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前) 정권에서 가장 비판을 받는 것이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만성적 망국병이라는 부동산 투기를 바로 잡겠다고 정권을 잡자마다 의욕적으로 나섰던 것이 바로 부동산 규제이다.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강도높은 규제 정책이다. 이른바 좌파정권이 잡으면 부동산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규제 때문이었다. 규제가 이뤄지면 물량이 줄어들고 그러면 가격이 오르게 되어 있다. 이미 노무현 정권때 학습한 바가 있었던 투기세력들이 한꺼번에 덤벼들면서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태세였다. 부동산 당국은 화들짝 놀라면서 이런 저런 정책을 마구 내놓았다. 새는 물을 막기위해 여기 저기 놓여 있는 돌들을 마구 가져다 메웠다. 하지만 한번 뚫린 구멍은 쉽게 잡지 못하는 법이다. 백약이 무효가 되었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인해 마구 푼 돈들이 부동산으로 몰려 들었다. 안 그래도 구멍난 둑은 밀물처럼 몰리는 유동성으로 아예 터져 버렸다. 전국이 투기 열풍이 되었다. 그리고 민심은 돌아섰다. 정부만 믿던 시민들은 졸지에 거지꼴이 됐다며 성토하고 그런 분위기로 인해 정권이 바뀌어버렸다. 부동산 정책의 임기응변식 땜질 정책이 결국은 정권을 바뀌게 한 일등 공신역할을 한 셈이다.
새 정권이 들어섰다. 다행히 코로나 19도 잡혀갔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상황이 호전됐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로 인해 엄청나게 풀린 돈들로 부동산과 주식에 대단한 거품이 끼었다. 그런 거품은 물가로 옮겨갔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산 제품이 상대적으로 적게 미국으로 흘러들어가자 물가가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당연히 자국이익때문이다. 에너지와 식량난이 터졌다. 물가는 더욱 오르기 시작한다. 에너지 관련 가격과 식품류의 가격이 덩달아 급등한다. 미국이 나섰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나라가 망가진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곧 있을 미국 중간선거때문이기도 했다. 민심이 사나워지자 미국 연준은 급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금리의 자이언트 인상이다. 저금리 기조에 너도 나도 은행빚을 이용하는 심리가 물가급등을 더욱 유발했다고 판단해 더 오를 가능성을 미연에 꺾자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속에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뀌었다. 새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미국에서 금리를 급상승시키니 한국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 자칫 한국에 들어온 외국자본이 모두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유출될 두려움 때문이었다. 러시아 우크라 전쟁의 여파로 한국 물가도 급등한다. 금리가 오르자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더욱 확대된다.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사들인 이른바 영끌족들은 아우성치기 시작한다.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자 집을 사려는 세력이 급감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집값이 하락한다. 금리가 오르는 만큼 집값도 반대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다. 아파트 거래가 자연히 줄어든다. 아파트를 팔아 새 아파트로 이사하려던 사람들은 망연자실한다. 전세값도 급하락한다. 깡통 전세가 속출한다.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급속히 증가한다. 중소형 건설회사들이 부도 위기에 몰린다. 대형 건설사들의 어려움도 가중된다. 계약이 끝나고 입주만 남은 상태에서 집이 팔리지 않으니 잔금을 낼 수 없어 신축 아파트의 불이 켜지지 않는다.
새 정부도 화들짝 놀란다. 긴급대책회의를 연다. 전 정권의 부동산 실패를 이용해 권력을 잡았는데 또 다시 부동산 위기라니. 긴장감이 높아진다. 각 부처에서 긴급하게 대책을 강구한다. 예전 정부에서 설합속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정책들도 모두 책상위에 오른다. 전 정권의 무능함이라고 비웃었던 행위들도 다시 거론된다. 전 정권에서 행했던 규제들을 풀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있는 규제 없는 규제 모두 푼다. 예전 박 정권때로 다시 돌아간 모습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기대만큼 움직여지지 않는다. 초조해진다. 자신들이 야당이었을 시절 비판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책임을 지고 풀어나가야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네탓도 해보지만 생각만큼 효과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시민들이 정부를 믿고 순순히 따라와 주면 좋으련만 아파트 가격 더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층과 밑지고는 팔 수 없다는 층이 서로 대립하면서 가격은 더 떨어지는 추세이다. 예전 박 정권때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사라고 한 모 경제 부총리의 발상을 따라 해보고 싶지만 은행 대출을 막아놓았으니 그럴 수도 없다. 이제 은행 대출도 마구 풀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러다가는 정말 어떤 상황을 맞을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어서 쉽사리 그런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진보 언론에서 나오는 전 정권 부동산 정책에 대해 그렇게 비판하더니 하는 정책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판적인 보도를 보니 화가 치민다.
그래도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동원해라. 국민들은 조금 지나면 다 잊는다. 우린 그런 민족을 지닌 훌륭한 나라이다. 지금 먹는 욕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시간은 또 그렇게 지나가리라. 하면서 온갖 정책을 다 내놓는다. 전 정권이 남발한 것과 너무도 유사하다.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이러다가는 다시 백약이 무효인 시점이 곧 온다는 지적에도 지금 이 불을 꺼야한다는 의견이 더욱 강하다. 다른 둑에 있는 돌들도 다 가져와서 이 부동산 둑을 막아야 한다. 건설사가 무너지면 은행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그다음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돌이란 돌은 모두 모야 둑물을 막고 있다. 하지만 한번 터진 둑의 물이 그렇게 한다고 막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둑도 덩달아 위험해진다. 부동산 둑만 생각하다가 나라 전체의 둑이 위험해질 수가 있다. 부동산 정책이 그렇게 단순하지도 널널하지도 않다. 임기응변식 땜질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임기응변식 정책이 성공해본 경험을 아직 체험해 보지 못한 것 같다. 임기응변식은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그렇게 하겠냐는 딱한 생각도 들지만 그런 것 해결 못하면 어떤 상황이 생길지는 정책입안자들이 너무도 잘 알 것이라고 판단되기에 생략하기로 한다.
2023년 1월 3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