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맘은 아산에 있고, 담이는 고구마 캐러 여주에, 저는 서울 마포의 사무실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캠핑 갈 형편이 아니었다는 얘기죠.
하지만 캠핑 횟수가 쌓이면서 이러저러한 조건 같은 건 이제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나봅니다.
비가 오건 말건, 폭풍이 불건 말건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합니다.
유치원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 담이는 바로 픽업,
담맘은 한스님이 몇 십 킬로미터를 달려가서 픽업,
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가족 상봉이 이루어졌습니다.
다음날 무지하게 많이 먹게 될 고기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첫날 밤은 한스님 고향에서 공수해온 골뱅이, 원조초심님이 사오신 싱싱한 전어 등으로 먹어줍니다.
수안보로 가게 된다기에 알아보니 가까운 괴산에서 장이 선다는군요...
일찍 일어나 이곳 명물 올갱이 해장국을 한그릇 뚝딱 해치웠습니다.
다대기를 조금 풀어서 먹으니 맛이 그만이더군요...
사실 장구경 하는 거 워낙 좋아하는지라 기대를 품고 나선 길이었지만
이제 시골 장터의 맛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괴산의 또 하나의 명물인 고추 파는 장터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한바퀴 휘 둘러보고
오뎅 한꼬치 아이들 사주고 다시 바비큐 냄새가 풍기고 있을 숙소로 향합니다.
솔트밀님 강의가 한창이네요...
워낙 경험이 많으셔서 슬쩍슬쩍 흘리시는 말에도 배워야 할 게 많았습니다.
이번에 가져오신 티피 텐트는 산속에 쳐놓으면 딱이겠다 싶을 정도로 멋졌습니다.
텐트 쳐놓고 화로에 불피우고 자면 어떤 맛일까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겨울을 함께 해줄 텐트 두 동을 나란히 쳤습니다.
겨울에는 가급적 간단한 모드로 다녀야 피곤하지 않다는 걸 지난 겨울 지나면서 절감했습니다.
이거저거 짐을 내리다보니 가을까지 싣고 다니던 짐이 거의 절반으로 줄더군요...
드디어 여기저기 불을 지펴지고, 고기 손질이 한창입니다.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양고기 두 마리가 부위별로 나눠지더군요.
즉석 노래자랑까지 해서 얻어온 앞다리, 뒷다리를 페퍼밀님이 손질합니다.
바비큐 고수 이런 거 다 떠나서 고기 손질하는 모습이 퍽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놀고만 있을 수 없으니 고기라도 굽고 수프라도 끓여야겠지요.
페퍼밀님이 마트에서 요플레를 사길래 애들 간식거리 정도로만 생각했더랬습니다.
요플레와 된장의 조화! 닭고기와 만난 특별한 맛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럽은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을듯 합니다.
정작 중요한 건 제 입맛을 제 자신이 모르겠다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담배를 끊어야 할까 봅니다.
그릴 몇 개를 한꺼번에 관리하시는라 시계보랴, 온도 체크하랴 바쁘십니다.
중간에 자리를 바꿔주는 것도 잊지 않으시네요.
아이들은 신났지만 2박3일 내내 저 기차라는 요물 때문에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하다못해 세 번씩이나 뒤집어 놓았는데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아이들은 넘어지고....
담맘이 "사고야 나야 그만두지..."라고 말하더니
결국 다른 놀이기구에서 아이 발이 패이고 찢어지는 사고가 나고야 말았습니다.
신경은 다치지 않았다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자고로 아이들 등장하는 이벤트는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 미꾸라지 잡기 행사도 마찬가지였지요...
언젠가 담이랑 어느 행사에서 메기 수십 마리 잡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군요.
애보다 제가 신나서 8마리 잡고 희희낙낙... 이럴 땐 딱 애라니까요...
전기톱 날 새로 갈아끼우니 잘 드네요...
초심님과 번갈아 가며 도끼질을 하고 피우는 담배맛이 그만입니다....
다시 도전해볼 바비큐...
목살, 삼겹살 실패가 거듭되자 담맘이 거듭 만류를 하지만
싸나이 몇 번은 더 도전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누구 작품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들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셨습니다.
어찌나 고마운 일인지요...
아이들 자랑이 대단했습니다.
약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댄쿡 1300...
고기 굽기가 거듭되자 바닥에 기름 고이고 그게 타자 연기는 펄펄 오르고...^^
하지만 꿋꿋하게 버티기로 했습니다.
쏠트밀님 말씀처럼 바닥에 물도 붓고 해서 잘 써볼랍니다.
바닥에 나무 몇 덩이 넣고 살살 때는 쏠트밀님 화로에 불 좀 올렸습니다.
