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다시 차를 타고 문경사과축제가 열리는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새재로 왔다.
나도 일찍 온다고 왔는데 주차장이 벌써 만원이다. 어지간히 몰려온 모양이다.
음, 물 한 잔 마시고, 지금부터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 구경 한 번 해볼까.
그런데, 사과축제장에 웬 소? 요즘은 소로 밭 갈고 논 갈아서 농사짓는 데는 없는데?
뭐 어쨌거나 소를 보니 마음이 푸근하고 기분도 좋다.
옛날 어린시절 생각도 나고, 동물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동물이라 반갑기도 하고.
어라, 소달구지도 있네. 요즘은 소달구지 끌어서 물건 내다 파는 일은 없는데?
나도 한 번 타보고 싶다. 어른은 타면 안 되는가? 아 딸린 어른만 탈 수 있는가?
향이 강한 로즈마리다. 로즈마리가 기억력, 집중력을 향상시켜 준다고 한다.
흠흠, 오늘 본 것 집에 갈 때까지라도 잊어버리지 말자고 로즈마리 향 좀 맡고,
옴마야! 뱀이다, 뱀. 사과 축제장에 뱀은 왜 또 데리고 왔을까?
무심코 가다가 앞에 뱀이 턱 나타나 놀라 기절을 하고 고함을 지르며 도망을 가니,
노란조끼 입은 저 아저씨가 "안 무요, 목에 한 번 걸어드릴까요?"하고 따라온다.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노? 이 아저씨 지금 제 정신이가?
내가 제일 무서워하고 징그러워하는 것이 뱀인데 그 무섭고 징그러운 뱀을 뭐 어째?
너무 놀라 고함을 지르고 천리나 만리나 도망을 갔다.
그리고 한참 후에 다시 축제장을 돌다가 우연히 또 그 뱀을 만나게 되었는데,
세상에! 무슨 여자아이가 저렇게 간이 커? 뱀을 목에 칭칭 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에게는 충격이다. 징그러워 발발 떨면서 눈 감고 카메라만 대고 찍어 온 사진이다.
저 아이는 뱀이 징그럽지도 않을까? 이 글을 쓰면서도 저 그림은 숨겨 놓고 썼다.
요건 거북이다. 등이 참 단단하고 예쁘다.
배추 옆에 거북이는 등 모양과 색깔이 통영 동호항에 있는 거북선하고 똑 같다.
아우 귀여운 것, 요건 토끼구나.
어른 눈에도 신기한데 아이들 눈에는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눈이 빠져라 쳐다보고, 먹이를 들고 얼러보고, 털을 쓰다듬어 보고,
보자, 이건 뭐꼬, 닭은 닭인데 양계장에서 알 낳는 닭하고는 조금 다르다.
금빛 나는 털에다 까만 테를 둘러 선이 확실한 닭, 눈이 동그라니 참 잘 생겼다.
아이구 예쁘다. 어쩌면 이렇게도 고운 색깔의 옷을 입고 태어났을까?
아따, 이넘은 색깔도 진하고 부리도 날카롭고, 눈도 부리부리한 것이 무섭게 생겼다.
요넘은 아주 순하고 얌전하게 생겼다. 부드럽고 하얀 털이 꼭 갓난아기 같다.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보에 가벼운 솜이불 덮어서 파리 모기 달라 들지 못하게
오글오글한 레이스가 달린 예쁜 모기장 딱 씌워서 옆에 눕혀 놓고 보고 싶다.
이 곤충은 무슨 곤충이지? 소똥무덤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소똥벌레, 개똥벌레.
삐약삐약, 아우 귀여운 것, 참말로 병아리떼 종종종이다.
한 닢 얻어먹어 보겠다고 배추 이파리 입에 문 대장 따라 종종종 가는 것 좀 봐라.
그것이 신기하여 동네 아이들 모두 배추 이파리 하나씩 들고 다 모였다.
같은 병아리들이다. 서로 자신이 주는 이파리 밭아 먹으라고 코앞에다 갇다 대고,
한참에 먹을 것이 많아진 병아리들은 어디로 가야 될지 몰라 뛰다가 서로 부딛치고,
그런 병아리가 귀엽고 예쁘고 신기하기는 어른도 마찬가지.
한 닢 얻어먹어 보겠다고 졸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한 마리 잡아서 손에 쥐고 눈을 맞춰 보았다. 아! 정말 귀엽다. 너무 귀엽다.
