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현대＞ 귀국 돌연 연기한 ‘김두관의 속사정’

지난해 민주당(옛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김두관 상임고문이 때아닌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야심찬 정치인의 예상 밖 행보와 그에 담긴 정치적 속내 때문이다. 앞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후 지난 3월 돌연 독일행 비행기에 오른 그의 당초 귀국 시점은 이달 말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돌연 내년 3월로 연기된 배경을 두고 정가에서는 차기 대권을 노린 전략적 행보가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전초전은 내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나 7월30일 재·보궐선거 출마가 될 공산이 크다. <편집자 주> ‘獨유학’ 김두관, 귀국 연기…국내 정치적 상황 고려지방선거 코앞에 둔 3월로…‘정략적 타이밍’이란 추측   진주의료원 사태 이후 민주, ‘김두관 재입성론’ 거론이장서 출발한 최연소 군수·도지사…잠재적 대권후보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지난해 대선 패배 후 정치권과의 거리를 두며 대외활동을 자제해왔던 민주당 김두관 상임고문이 새로운 정치를 위한 본격 행보에 돌입한 것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대선후보 경선 시절 자신의 수행비서관이었던 김경훈씨와 함께 6개월간 독일행 유학길에 올랐다. 출국 전 그가 짠 연구 계획에는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강소기업들과 이들 활동을 위한 국가 정책’ ‘그리스發 유로존 위기에도 안정적인 경제를 유지하는 독일의 힘은 무엇인가’ ‘국민 참여를 통한 당원 중심제 정당의 여러 모습들’ 등 다섯 가지 파트의 연구 과제가 포함돼 있었다.   이후 김 고문은 이메일을 통해 직접 <독일 통일 현장 12년> <독일의 평화통일과 통일독일 20년간 발전상> 등의 책을 소개하면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독일 현지에 머물고 있던 당시 손 고문과 자주 만나 “당의 상황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독일 행 유학길 올라   그는 4월 초부터는 벨기에, 영국, 스웨덴 등을 찾아 유럽연합(EU) 본부 관계자 및 의원들과 만나 독일 모델 연구에 비교·참고하기 위한 면담을 꾸준히 가졌고, ‘괜찮은 자본주의’의 공동저자인 한스외르그 헤어 박사 등 전문가와 접촉을 통해 독일 전반의 시스템을 공부하고 있다고 근황을 알렸다. 또한 지난 6월에는 독일 사회민주당 창립 150주년 기념행사에 한국 정치인 대표로 참석한 일을 소개하면서 “일정을 끝내고 호텔에서 나오는데 팔에 깁스를 한 낯익은 인사가 안내 데스크에서 비용을 계산하고 있더라. 독일 전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였다. 특권 의식이 없는 점에 또 한 번 놀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고문은 7월부터 스페인 몬드라곤을 방문해 협동조합을 공부하고 독일 본 등에서 지방자치, 정치교육 시스템을 돌아본 뒤 10월 초순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최근 귀국 일을 돌연 연기했다.   독일 유학 중에 김 고문은 사단법인 ‘한중우호교류협회’ 이사장으로도 취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고문은 최근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열린 협회 행사에 참석한 뒤 한국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독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지방선거 염두   이처럼 김 고문이 국내외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귀국시점을 내년 3월로 늦추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나 그해 7월30월 재·보궐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표면상 김 고문의 귀국 연기 이유는 대학 연구소 측이 김 고문에게 연구기간 연장을 제안함에 따라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까지 김 고문을 수행해온 한 측근 인사에 따르면 “김 고문은 대학 연구소 측에서 코스 연장 제안이 왔고 김 고문이 이를 수용한 것”이라며 “이 기간 동안 김 고문이 평소 관심사였던 독일의 자치분권과 노동에 비중을 두고 연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 이유일 뿐, 김 고문의 이번 결정은 여러 가지 복잡한 국내 사정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대학 연구소 측에서 연구기간 연장을 제안했다 하더라도 이를 아무 이유 없이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물론 현실적인 배경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시기적으로 국내에 들어와 난국을 이어가고 있는 당의 상황을 타개하는데 있어서 본인 스스로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당장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란 분석에서다.   특히 이는 독일 유학기간 동안 같은 대학, 같은 숙소에서 이웃했던 손학규 상임고문과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손 고문의 경우, 비슷한 시기 독일 입국 후 예정했던 현지 코스를 마친 뒤 계획대로 9월 말 귀국했다. 손 고문은 귀국과 동시에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입후보한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대항마로 거론되며 정치판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결국 김한길 대표의 삼고초려까지 거부하며 ‘패’를 던졌지만, 10월 재보선이라는 묘한 시기와 맞물려 큰 이슈로 작용했던 것은 분명하다.   정략적 타이밍 고려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김 고문이 애초부터 이러한 이슈에 대해 극히 경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재보선 시기 특정지역의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재보선이라는 묘한 시기 선거판에서 별다른 역할이 주어지지도 않는다면 차라리 맘 편하게 귀국시기를 늦추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든 김 고문은 최근 측근에게 약 6개월 더 독일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귀국 시기는 3~4월로 늦춰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규모와 의미 면에서 크게 축소된 이번 재보선 시기보다는 정략적 타이밍을 고려해 내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3월로 귀국시기를 늦춘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더군다나 현직인 홍준표 경남지사의 경우, 진주의료원 사태 이후 내년 지방선거 후보 공천 자체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김두관 재입성론’이 구체적으로 야기되고 있는 것. 