한때는 소각용 화로가 되었다는...^^
자고로 잡일부터 배워야 요리의 고수가 되겠지요... 다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투박한 저 손에 포크 하나씩 들고 껍질을 싹싹 벗겨내는 바깥지기들....
웬지 안쓰럽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한 장면입니다.
또 하나의 요리, 러시안 수프...
우리에게는 배울 거 많은 선생님 같은 페퍼밀님에게 순서대로 넣지 않았다고 구박을 하는 쏠트밀님...
그 모습 또한 왜그런지 보기 좋더군요...^^
토요일, 비엔비님의 등장....꽈광!
9조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 순간입니다.
각종 바비큐 툴과 재료들이 늘어서는 순간 이름모를 긴장감이 흐르더군요....
어느새 옆자리로 밀려났구나, 너 1300이여...
내가 우리끼리 갈 때 잘 사용해줄게....
호, 러시안 수프가 완성되어 갑니다.
살짝 싱거웠지만 별미는 별미, 언제 또 먹어보겠습니까.. 한그릇 뚝딱...
오랫만에 보는 캠프 파이어가 장관입니다.
그런데 자꾸만 "저 정도 양이면 한겨울 따땃하게 지낼 텐데..." 하며 아쉬워집니다...ㅎㅎ
이제 나이 먹는 걸 노래 따라 부르면서도 실감합니다.
7080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때 그 시절'이 자꾸 생각나니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고기에 치이다보니 공연 끝나고 돌아와 소주 한 잔을 하는데
원조초심님 댁에서 공수해온 꼬들빼기, 묵은지가 손에 갑니다.
짧지만 깊이 자고 일어나 메쉬 밖을 보니 아침나절 잔뜩 낀 안개가 몽환적입니다.
이걸 어쩝니까.
우리 조를 위해 왕자어미님 묵은지+고등어로 요리를 해주신다더니
고등어인줄 알고 가져온 것이 고기였다지 뭡니까....
결과는 아시죠? 김치만 죄다 집어먹었습니다....^^
아침부터 비엔비님은 안지기님들을 위해 스파게티를 해주시네요...
사진 끝의 접시를 받치고 대기하고 있는 원조초심님... 왕년에 조수 많이 해본 솜씨더군요...
"자, 닦아오세요..." "넵" 후다닥, "또 접시 준비할까요?"
미꾸라지 잡아서 받은 크레파스로 그림 수영이와 그림 그리기...
수영이 그림 솜씨는 물론이고 모델 다루는 솜씨가 장난 아니더군요...
"아저씨, 움직이면 안돼요, 다 그릴 때까지."
물론 다 그릴 때까지 꼼짝 안하고 있었습니다. 최초로 모델이 되는 순간....
카약킹 맛을 보신 약우님은 달마시안님과 두런두런 얘기가 정겹습니다.
물론 종이 소각도 게을리하지 않으시면서요...
애들 등살에 약우님 둘째 기상이가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기상아, 미안하다...
담이 때문에 고생 많았다.
요리대회 시간,
아빠들의 어설픈 손놀림 때문에 부녀의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참가신청 안된 줄 알고 있다가 급하게 나간 공주아비님 부녀...
"우리 요리가 좀 거시기하지 않냐?"
"음...음..."
조장님 부부는 끝내 먼 길 떠나는 조원들을 위해 남은 닭고기를 꺼내 굽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기상이가 들고 있던 카메라가 담이 손에 가 있네요...
"김치..." 이번에는 수영이가 모델이 되었습니다.
"나 예쁘지...?"
하연이도 요염한 포즈로 담이를 위해 한 컷...
귀가용 닭고기 바비큐가 완성되었습니다.
"근데 온도계 꽂지 않고 다 익은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자, 요기를 살짝 칼로...."
앞다릿살 안쪽을 절개하여 보니 아주 잘 익었습니다. 팁 하나 또 배웠네요...
그 많던 사람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갔습니다.
조르는 담이를 위해 종이컵 전화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텅 빈 캠핑장에 앉아 배급된 닭을 꺼내 먹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날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아빠를 위한 매직쇼...
"잘 봐, 여기 병뚜껑 없어지니까...."
짜잔~
없어졌던 뚜껑이 다시 나타납니다.
제가 가르쳐준 허무한 매직쇼... 이제 종목을 좀 바꿔볼까 싶습니다....^^
차 타고 잠깐 언덕길를 내려가니 수안보 온천입니다.
아무 곳에다 차 세워놓고 탕에 몸을 담그니 노곤노곤해집니다.
집에 갈 일이 벌써 걱정입니다.
