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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반은 여성이요, 그 나머지 반은 남성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하면서부터 성 차이는 존재했다. 지난한 질곡의 인간역사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그 차이가 차별로 이어질 때가 많았다. 그 누구도 생애 첫 시기에 자신의 의지로 성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럼에도 성으로 인해 희열과 풍요를 누리기도 하고, 좌절과 빈곤 속에서 허덕이기도 한다.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인간 창조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 따르면, 인간 여자와 남자가 하느님으로부터 동시에 창조되었고(창세 1,26-27), 두 번째에 의하면, 흙으로 빚은 사람 아담이 먼저 창조되었고, 그의 갈빗대에서 여자 하와가 나왔다(창세 2,21-22). 오늘날에도 남녀 창조의 두 기원 중에서 후자가 그 위력을 발휘하여, 남자(men)는 인간으로 여자(women)는 인간이 아닌 존재로 살아갈 때가 많다.
‘하나이지 않은 성’을 강조한 사회주의 여성주의자인 뤼스 이리가라이(Ruce Irigaray)는, ‘문화의 꽃’이며 ‘인간 사색 결정체’인 언어가 얼마나 철저하게 남성적이고 제국주의적이며 여성을 비인간화하는지 밝히면서 여성적 언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월 7일에 있었던 제27회 한국여성대회는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여성도 빵-생존권을 누리고, 장미-인권을 존중받아야 함을 한국사회에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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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7회 한국여성대회,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 (사진/김용길 기자) |
1908년 미국 맨하탄에서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행진에서 ‘세계 여성의 날’ 첫발이 떼어졌다. 서울 프레스센터에 모인 각계각층의 여성들과 그 지지자인 남성들은 100여년 전 뉴욕의 여성섬유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 보장을 요구하면서 자신들도 인간임을 처절하게 외친 그녀들의 몸부림에 동참하며 함성을 질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인 권미혁, 김경희, 그리고 김금옥 씨는 1948년 맥이 끊겼다가 1985년 복원되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여성대회에 함께 해준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직도 빵과 장미를 쟁취하기 위한 길은 녹록하지 않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면서 가자고 했다. 여성단체연합의 과제는 생애주기 동안 여성들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하는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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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여성대회 준비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김용길 기자) |
이번 대회는 ‘기념식’과 ‘이야기’, 그리고 ‘광장’,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기념식은 전국적으로 다 모여 체육관에 했던 예년에 비해 각 지역에서 소박하게 치루고, 대신에 이야기 작업과 광장의 퍼포먼스를 전개해 더 넓은 공간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기회를 마련했다.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화하는 작업인 ‘허스토리 텔링(herstory telling)’은 온라인과 쇼설 네트워크를 통해, 퍼포먼스는 오프라인 광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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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박경조 성공회 주교 (사진/김용길 기자) | 성공회 박경조 주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여성대회가 한국사회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불편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주교는 "미국에서 있었던 어느 미사에서, 임신한 여성사제가 성찬식을 집전하는 것을 보고 한 남성사제가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일이 생명의 잉태이고, 그 생명을 잉태한 여성사제가 성찬식을 주도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일인가" 역설했다.
사회에서 약자인 여성을 보면서, "그녀들에게 가해지는 불의에 분노와 저항감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있으며, 여성들이 좀 더 강하게 분노와 저항감을 표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주교는 미래에는 화해와 비폭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의 리더십이 필요헌 세상이라고 덧붙였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여성은 가족과 가정의 중심이며, 행복과 고생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며, 엄마로서의 여성은 행복을 만들지만, 사회와 경제적 책임을 떠맡아야 할 때는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창당초기부터 여성주의를 표방했다면서 여성의원 30% 할당에서 더 나아가 여남 동수를 지향하고 남녀공동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는 "아내가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뭘 해주겠냐고 해서 유리망치를 선물해주겠다고 했다"면서, "버스사고 때 탈출하려면 유리망치가 필요하듯, 기업과 공공기관의 여성 차별을 한 방에 날리는 ‘유리망치법’을 제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는 양성평등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진정한 자유와 존엄성을 어떻게 보장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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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여성대회에서는 권해효 씨와 김여진 씨가 공동사회를 맡아서 진행했다. (사진/김용길 기자) |
여성연합 홍보대사 권해효 씨와 공동사회를 맡은 배우 김여진 씨는, 정치계 인사들의 축사 끝에 덧붙여 "남성들은 남녀 성평등의 걸림돌인 주제에 요직을 다 차지하고 있다"고 한 방 크게 날려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올 해의 성평등 디딤돌과 걸림돌 시상식이 이뤄졌다. 불법파견,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6년간의 투쟁으로 비정규직 여성노동운동의 상징이 된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 반도체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고 노동건강권 투쟁을 펼치고 있는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세계여성들의 인권실태를 지속적으로 조명하다 강제종영된 ‘W' 제작진이 성평등 디딤돌 상을 수상하였다. 성희롱과 성적 비하 발언으로 국회의원으로 자질을 잃은 강용석 의원, 한나라당 6.2지방선거 ’선거탐구생활' 동영상, 성매매행위에 면죄부를 받고 국민을 우롱한 ‘스폰서 검사’가 성평등 걸림돌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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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평등 디딤돌 상을 수상한 기륭전자 노조원 등이 단상에 올랐다. (사진/김용길 기자) |
제23회 올 해의 여성운동상은 '너머서'(前 서울YMCA 성차별철폐 회원연대)에게 돌아갔다. 2010년까지 서울YMCA는 여성들에게 총회 회원권, 즉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를 상대로 서울여성회원들은 100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8년 동안의 기나긴 투쟁 끝에 2011년 1월 27일 서울 대법원의 판결로 승소해 여성의 평등권과 참정권을 획득하여 고질적인 종교계 성차별 관행을 바꿨다. 이들은 ‘남자의 갈비뼈에서 여자가 나왔다’는 그리스도교 영성의 뿌리 깊은 성차별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여성과 남성회원, 실무진들이 있었기에 이 투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8일에는, 전국 동시다발 플래시몹 ‘HAPPY WOMEN'S DAY'과 캠페인이 전개된다. 서울지역에서는 오후12시 명동 예술극장 앞, 오후3시 강남역 7번 출구앞, 오후5시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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