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靜中動>과 동중정< 動中靜>
물은 흐르면서도 고요하고 고요해 보이면서도 끊임없이 흐른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라 하여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하였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부드럽게 흐르지만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가고, 끝내 바다에 이른다. 이 유연함과 겸손,그리고 부드러움 속의 강함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원리다. 흐르는 강물의 표면은 잔잔해 보인다. 그러나 그 아래에서는 방향을 잃지 않은 속도 있는 흐름이 이어진다.
속도의 시대에 살아도 겉은 느리게 느껴지는 사람이나 삶이 있다.그러나 그 안쪽에서는 방향을 점검하고 계획을 세우며, 다음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다. 정중동은 바로 이런 상태다. 겉의 평온함 속에 숨은생존의 에너지다. 반대로 거센 물살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삶 속에서도 내면의 고요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혼란과 변동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는 급류 속에서도 일정한 방향을 유지하며 흐르는 강줄기와 같다. 동중정은 외부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게 하는 내면의 닻이다.
동양의 정서와 철학도 보이지 않는 내면의 조화와 균형을 삶의 이상으로 삼았다. 그림 속 여백이 시선을 이끌고, 음악 속 쉼이 흐름을 살아 있는 힘으로 완성하듯, 정중동과 동중정은 삶 속 여백을 살아 있는 힘으로 바꾼다. 흐르는 물이 그러하듯 고요와 움직임은 서로를 완성한다.정중동은 다음을 준비하게 하고 동중정은 현재를 지키게 한다. 속도가 곧 생존의 척도로 여겨지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이 두 힘을 동시에 길러야 한다. 물처럼 유연하면서 방향을 잃지 않고 부드러움 속에 강함을 품을 때, 흐름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그리고 그 길 위에서 심연 같은 평온과 움직임은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