덧붙이는 말
이번 정모 중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버려지는 고기, 바닥에 굴러다니는 과자봉지(과자가 잔뜩 들어있는) 때문이었습니다.
음식이 그렇게 취급당해서는 안될 겁니다.
싸가지고 가는 한이 있더라도 성의있게 구운 음식이 그렇게 취급받아선 안되겠죠...^^
첫댓글 저도 그랬네요...집 열심히 지키고 있는 개라도 싸다 줘야하는데..왜 그런 생각도 못했는지..동네에서만 먹어도 한점이라도 일부러 남겨오는데....뭐든지 너무 많아 이성을 잃었던게 틀림없습니다...반성합니다.
과유불급을 늘 잊지 않고 산다고 생각하는데도 실제로 그러질 못하네요...
회원님 모두가 열심히 굽고 만들고 하셔서 비엔비 할일이 없어 졌습니다..^^감사 합니다...잘~ 아 ~알 놀다 왔습니다..^^
요리하실 때 화려한 신공을 많이 보여주셔서 잠시 넋을 잃고 쳐다보았습니다... ^^ 다음에는 더 많은 요리를 구경할 기회가 있었음 합니다...
예.. 저도 참 아깝더라구요... 약간은 모자란 듯해야... 소중함을 아는 것 같습니다..^^ 저도 반성~ 글 잙읽었습니다... 마지막 까지 계셨네요.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저도 다음에는 진짜 요리대회 함 나가보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담이랑 연습할 시간이 될라나....ㅎㅎ
사조마을에 제일 먼저 도착하신분은...토토님, 제일 마지막에 철수하신분은...담이네님...두분의 공통점은...9조!!! 도끼에 전기톱까지 준비해 주신 덕분에 모두 따듯한 밤을 보냇습니다^^ 말씀처럼 음식이 버려지는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더군요... 다음엔 무슨 대책을 마련해야 겠습니다.
전기톱, 도끼야 뭐 언제나 들고 다니는 장비인데요 뭐... 여하튼 이번에 쏠트밀님이 조장으로 계셔서 마음 놓고 기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훌륭한 후기입니다..담이네님의 여유로움..조금 창피한 마음을 지울수없네요..^^
남도분들이 갖고 계신 부부의 넉넉한 마음에 저희가 복을 받고 왔습니다...^^
후기를 보니까 또 행복 하네요 다음에 또 만나요 투투엄마가
일찍 자리잡아 놓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2시간이나 헤매시면서..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잘 지내다올 수 있었습니다. ^^
후기를 읽다보니까 페퍼밀님의 요플레/된장 럽 신공이 궁금해집니다. 전수받으신 요플레/된장 신공을 쬐금만 알려주세용...^^
아직 해보지 않은 걸 말씀드리긴 좀 그렇겠죠... 한번 도전해보고 말씀드리죠...^^
9조한테만 특별히 가르쳐드린 비법인데요............ㅋ
저는 13조였는뎅.. 페퍼밀님 요플레/된장 신공하시는거 알았으면 잠시 가서 보고오는건뎅..^^
고기보다 글을 맛나개 읽엇 습니다...^^
아무렴 맛나는 고기보다야 더하겠습니까... 암튼 고맙습니다.
글로 사진으로 그날의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항상 하는 말이지만 끝까지 있지못해 아쉽고 아쉬운 한스입니다^^..시간계획을 잘 잡아 마지막까지 남아보는것이 소원^^...잘보았습니다.
다음 번에는 꼭 마지막까지 남으시길....^^
11월1째주 고운이랑같이 갈려하는데...초대해주세요^^.물론 마지막까정ㅋㅋㅋ
어라? 저 감 잡았습니다...11월 1주에 몰래 뭉치실 계획인가요???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항상 느끼는 아쉬움입니다. 남는 음식과 쓰레기,특히 일회용은 .. 다음정모때는 많이 연구해봐야 겠습니다.. 게시판에 이런내용으로 글도 좀올려주시면 많은 분들이 보시고 느끼실 것 같네요..시작과 ?마침까지 9조회원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배짱이님이 아셨으니까 다음 번 정모 때 미리 말씀해주시면 좋겠네요... 초보인 제가 게시판에 올리기도 뭣하고... 다음에도 멋진 추억의 노래 듣고 싶습니다...^^
담이네님댁과 함께하는 캠핑은 참 즐겁습니다....그래서 만득이 된 심정으로 자꾸만 따라붙게 되는것 같습니다..ㅎㅎㅎ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실 없을 때가 많은 거 압니다. 그래도 귀엽게 봐주삼....^^
근무와 동네일때문에 참석을 못하였지만 ~~ 후기보며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멋진후기와 마지막 메세지~~ 명심하고 갑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