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토)
이번 여행에서는 일곤이와 같은 방을 쓴다.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호텔주변을 산책했다. 멀리 하얀 눈이 덮인 산봉우리가 보이고 공기가 상쾌하고 신선하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서울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깨끗한 공기이다. 아침 식사 전에 둘이서 주변을 한 시간정도 둘러보고 들어왔다. 오전에 짤츠부르그 시내로 들어가서 호엔부르그성 아래 영화 Sound of Music에서 논베르크 수도원의 수녀 마리아와 폰 트랩일가가 피신하던 아담한 묘지를 보고 모차르트 생가와 케트라이데거리를 둘러 보았다. 여러 모양의 철제장식 수공 간판들(옷가게, 미장원, 빵가게, 까페, 꽃집, 보석가게, 술집 등)이 이채롭다. 약 200년이나 된 간판들인데 맥도날드도 이곳 분위기에 맞추어 비슷한 장식간판을 달아 놓았다. 모차르트 생가는 주변 건물과 구분되는 노란색으로 되어 있는 12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이곳 3층에서 모차르트가 태어나 17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좁은 계단으로 이어진 방들은 가족들의 사진과 악보, 악기 등 옛날 모습 그대로 잘 보존을 하고 있다. 1층에는 모차르트가 사용했던 침대, 피아노, 바이올린, 자필악보, 편지 등이 있고 2층에는 오페라 ‘마술피리’를 초연할 당시 사용했던 것과 같은 소품 등이 전시되어 잇다. 3층,4층에는 모차르트의 가족들과 그 당시의 생활모습을 전시해 놓았다. 시간 여유가 없어 대강 둘러보고 나왔다. 광장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게트라이데거리 입구에는 가장 오래된 2층 까페가 있고 그 옆으로 아주 좁은 3층짜리 집이 보인다. 부잣집 딸에게 구혼한 총각이 샀던 집이라고 한다. 모차르트 동상이 세워져있는 모차르트광장에는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은 대성당이 있는데 성당안 왼쪽에 청동으로 된 큰 세례반이 있고 뒤편 2층에는 모차르트가 직접 연주한 아주 큰 파이프오르간이 있는데 성당 앞으로 갈 수 없도록 줄을 쳐 놓아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보행자도로 골목을 지나 개울 쪽으로 나오니 영화에서 아이들이 마리아와 함께 소풍을 나와 노래를 부르던 잔디밭이 있고 다리난간에는 사랑을 맹세하는 자물쇠들이 빈틈없이 매달려 잇다. 다리 건너편 왼쪽에는 지휘자 카라얀의 생가가 있는데 집 앞 정원 계단 앞에 카라얀이 지휘하는 모습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바로 이어지는 미라벨궁 정원에는 예쁜 꽃들이 심어져 있는데 정원에서 바라보는 언덕 위 호엔짤츠부르그 성의 모습이 참 예쁘다. 미라벨궁 하얀 건물 왼편으로 돌아가니 조각 분수 뒤로 영화에서 아이들이 오르내리면서 도레미송 노래를 부르던 계단이 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슬로베니아로 이동했다. 눈 덮인 산봉우리를 멀리 보면서 산길을 달린다. 주변 풍광이 멋지다.





점심 무렵 슬로베니아 블레드에 도착했다. 식당식사는 야채도 없이 달랑 토마토즙을 약간 묻힌 마카로니인데 목이 맥주를 마시면서 먹어도 반은 남겼다. 별 맛이 없다.
블레드 호수는 율리안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인데 짙은 옥색을 띄고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호수 주변으로 알프스 설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멀리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알프스 산의 모습을 호수가 거울처럼 비치고 있다. 호소 한 가운데 있는 블레드 섬으로 가기 위해 전통 배인 ‘플레트나’를 탔다. 약 2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작은 나룻배인데 양쪽으로 차례로 균형을 잘 맞추어 앉아야 한다. 잘 생긴 젊은 남자 사공이 노를 젓는데 수입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블레드섬에 도착하니 선착장에서 바로 수십 개의 계단으로 이어지고 계단 위 언덕에 자그마한 성당이 있는데 성당 안에 소원의 종이 있다. 사람들이 차례로 줄을 서서 종의 줄을 잡아당기면서 소원을 빈다. 나도 종을 치고 밖으로 나오니 댕그렁 하는 종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다. 플레타나를 타고 호수 밖으로 나와서 블레드 성으로 올라갔다. 호수에 면한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 블레드성은 15세기 독일 황제가 이곳 주교에게 이 지역의 땅을 선물하여 지어졌고 지금은 한창 보수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호수의 경치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블레드호수는 유고슬라비아의 유고대통령의 별장이 있었다고 하며 그 당시 북한의 김일성주석이 와서 머물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블레드 구경을 끝내고 크로아티아 카를로바츠 마을로 이동하여 호텔에 짐을 풀었다.



