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에 전하는 메시지 - 법대로 경기하라
제헌절에 즈음하여 헌법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회생활의 약속을 잘 지키기를 다짐하며 지난 일요일, 학동그리스도의 교회 오후예배에서 전한 메시지를 소개한다.
‘경기하는 자가 법대로 경기하지 않으면 면류관을 얻지 못할 것이니라(디모데후서 2장 5절)
7월에는 미국독립기념일(4일), 프랑스 시민혁명기념일(14일), 제헌절(17일) 등이 들어 있어서 해마다 이맘때면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되새긴다. 특별히 오늘(7월 17일)은 1948년 7월 17일에 헌법이 제정, 공포된 것을 기리는 제63회 제헌절이다.
헌법은 나라의 기본법으로 모든 법의 기반이 되는 소중한 법이다. 우리 헌법은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이라 함은 주권자가 왕이 아닌 국민이요 그 국민의 여망을 담아 제정된 법에 의해 다스리는 법치국가를 뜻한다.
아침에 태극기를 창문에 내걸고 TV를 켜니 법조인 한승헌 씨와 대담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한승헌 씨는 인권변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의 이름이 '한국의 헌법을 이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오히려 헌법에 승복하는 뜻으로 새기면 더 나으리라는 말이 듣기에 좋았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세계의 대세를 이루었지만 인류는 오랜 세월, 왕이 전권을 휘두르는 독재체제에 의해 다스려졌다. 사흘 전인 7월 14일은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시민혁명 222주년기념일이기도 하다.(미국정부가 들어선 해로부터 222년이기도.) 여러 해 전에 세계의 유명한 지식인들이 뽑은 인류역사상 가장 큰 역사적 사건으로 프랑스시민혁명이 선정되었다.
노래가사를 따오려고 다음(daum)에서 '제헌절 노래'를 검색하니 뜻밖에도 아래와 같은 글이 올려 있어 반가웠다.
'My소셜 김태호 님만 볼 수 있는 소셜검색 결과입니다.
사회복지법인 천혜경로원 cafe.daum.net/chunhyecafe 영국통신 1-3
3년 전, 2008년 7월 18일 우리나라의 제헌절이 금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는 헌법경시풍조가 아쉽게 여겨집니다. 링컨 성에서 나와 맞은편에 있는 링컨성당으로... 어른들을 포함하여 30여명의 중창단이 노래연습에 열중하는 ...'
거기에 오른 글, 영국통신 1-3중에 한 부분을 읽어본다.
영국통신 2. 마그나카르타가 보관 된 링컨 성
오늘은 7월 14일,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시민혁명 219주년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아침 6시 반에 산책길에 나서서 첫날 내린 아텐보르역 주변을 한 시간여 돌아보았습니다. 역에 이르러 각 지역으로 가는 기차시간을 살펴보기도 하고 인근에 있는 테니스 코트, 승마나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넓은 잔디운동장, 수백 년의 역사가 서린 고풍스런 교회 등을 흥미 있게 관찰하였지요.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서 아내에게 메일을 보내고 국내 뉴스를 살펴 본 후 아침 식사를 하며 오늘의 스케줄을 상의하였더니 아들은 기차로 한 시간 거리인 링컨시를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11시 31분에 아텐보르역을 출발하여 노팅험역에서 내려 근처의 간이식당에서 아들과 함께 점심을 들고 12시 26분에 출발하는 링컨 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아들은 링컨 시내의 관광 코스와 돌아올 때 기차 타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기차가 출발한 후와 링컨 성을 돌아볼 때, 링컨에서 출발한 직후 등 세 차례나 전화를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을 아들의 보호자 겸 후견인으로 지내왔는데 어느덧 아들이 아버지를 걱정할 만큼 세월이 흐른 것을 체감하며 흐뭇함과 허허로움이 교차합니다.