민주당 입장에서도 내년 지방선거 경남지사 후보감으로 김 고문만 한 경쟁력을 갖춘 인물을 찾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야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김두관은 잠재적 대선 후보감이다. 지난해 이미 경남지사 자리를 내놓고 나온 인물”이라며 “본인 스스로 여전히 대권을 바라본다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백스텝’은 득이 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굳이 선거판에 나선다면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달 뒤 치러지는 7월 재보선에 출마해 부족한 의회경력을 보충하는 것이 낫다”고 분석했다.   앞서의 측근 인사 역시 “김 고문 스스로 절대 지방선거에 직접 나간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다”고 잘라 말하며 “귀국 시기가 지방선거와 맞물리더라도 선거 지원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귀국 이후 김 고문의 행보에 대해 “현재로서는 어떤 계획을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김 고문은 민주당 소속이다. 당 내부에서 역할이 주어진다면 그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귀국 이후에도 당분간 선거판과 같은 전장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타 대선 후보들과 비교해 여전히 빈약한 당내 입지를 다져가며 기회를 엿본다는 계산이다.   지난 대선 김 고문의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지난 과거 많은 거물급 정치인들이 그러했듯, 해외에서 휴지기를 보내고 온 이후 정치인들은 생각이나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있다”며 “김 고문 역시 귀국 이후 그 변화에 초점을 맞춰보면 좋을 것 같다. 김 고문은 여전히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인사다. 분명 본인 나름대로 그 구체적인 플랜을 준비 중일 것이다.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입지전적 인물   한편, 지난해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리틀 노무현’으로도 이름을 알린 김 고문은 말그대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잃고 가난 탓에 전문대에 갈 정도로 어린 시절은 불우했지만, 이장에서 시작해 군수와 장관·도지사에 올라 대권까지 도전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국민의 아들’이자 ‘뼛속까지 서민’, ‘코리안 드림’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의 저서 제목 역시 ‘아래에서부터’라 돼 있고, 그가 우리나라 최남단 땅끝마을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김 고문은 1959년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에서 빈농의 아들(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불운도 겪어야 했다. 가정 형편 역시 좋지 않아 남해종합고등학교 3학년 때 국민대 어문계열에 합격했지만, 입학금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전문대(경상전문대 행정학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후 1981년에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로 편입했고 1986년에는 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에 가입해 간사 활동을 하던 중 개헌추진본부 충북지부 결성대회 주도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감옥에서 고향으로 돌아가 농민운동을 하기로 결심하고 남해로 귀향해 남해 농임회를 결성, 사무국장을 역임하는 등 농민운동에 투신했다. 1988년에는 남해군 이어리 이장으로 선출돼 2년간 활동했고, 1989년에는 지역주민 주주 공모를 통해 남해신문을 창간해 대표이사를 맡았다. 1995년에는 37세의 나이로 민선1기 남해군수로 당선, 전국 최연소 단체장에 올랐다. 이 시절 기자실 폐쇄와 민원공개 법정 개설, 마을공동 묘지 공원화 시범사업 등 과감함 남해군의 행정 개혁 사례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참여정부 때는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고 2010년에는 6·2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야권단일후보로 출마,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지난 6일 올해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사퇴했다. 김 고문의 정치 여정이 이렇게 화려했던 것만은 아니다. 참여정부 행자부 장관직은 취임 7개월여 만에 스스로 내려놓아야만 했다. 당시 한총련 집회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주도의 장관 해임 결의안이 가결됐기 때문이다.   이장부터 군수·장관·도지사까지 거쳤지만, 유독 국회의원과는 연이 없었다. 지난 1988년부터 24년간 국회의원 선거에 세 번 도전해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도지사 역시 2002년 3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지난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도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섰지만 역시 당선되지 못했다.   김 고문과 뜻을 함께하는 현역의원으로는 원혜영, 민병두, 최재천, 문병호, 김재윤 의원 등 핵심 5인방을 비롯해 안민석, 강창일, 김영록, 배기운, 김승남, 홍의락 의원 등이 있다. 지난 대선캠프에서는 외곽 지원조직으로 신경림 시인이 대표를 맡고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형태 전 민변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팬클럽 ‘피어라들꽃’이 그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김삼웅 전 언론인, 정성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노혜경 시인 역시 ‘김두관의 발견’이라는 책을 발간, 그에 대한 지지를 밝히기도 했다.   baghi81@hyundaenews.com   이력 - ~ 2013.10 민주당 상임고문2011.11~ 2012경남고성 공룡세계엑스포 명예위원장2010.07~2012.07 제34대 경상남도 도지사2006.02~2006.06 열린우리당 최고위원2005 자치분권전국연대 상임고문2002 제16대 대통령 선거 노무현 후보 경남선대 본부장열린우리당 경남도당 위원장2003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회 위원1989~1995 남해신문 창간발행 편집인2005.05~2006.01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2003.02~2003.09 제5대 행정자치부 장관2002 새천년민주당 경상남도지사 후보1995~2002 제38대, 39대 남해군 군수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