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폭 22m에 길이 150m, 높이 약 11m. 거대한 크기의 회색 '아라한강갑문'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처음 보는 광경이라는 탄성이 쏟아졌다. 현재 갑문을 선상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이집트의 수에즈운하, 파나마의 파나마운하 등 세계에서 몇 곳 되지 않는 상황으로, 내년부터는 이런 독특한 경험이 서울의 한강에서 가능해질 전망이다.
여의도~인천 여객선 타고 간다…이집트 운하처럼 활짝 열린 갑문에 '탄성'© Money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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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여의도에 선착장 조성…1000톤급 여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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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수위 조절을 마친 '아라한강갑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제공: 머니투데이
지난 6일 오후 12시50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내 선착장을 출발한 194톤의 '한강르네상스' 호가 양화대교, 월드컵대교 등을 지나 약 1시간의 항해를 거쳐 '아라한강갑문'에 도착했다. 아라한강갑문은 한강과 경인아라뱃길 사이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조성된 갑문으로, '한강르네상스' 호는 약 15분 정도 이곳에서 머물며 수위 조절이 완료되기를 기다렸다.
현재 김포여객터미널~인천여객터미널 구간에서 유람선 운항 사업을 하고 있는 김진만 현대해양레저 대표이사는 "아라한강갑문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 여의도까지 구간이 확장되면, 노선 다양화 및 불꽃놀이, 공연 등을 활성화해 관광객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1시간가량이 걸려 김포에 도착한 유람선은 이후 1시간20분을 운항해 인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가는 길엔 상암동 하늘공원, 인천 계양구의 아라폭포 등을 관람할 수 있었다.
여의도~인천 여객선 타고 간다…이집트 운하처럼 활짝 열린 갑문에 '탄성'© Money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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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김포~인천' 노선…연간 1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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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여의도 신규 선착장 조성에 나선 이유는 2026년 완공 예정인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 '서울항 조성'과 맞닿아 있다. 한강~경인아라뱃길 운행에 필요한 기반시설 확충 및 선박 운항을 위해 먼저 그보다 작은 규모의 선착장을 만들고, 정기운항을 시작해 효과성과 수익성 등을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도 들여다본다.
우선 기본노선은 여의도 선착장~김포여객터미널~인천여객터미널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1일 1회 기준으로 연간 150회 운영하며, 내년에 선박 2대로 시작해 5대까지 확대한다. 선착장의 위치는 마포대교 남단과 서울항 예정지 사이 공간으로, 최대 1000톤급의 여객선이 정박할 수 있다.
여의도~인천 여객선 타고 간다…이집트 운하처럼 활짝 열린 갑문에 '탄성'© MoneyToday
사업자는 민간공모를 통해 선정했으며, 선착장 조성 및 선박 도입은 순수 민간자본으로 이뤄져 시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달부터 설계에 착수했고, 이르면 내년 1월 시범 운항을 거쳐 한강의 결빙기가 끝나는 2월부터 운영한다.
또 더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주용태 시 한강사업본부장은 "(관광객들이 찾는) 영국 템스강의 폭이 265m, 프랑스 센강은 200m 정도인 반면 한강은 가장 좁은 구간이 1㎞에 달한다"며 "그런데도 다니는 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내년에 80만명, 그다음 해에 120만명의 관광객을 수송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획에 따르면 관광객들은 오전에 배를 타고 수상으로 이동하면서 한강유람, 선상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오후에는 관광버스나 배에다 실어 온 자전거와 PM(개인형 이동수단) 등을 타고 명소관광, 서해섬 투어 체험 등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박안전 체험, 직업체험 등 학습 프로그램 운영도 함께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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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 들여다보면 관광 분야 수익성 충분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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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인천 여객선 타고 간다…이집트 운하처럼 활짝 열린 갑문에 '탄성'© MoneyToday
물론 일각에선 사업성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2021년 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는 경인아라뱃길 사업에 대해 항만물류 실적이 당초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며 실패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30년 넘게 관광유람선 사업을 해오며 다른 해외도시들을 봤을 때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며 "템스강만 해도 연간 3000만 명을 수송하는 등 관광 분야에서의 수요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환경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환경과 생태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하며 "환경영향평가 등을 객관적으로 해서 여의도 선착장 사업이 한강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주 본부장은 "이번 여의도 선착장 조성을 시작으로, 한강~경인아라뱃길의 정기운항, 서울항 개항 등 '해외 관광객 3000만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매년 서해뱃길 활성화 계획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미래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의도~인천 여객선 타고 간다…이집트 운하처럼 활짝 열린 갑문에 '탄성'© Money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