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꿈-3
“아니, 우즈베키스탄에는 왠일로?”
하고 비서관 한영기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헛기침을 했다. 오전 11시, 요즘은 조금 한가해졌지만 대통령 특별보좌관인 것이다. 외국 여행을 마음대로 갈 수는 없다. 한영기의 시선을 피해 조철봉이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청와대의 넓은 정원이 보인다.
“저기, 그곳 고려인들의 생활상을 볼 겸 머리도 식힐 겸 해서.”
조철봉의 말에 한영기가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아아, 예. 거기 고려인이 많지요.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한영기는 조철봉과 인연이 길 뿐만 아니라 호의적이다. 호의적이면 다 좋게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한영기가 팔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하면서 말한다.
“제가 실장님께 보고드리지요. 대통령께서도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아니, 그렇게까지.”
질색을 한 조철봉이 손까지 저었다.
“그게 큰 일도 아니고 잠깐 다녀오는 일인데 그럴 필요가….”
“아닙니다. 특별보좌관이 가시는데.”
하고 한영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책상 위의 인터폰을 집어들었으므로 조철봉은 길게 숨을 뱉는다. 우즈베키스탄을 여행 목적지로 삼은 이유는 간단하다. 얼마 전에 룸살롱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미녀를 만났기 때문이다. 최갑중도 함께 였는데 그야말로 눈이 튀어나오도록 아름다운 여자였던 것이다. 물론 눈이 튀어나온다는 무지막지한 표현은 최갑중이 했다. 더구나 그 미녀는 조선말을 아주 잘했다. 러시아와 고려인의 혼혈이었던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는 고려인이 20만명 가깝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박유라라는 그 미녀한테서 들었다. 미인도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영기가 이렇게 실장, 대통령한테까지 수선을 떠는 바람에 느긋하게 혼혈 미녀와의 시간을 만들려는 계획이 수포가 될 것같다. 이윽고 실장과 통화를 끝낸 한영기가 웃음띤 얼굴로 말한다.
“타슈켄트에 가시면 현지 대사관에서 필요하신 자료나 편의를 제공해 드릴 것입니다.”
그러고는 정색하고 덧붙인다.
“대통령님께도 보고드리겠습니다.”
속으로 이런 젠장 소리가 터졌지만 조철봉은 시치미를 뗀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연락 주십시오.”
사무실 밖까지 따라나온 한영기는 여전히 정색하고 말한다.
“개성구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보좌관님께서도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거야 당연하지요.”
조철봉에게는 한가하게 놀러다닐 여유가 없다는 말로 들렸으므로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청와대를 나와 회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조철봉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버튼을 누르자 곧 최갑중이 응답했다.
“예, 사장님.”
“내일 출발이다. 그런데.”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대사관에서 나온댄다. 그러니깐 대놓고 나서지는 말자고, 알았어?”
“압니다.”
수화구에서도 최갑중이 입맛 다시는 소리가 났다. 최갑중은 이미 준비를 끝낸 상태인 것이다. 룸살롱에 근무하는 우즈베키스탄 미녀들을 통해 현지 상황을 파악한 후에 친구들 연락처까지 받았다. 또 후배의 동생을 통해 물좋은 장소를 알아놓았고 안내 약속도 받았다니 그만하면 완벽하게 준비해 놓은 셈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ㅈㄷ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