, 어머니의 그리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나 이제 도회지에서의 달빛은 좀처럼 구경하기조차 쉽지 아니하다. 달빛은 그 옛날 시골에서 비추어 주던 때보다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것은 우거진 빌딩 숲과 휘황찬란한 전기조명 때문이다. 우리 집은 주택 옥상에 일부러 올라가야지만 그나마도 둥둥 떠 있는 달을 볼 수 있다.
달의 모양은 달의 위상으로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밝은 부분이 달의 공전과 자전에 따라 점점 달라지기 때문에 생긴다. 북반구로 보았을 때 신월(삭 음력 초하루)→초승달(눈썹달로 삭 이후 실제로 달이 처음 보이는 때)→상현달(오른쪽 밝은 반달로 음력7~8일)→보름달(음력 15~18일 만월)→하현달(음력 22일에 뜨는 왼쪽이 둥근 반달)→그믐달(27~28일) 순으로 반복된다. 보름달은 지구가 달과 태양 사이에 있을 때 가장 크게 보인다. 남반구일 때 그와 반대로 밝은 면이 보인다.
며칠 전 음력 보름날이 내 생일이었다. 달이 뜨면 가끔 옥상에 올라가 볼 때도 있었다. 그래서 그날도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을 보기 위하여 옥상에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둥근 보름달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떠 있었다. 묵묵히 옥상을 내리비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보름달을 보는 순간 먼저 하늘로 간 나의 그리운 이들의 얼굴이 달빛 사이로 하나, 둘 스쳐 지나간다. 거기에는 내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남동생, 시부모님, 시동생, 절친이었던 친구까지 필름 돌아가듯 스쳐 지나간다. 그 강을 건너버리면 돌아오지 못하기에 보름달 뜨는 날 강물 위 달빛이라도 한번 비추어 주어 나의 그리움 달래주기 하려는 바람이다. 나 역시도 그 강을 건너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생각하는 마음 한편에 잠시 동안 스치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네 인생도 마치 달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과 흡사하다.
21세기 문명발달로 인하여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전기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전등으로 백열등, 수은, 형광, LED 등이다. 설치 방식도 내부 조명, 외부 조명, 안전 조명 등이다. 최근에는 형광등의 발달로 조명 설비가 개선되었으며 또 스마트홈·홈네트워크의 확산으로 조명 제어도 자동화 연결형 진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옛날 달빛으로 행하여진 그 모든 지나간 추억들은 무색하게 사라진 것이다.
사람들은 밝은 햇빛을 좋아하지만 나는 가끔 달빛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햇빛은 모든 것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달빛은 부족한 부분까지도 포근히 감싸 주는듯하다. 살면서 마음이 지칠 때도 있다. 습관처럼 옥상에 올라가려고 하였지만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피하고자 그만 포기 하고 말았다.
비 내리어 달빛 없는 오늘 밤은 왠지 누군가 그리워지며, 외로워지는 마음 가득하다. 그래서 그러한지 안동 월영교 달빛 아래의 추억이 문득 생각난 것이다. 그것은 월영교의 달빛이 나의 외로운 마음이나 누군가의 그리움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주었기 때문이다.
(20260520.)(20260523.1차 퇴고)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