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의 문제점들
1. 정보의 홍수
누구나 정보를 원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정보의 양이 많아져 정보의 홍수에 빠지면 사람들은 오히려 전문가가 판단해 준 정보에 쉽게 의존하거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에만 집착할 우려가 있다.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정보의 증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창조적 사고의 결핍증에 걸려 여러 가지 사회 병리적 행동이 나타나거나 전체주의화를 부채질할 위험도 없지 않다. 또한 정보 통신 시스템의 집중화와 대규모화는 자연 재해, 설비 고장 등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한 취약성을 증대시켜 시스템의 안전성, 보안성이 특히 중요하게 된다. 국제 관계에 있어서도 기술과 네트워크의 이용 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나라들의 정보를 집중하고 독점하는 문제가 발생되어 새로운 남북 관계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2. 프라이버시의 침해
정보 통신의 고도화는 개인의 사생활에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축적, 유통시킨다. 이러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되면 개인 권리와 프라이버시의 보호에 중대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보의 수집과 기술은 공공복지나 국가 안보, 기업 활동의 자유 등 유익한 목적에만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악용이나 독점, 왜곡 및 조작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중요한 정보를 독점하는 계층이나 기업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하여 사회적으로 우위에 서게 된다. 이것은 곧 권력의 강화와 집중화를 촉진시키고 통제 사회를 출현케 할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3. 기술 발달과 문화 지체
기술과 사회 구조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기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의 발전이 기술의 개발을 촉진시킨다. 흔히 우리는 테크놀로지의 변화를 사회적 유형·제도·조직에 변동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본다. 사회마다 여러 가지 기술적 발명과 기술혁신 또는 새로운 기술의 채용에 의하여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이러한 변화가 사회 변동을 가져오는 것으로 이해하며, 이것을 <기술결정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친 낙관론을 낳는다. 기술이 곧 발전이고 행복이라는 생각은 가능성일 뿐이지 현실은 아니다. 사회-문화의 변동은 물질문화, 곧 테크놀로지에 대한 <적응>이라고 할 때 사회나 제도·의식·가치 또는 교육이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느냐하는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비롯한 첨단 과학의 발달은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인간의 삶은 이러한 기술의 속도를 제대로 뒤쫓아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괴리와 불균형, 모순적 현상을 <문화지체> 현상이라고 말한다. 문화지체 이론은 사회의 각 요소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각 부문의 변화해 가는 속도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한 부분이 급속하게 변화하게 된다면 다른 분야도 같은 속도로 변화해서 재적응토록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하나의 가설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 당위성을 부인하고 있다. 기술이나 산업 물질문명에 있어서 변화는 토 끼 걸음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아이디어·가치·규범·교육 등 비물질 문명은 거북이 걸음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측면이 언제나 정신적, 문화적, 의식적인 측면을 앞서 간다는 뜻이다.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전에 비해 사회 제도가 미처 뒤쫓아 가지 못하는 결과로 많은 갈등과 적응 실패, 사회의 붕괴를 예견할 수 있다. 더욱이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다른 기술보다 전달 속도나 파장, 사회적 영향이 훨씬 크고 종합적이라고 하겠다. 문화 지체는 사회의 각 부분간이나 기술과 여타의 부문에만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국가간 · 지역간 · 개인간의 정보 불균형의 문제까지를 포괄한다. 문화지체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보면, 자동차와 도로의 관계와 비슷하다. 서울의 차량 대수는 급속히 늘어가고 있으나 노폭은 거의 변화가 없다. 때문에 교통 체증과 사고는 늘어만 가고 있다. 또한 여가 시간의 증대, 가정의 자동화, 인스턴트식품의 일반화 등으로 종래 집안에서 여성이 맡아하던 살림은 공장 기업이나 기계가 거의 빼앗아가 버렸지만 여성의 사회적 역할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여성의 가사와 지위가 비례하지 않아 여성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더 떨어진 것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4. 기술 종속과 문화 종속
정보 통신 기술과 관련 기기 생산 산업의 세계적인 분포는 극심할 정도로 일부 선진 공업국에 편재되어 있다. 미국은 1984년에 세계 컴퓨터 수요의 66%를 공급하고 있으며, 일본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에는 모든 컴퓨터 시장이 미국 기업에 의해 개척이 시도되어 일본과 유럽 제국이 이러한 미국의 성공에 자극받아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개발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 미국은 컴퓨터의 하드웨어 부문에서 세계시장을 압도적으로 점유했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측면, 다시 말해 데이터 프로세스에서도 7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일방적 시장 점유율은 정보산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을 띠게 된다. 정보화 시대의 가장 핵심적 부문이라 할 수 있는 정보와 그 처리 기술이 독점적으로 소수 선진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더욱이 선진국은 이러한 첨단 기술을 다른 나라로 이전시키는 것을 기피하면서, 개발도상국에게 이러한 정보 산업 분야의 시장 개방 압력만을 증대시키고 있다. 선진국의 급속한 정보화의 진전으로 말미암아 개발도상국들은 현재 겪고 있는 산업화 격차에 정보화 격차까지 가중되어 이중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편 뉴미디어의 발달은 선진국 소프트웨어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특히 후진국의 문화종속 현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하드웨어의 발달이 소프트웨어로 뒷받침되지 않을 때 선진 공업국에 대한 문화 종속은 점점 심각해진다.
5. 컴퓨터 부적응
미국의 경영 전문가 C.브로드는 컴퓨터의 보급과 사무 자동화에 따라 인간 정신이 왜곡되는 기술 스트레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로드는 이를 다시 컴퓨터를 기피하는 불안형과 컴퓨터를 만능으로 생각하는 탐닉형으로 구분했다. 불안형은 컴퓨터 조작에 익숙지 못하거나 논리에 따라가지 못해 심리적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형으로, 컴퓨터 공포증으로까지 발전할 경우 출근 거부, 우울증 등에 빠질 우려도 있는데, 미국에서는 중년층 샐러리맨이 이로 인해 증발, 자살하는 사례도 있었다. 탐닉형은 반대로 컴퓨터에 지나치게 동화돼 이진법적 논리만 고집하고 계산·논리적 사고만을 하는 대뇌적 인간으로, 대인 관계의 섬세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각종 감정을 상실하게 되며 정확한 투입-산출 관계에 따른 예정된 행동만 하는 사람이다. 일부 학자들은 3~6세 때부터 컴퓨터와 교류하게 되는 최근의 유아 세대가 성장하면서 탐닉형 인간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산업 혁명에 버금가는 사회 변동으로 불리는 정보화는 대부분 컴퓨터 문맹 혹은 전맹인 중년 세대에게 당혹감과 위기의식을 안겨주고 있다. 농업 사회에서 출생, GNP의 양적 팽창을 추구하는 공업화 과정에 적응하느라 젊은 시절을 보낸 우리나라의 40~50대는 어느 정도의 부와 안정을 이루고 난 뒤, 또 새로운 시련과 적응 과정을 거쳐야 하게 됐다. 이들은 후세대로의 숙제로만 여 겨졌던 정보화 사회가 의외로 급속히 다가오자 문맹을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의식적으로 컴퓨터를 기피하거나 두려워하는 컴퓨터 공포증을 가진 경우가 많다.
문1> 정보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문2> 정보화 사회와 전통 문화가 서로 계승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