노팅험에서 링컨까지는 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차창으로 보이는 목가적인 풍경과 풍요롭게 느껴지는 삶의 모습들을 관찰하노라니 어느새 링컨 역에 당도하더군요. 시민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30여분 만에 링컨 성에 이르렀습니다. 성의 입장료가 4파운드인데 시니어라고 말하니 2.6파운드를 받습니다. 나이 들어 좋은 점도 있군요.
1068년부터 정복자 윌리암 왕이 축성하였다는 망루와 성벽을 돌아 본 후 1215년에 제정된 마그나카르타의 원본이 보관된 전시실에서 30여 분간 대헌장과 관련한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1995년 7월,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들렸을 때 가이드가 원본이라고 강조하는 마그나카르타가 그리스에서 가져온 로제타석과 함께 박물관 소장품 중 가장 소중한 자료라고 강조한 것을 주위 깊게 들으며 학생들에게 여러 차례 영국의 민주주의 발전과정을 설명할 때 그 내용을 전해주어서 각별한 관심을 가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자유와 평등. 박애의 기치를 내걸고 봉기한 프랑스 시민혁명기념일에 링컨성에서 더 자세한 자료들을 접하게 되어 더 기쁩니다.
전시실의 설명 자료에 의하면 링컨성에 보관된 원본은 현재 영국 중앙도서관에 2부(대영박물관에 있던 것이 그곳으로 옮겨졌다고 함), 솔즈베리(Salisbury) 성당에 1부 보관되어 있는 것과 더불어 4부의 원본 가운데 하나라고 적혀 있습니다.(원래 41부가 작성되었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마그나카르타의 1, 13, 39, 40조는 지금도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과 함께,,)
전시실에는 헌법이란 무엇인가?(What is a constitution?)라는 물음과 함께 ‘헌법이란 나라를 통치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들의 골격’(A body of fundamental principle according to which a state is governed)이라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정의가 적혀 있습니다.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 효력이 유지되는 헌장의 원본을 국보처럼 소중히 간직하는 것을 확인하며 3일 후에 맞이하는 우리나라의 제헌절이 금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는 헌법경시풍조가 아쉽게 여겨집니다. .....
제헌절 노래에는 헌법의 뜻이 잘 담겨져 있다.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
삼백예순 남은 일이
하늘 뜻 그대로였다.
삼천만 한결같이 지킬 언약 이루니
옛 길에 새 걸음으로 발 맞추리라
이날은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다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
2002년 여름에 유럽을 여행할 때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제헌절을 맞이하였다. 그날 새벽에 제헌절에 즈음하여 헌법의 의미와 역사를 학생들에게 주는 편지글에 적고 낮에는 버스 안에서 동행하는 30여명의 일행들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그때의 기록을 살펴보자.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지금은 7월 17일 오전 5시 반, 오스트리아 비엔나 아티스호텔에서 이글을 쓴다. 오늘은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지 53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시간으로는 12시 반이 지났으니 이미 제헌절 기념식이 끝났을 시간이지만 제헌절에 즈음하여 민주한국의 헌정사를 잠시 더듬어 본다.
1948년의 제정헌법에 의하여 그 해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고 초대대통령에 독립운동을 했던 해외망명정치인 출신의 이승만이 취임하였다. 이승만은 1960년 4월 26일, 4.19혁명에 의하여 그 해 3월 15일의 선거(3.15 부정선거)에서 네 번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지만 세 번째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두고 12년간의 장기집권에서 타의에 의하여 물러났다.
한 때는 그를 건국의 아버지라 추앙하기도 하였지만 그는 민주한국의 평화적 정권교체의 틀을 세우는 중요한 역할을 잘못 수행하여 헌법이 금지한 3선 중임규정을 폐지하는 등 이후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정체되고 독재와 독주가 악순환 되는 불행한 역사의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국가형성의 공로가 퇴색되는 오점을 남겼다.
1960년에 새로 만들어진 내각책임제 정부의 수반이 된 장면 국무총리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국민의 절대지지를 받은 민주당이 둘로 쪼개지는 분열과 혼란의 정치적 불안정 끝에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를 지도자로 한 군부쿠데타로 정권을 내놓아 9개월의 단명 정권으로 불명예스럽게 권좌에서 물러났다.