이건 로데오다. 저것도 얘들만 타는 건가? 어른은 한 번 타보면 안 되는가?
좀 과격하긴 하지만 뱀처럼 무섭고 징그러운 것은 아니니까 한 번 타보고 싶다.
먼데서 오신 손님, 이 오카리나 아저씨는 축제장에는 절대 안 빠진다.
소리가 얼마나 애잔하던지 가던 길 멈추고 한참 동안 서서 들어보고,
(2012 문경한우축제)
그러면 그렇지, 들어오는 입구부터 웬 소를 몰아다 놓았나 싶더라니까.
모르고 왔는데 문경 사과축제와 한우축제를 같이 연 것이다.
어디 가면 정보를 알아보고 가야 되는데 무턱대고 나서기부터 하니 알 수가 있나.
문경 사과축제와 한우축제가 같이 열리는 줄도 모르고,
사과축제에 소는 왜 몰고 왔으며 징그러운 뱀은 또 무슨 이유로 데리고 왔느냐고?
혼자서 그거 생각한다고 머리가 다 터지고. 어이구 바보 축구 온달이 같으니라고.
이제 한우축제도 같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한우도 알아보고 둘러봐야지.
맛있는 문경 약돌한우쇠고기가 진열대에 좍 진열되어 있다.
현장에서 사서 구워 먹어도 되고, 집에 사가지고 가서 먹어도 되고, 택배도 되고,
최근에 한우쇠고기를 먹어보지 않아서 값이 싼지 비싼지 그건 잘 모르겠는데,
문경에서만 생산되는 약돌한우쇠고기에다 축제까지 열리니 값도 좀 싸지 않겠나?
그럼 가격표를 한 번 찬찬히 살펴볼까요.
갈비살이 10,000원이고 등심이 9,160원이고 치마살과 안심이 7,500원이고.
실속가격은 갈비살이 8,660원이고 등심이 7,160원이고 안심은 6,830원이다.
아침도 굶었고 또, 두 군데 축제장을 돌아다녀야 되니까 좀 많이 먹어야 되겠지.
실속 등심 500g(500g×7,160원=35,800원)하고,
고기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밥을 안 먹으면 배도 안 부르고 먹은 것 같지가 않으니까,
밥 한 그릇하고 김치 한 접시하고 상추 장류 한 접시하고(1,000원+1,000원+3,000원=5,000원),
총 40,800원이네. 혼자서 40,800원이면 너무 과한가?
사람이 먹어야 힘도 생기고, 재미도 있고, 머리도 팽팽 잘 돌아가지 않겠는가?
일단 그렇게 먹기로 마음속으로 결정을 하고, 우선은 사과축제장부터 다녀오기로 했다.
아마 이분들은 이 지방 유지들로 복잡하기 전에 미리 시식을 해보는 모양이다.
"선생님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하고 여쭈어 보았더니 "아 예 예 예" 하면서
몸을 약간 뒤로 젖히고 문경 약돌한우쇠고기가 잘 보이도록 자세를 잡고 앉는다.
여기는 상이 푸짐하다. 이 어르신들은 가까운 곳에 사시는 분들인 것 같다.
문경 한우축제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알고 미리 집에서 모든 것을 준비해 왔다.
준비해온 상추와 김치에 약돌쇠고기를 얹져서 아주 맛있게 우물우물 잘 드신다.
지금 시각 12시 23분, 아직 식사시간이 조금 이른지 자리가 많이 비었다.
나도 그냥 저 앞에 유지들처럼 조용할 때 고기부터 먼저 구워먹고 사과축제에 갈까?
아니야, 안 돼, 내가 쇠고기 먹으러 온 건 아니잖아, 계획대로 사과축제부터 보고 오자.
그렇지, 축제에 파전하고 도토리묵하고 막걸리가 빠지면 섭섭해서 안 되지,
그런데 우째 한우가 들어간 한우국밥이 제일 싸고 도토리묵이 제일 비싸네.
나중에 사과축제 보고 내려오면서 파전하고 도토리묵도 하나 먹고 갈까?
(문경한우축제장)
이렇게 하여 혼자서 살살 느긋하게 문경한우축제 축제장 구경을 다 마치고,
저 위 문경새재 옛 과거길 주흘관 앞에서 열리는 문경사과축제장으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