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스커트의 원조가 윤복희라면 나팔바지의 원조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긴 다리에 펄럭이는
꽃무늬 나팔바지를 입고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란 노래를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던 펄 시스터즈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한창 나팔바지가 유행했었는데 아랫단이 아주 넓은 분홍색 나팔바지에다 꽃무늬 자수가 놓인
언니의 나팔바지를 참 부러워한 적이 있었어요. 세살 터울인 언니의 바지가 꼬맹이인 나에게 맞을 턱이 없었지만 얼른 언니가 싫증이나
내가 물려받아 입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만 했지요. 큰 허리 정도야 재봉 솜씨가 좋은 엄마가 드르륵 몇번만 틀질해 주시면 내게
꼭 맞는 옷이 되니깐요.
나팔바지에 빵집을 누비던... 이란 노래 가사처럼 잘 나가는(?) 학생들은 교복 바지 통을 넓혀 나팔로
만들어 멋을 부리기도 했지요. 바지끝단으로 거리를 청소하며 다니던 그 시절, 이 세상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는 청춘의 아름다운
시절이었습니다.
나팔바지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는 바로 트위스트, 그리고 이어진 고고춤입니다. 바닥에 발을 열심히
비비며 몸을 뒤틀고 흔드는 트위스트 춤은 청년들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춤이었습니다. 소풍가는 날이면
장기자랑에 항상 빠지지 않는 춤이기도 했지요. 예전에 어느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검은 교복 바지에 가방을 옆구리에 차고 익살스런
표정으로 트위스트를 추던 개그맨이 생각납니다. 트위스트보다 고고가 더 친근한 세대인데요, 고고는 60년대 유행했던 트위스트가 발전해
70년대 고고로 이어졌다고해요. 부모님 세대의 맘보춤을 비롯해 울 언니 세대의
트위스트에서 고고, 그리고 다이아몬드 스텝이 기억나는 디스코에서 허슬까지... 지금생각해보면 우스꽝스런 몸짓에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순수했던 시절, 우리들의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