민주헌정을 총칼로 위협하여 단절시킨 쿠데타 세력은 1963년에 대통령중심제로 다시 되돌아간 제3공화국은 군사쿠데타의 지도자 박정희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1967년에 재선되었다. 그러나 박정희도 이승만에 이어 두 번 중임으로 제한된 헌법을 고쳐 3선의 길을 터서 1971년에 세 번 째 대통령이 되고 그 다음해인 1972년에 '10월 유신'이라는 헌정중단의 초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직선제 대통령 선출방식을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대통령선거인으로 뽑힌 자들로 구성된 기구에서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선출하는 제4공화국이 등장하였다. 1978년에 임기 6년의 대통령으로 다시 선출된 박정희는 1979년 10월 26일, 그가 임명한 중앙정보부장에 의하여 시해되며 18년 장기집권의 종지부를 불행하게 마감하였다.
박정희의 사망으로 잘못된 민주주의체제를 바로 잡을 기회를 맞이하였지만 정치적 공백기를 무력으로 비집고 등장한 전두환 등 군부집단에 의하여 12. 12사태와 5.18광주민주화운동 강제진압을 거쳐 대통령선거인단에 의한 7년 임기의 대통령 간선제 정부형태의 제5공화국으로 변형되었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열화같은 6월행쟁에 굴복하여 5년 단임제를 골간으로 하는 대통령직선제의 현행헌법이 등장하기까지 무려 아홉 번의 헌법개정이 주로 정권창출 또는 재집권을 위한 정부조직변경의 누더기헌정사로 점철되어서 제헌절은 헌법의 권위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켜낸 자랑스러운 날이라기보다는 이를 형해화시키고 무력감을 확인하는 불행한 기억을 되새기는 날들이 되었다.
1987년에 고쳐진 헌법에 의하여 금년(2002년) 12월의 대통령선거까지 치르게 되면 15년 이상 변동 없는 헌정체제가 지속되는 것이므로 그 이전의 잦은 헌법 개정의 역사가 어느정도 안정궤도에 들어간 셈이지만 그 이후 선출된 역대대통령들의 대통령직 수행이 성공적이 아니라는 일반적 평가를 받고 있는 점에 비추어 우리의 지난 헌정사는 제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문화와 사람의 잘못이라는 확실한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목사님께서 여러 주에 걸쳐 언약궤에 대하여 말씀하시면서 이것은 법궤, 증거궤라고 한다고 강조하였다. 오늘 예배 전 성경읽기시간에 읽은 시편 78편에는 ‘여호와께서 증거를 야곱에게 세우시며 법도를 이스라엘에게 정하시고 우리 조상에게 명하사 너희와 자손에게 알게 하라‘고 교훈하고 있다. 또 잠언에서는 '네 아들아, 나의 법을 잊어버리지 말고 네 마음으로 나의 명령을 지키라.(잠언 3장 1절), 내가 선한 도리를 너희에게 전하노니 네 법을 떠나지 말라.(잠언 4장 2절), 대저 명령은 등불이요 법은 빛이요 훈계의 책망은 곧 생명의 길이니라(잠언 6장 23절)'고 교훈한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5장에서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나 폐하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케 하려 함’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서로 사랑하라’고 강조하신다. ‘경기하는 자가 법대로 경기하지 않으면 면류관을 얻지 못할 것이니라(디모데후서 2장 5절) 말씀처럼 일상생활에서도 법을 따르지 않으면 제재와 불이익이 따른다.
세상의 많은 법을 통틀어 육법전서라고 한다. 공동체의 삶 속에서 육법전서를 다 알고 지키면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라를 통치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들의 골격’인 헌법의 정신을 제대로 살리고 계승하면 우리 사회가 더 밝고 정의로울 터.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육법전서 같은 성경말씀을 잘 알고 따르되 헌법처럼 요약된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지키면 더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