4월 22일(일)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의 연안으로 길게 북남으로 뻗어 있고 이태리반도를 마주하고 있다. 영토는 발칸반도 쪽으로 악어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모습인데 그 안으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영토가 들어와 있고 그 접경지역에 호수와 나무의 요정이 산다는 플리트비체 호수(Plitvice Lakes)가 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약 140km 남쪽으로 험준한 디나르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천혜의 산림이다. 아침 식사 후 버스를 타고 플리트비체로 이동했다. 플리트비체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환상적인 호수공원으로 알려져 있다. 계단식으로 펼쳐지는 16개의 여러 모양의 호수가 있고, 그 위로 크고 작은 폭포가 흘러내려 절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계절마다 다른 빛깔을 뽐내는 호수와 폭포를 보기 위해 해마다 백만 명이 넘은 탐방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강물이 탄산칼슘과 염화마그네슘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생긴 석회 침전물이 나무와 돌에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계단식 호수와 폭포를 만들었고 이 석회 성분이 호수 바닥에 깔려 에메랄드빛의 투명한 녹색 호수물이 되었다. 이곳은 1949년 문을 연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현재까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발칸전쟁의 와중에도 이곳 만큼은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깨끗하게 잘 관리가 되고 있어서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공원 면적은 약 300평방킬로 되는 넓은 지역이나 호숫가를 따라 탐방로가 잘 마련되어 있어 시간 여유가 있으면 찬찬히 속살을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나무 데크와 흙길로 연결된 탐방로는 개울 위를 지나기도 하고 호수와 폭포의 가장자리를 지나면서 멋진 산책로로 안내한다. 공원에 들어서니 시원한 폭포소리에 귀가 즐겁고 상쾌한 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물이 흘러가며 내는 멋진 자연 화음을 들으며 오솔길을 걸으니 마치 선녀가 사는 선경에 들어선 느낌이다. 공원은 크게 남쪽 고지대의 상부 호수와 북쪽 낮은 지역의 하부 호수로 나누어지는데 그 경계지점에 코즈악 호수(Lake Kozjak)가 있고 오직 이곳에서만 배를 운행하여 두 지역을 연결하고 있다. 물론 이 배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전기로 움직이고 있다. 백운암층의 상부는 숲과 갈대밭, 폭포 등이 어우러져 있고 운회암층의 하부는 신비한 색깔의 호수들을 볼 수 있다. 코스가 여러 개 있어 제대로 보자면 며칠을 두고 보아야 하는데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아 상부호수에는 가지 않고 3시간 정도 하부만 둘러보았다. 다음에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호수공원의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싶다. 점심은 호수공원 입구 식당에서 송어구이를 먹었는데 맛이 담백하다. 곁들인 흑맥주 맛이 시원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두브로브니크를 향해 남쪽으로 이동했다. 고속도로는 잘 뻗어 있고 길은 한가하다. 주변의 산과 들의 풍광이 멋지다. 오른편으로 햇볕에 반짝이는 아드리아해를 보면서 한참을 가니 보스니아국경을 지나 네움에 도착한다. 이곳은 해변 길이 약 20킬로 만큼 크로아티아 국경이 끊어지고 보스니아 영토이다. 이곳을 지나야 다시 외딴 섬처럼 떨어져 있는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할 수 있다. 네움이라는 작은 해변마을 호텔에 짐을 풀었다. 보스니아로서는 Neum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이 유일하게 바다에 면해 있어 아드리아해로 진출할 수 있는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저녁은 호텔 식당에서 먹었는데 이곳 포도주와 맥주를 곁들여서 맛있는 만찬을 즐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