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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국이 옆에 있지만 편의점에서 건위·소화제 품목을 사는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
"퇴근 시간에
박카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밴드류는 항상 잘 나갔죠."
"인근에 대학병원이 있어서 박카스는 박스로 많이 찾아요. 다른 물건을 구매하면서 같이 사기 때문에 옆에 약국이 있어도 많이 팔리는 편이죠."
내일(21일)이면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 48개 품목이
의약외품으로 전환, 약국외 판매가 시작된지 1년째다.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을 두고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면서 일부 약사들은 고등법원 소송까지 진행하면서 반발하고 있지만, 편의점, 슈퍼, 대형마트 등은 의약외품 판매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동아제약과 삼성제약은 박카스와 까스명수의 누적판매액이 약국외 판매가 본격화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각각 108억원, 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약국외 판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A편의점은 의약외품 코너를 따로 마련하고 까스명수, 박카스 등 건위·소화제 품목부터 마데카솔연고, 안티푸라민 등 지난해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품목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A편의점 관계자는 "밴드를 가장 많이 찾고 있는데, 원래 부터 판매하던 의약외품 이었다"며 "이외 소화제, 피로회복제 등을 많이 사가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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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텅텅 비었던 의약외품 보관함(왼쪽 상단)이 1년 후 꽉 채워진 모습이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소화제가 베스트 상품 코너에 자리 잡고 있다. |
지난해 의약외품 전환 이후 본사 차원에서 의약외품 보관함을 마련했지만 2~3달 동안 비치하지 않았던 편의점도 1년이 지난 현재, 의약외품을 가득 채워 판매하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 B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인근에 약국이 없다보니 저녁에 소화제를 사러 오는 손님이 종종 있다"며 "판매가 많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편의점은 24시간 열려있기 때문에 급히 필요할 때 찾는 분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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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편의점에서는 슈퍼쿨파스 '2+1'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의약외품을 두고 '2+1' 행사를 하는 편의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 광진구 C편의점은 슈퍼쿨파스(티디에스팜)를 6월 29일부터 한 달간 '2+1' 행사를 한다는 안내판을 부착해놨다.
슈퍼쿨파스는 지난해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대일시프핫(대일화학공업), 대일시프쿨(대일화학공업) 등 첩부제 2품목이 당시 생산중단 상황에서, 이와 같은 표준제조기준을 갖춰 새롭게 허가를 받은 품목이다.
대형 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의 경우 일정한 규격을 갖춘 가판대를 마련하면서 의약외품을 판매하는 한편, 동네 슈퍼마켓 또한 기존 드링크 판매 냉장고에 건위·소화제 품목을 두고 판매하는 등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가정상비약 표시등 불법행위 여전=하지만 이들 가운데 의약외품 대신 '가정상비약'이라는 표기를 하면서 일반약 판매로 오인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오는 11월 15일부터 24시간 편의점을 대상으로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13개 품목의 일반약 판매가 가능해지지만, 아직까지 가정상비약 등 일반약 판매는 불법이다.
의약외품 약국외 판매가 정착되는 상황에서 오는 11월 부터 가정상비약 13개 품목에 대한 편의점 판매가 확정됐다.
하지만 일부 편의점 등에서 13개 품목 이외 일반약까지 불법으로 취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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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의약외품을 가정상비약과 혼동해 안내하는 슈퍼가 있는(위) 한편, 지난해 인천 남동구약사회는 슈퍼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약을 공개한 적 있다. |
특히 박카스 등 의약외품 48개 품목 약국외 판매 이후 인천시 남동구약사회가 지역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일반약 불법판매 실태를 점검한 결과, 버젓이 펜잘·게보린 등의 소염진통제가 판매되고 있었다.
당시 구약사회는 "정체 불명의 진통제를 판매하는가 하면, 낱알 판매까지 이뤄졌다"며 "일반약 슈퍼판매는 슈퍼주인이 약사 행세를 하게끔 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 약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식품의약안전청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의약외품 전환 1년을 맞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1심 패소에 불복한 전국약사연합 조선남 대표와 서울 5개 분회는 각각 복지부와 식약청을 상대로 항소를 제기, 첫 변론기일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