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팔백예순 번째
맛없으면 100% 환불
어떤 이가 그랬습니다. 몇 해 전에 출판된 책을 두고 꼭 읽어야 할 사람들은 읽지 않고, 아니 애써 외면하는데 책이 강조하는 대로 사는 사람들만 읽고 있더랍니다. 금융공학 박사인 나심 탈레브 Nassim Nicholas Taleb의 <스킨 인더 게임 Skin in the Game>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책 제목이 ‘게임에 피부를 담근다’라는 뜻이라니 판단과 책임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말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철면피들이 아무렇지 않게 판치는 세상에서 그의 책은 오히려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한 해 전에 낸 저서 <블랙 스완>에서 금융위기를 예측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인물입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편안한 사무실에 앉아서 판단을 내리는 (미국의) 간섭주의자들의 착오로 세계 곳곳에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라며 정치가, 경제학자, 언론인, 관료 등 다수의 엘리트가 실제로는 자신의 말과 결정에 아무런 위험도 부담하지 않으면서 권력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정책 결정자는 그 정책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판단이 잘못되어 피해를 입을 상황이 오면 가장 먼저 발을 빼고 핑곗거리를 찾지요. 핑계 대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덮어씌우기까지 합니다. ‘법꾸라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그래서 그는 건축가는 다리가 무너지면 그 아래 묻힌다며 “집이 무너져 주인이 죽으면 그 집을 지은 건축가를 사형에 처한다”라는 고대 함무라비 법전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즘 TV에서 “맛없으면(효과 없으면) 100% 환불”이라는 광고가 눈에 밟힙니다. 농산물조차도 실명제로 유통되는 시장이 차라리 정직한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