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라일보
풍경에 놀다 / 송지은
하나의 풍경을 읽었다 찬 냉기의 한쪽 모퉁이부터 뜯어내는 봄비의 가느다란 손놀림에 어디서부터가 시작인지 모르는 비 맞은 고양이 울음에
가슴 안에서 빗방울처럼 또박또박 싹이 돋아나는 걸 무심히 들여다보다가 또 다른 카드로 얼굴을 바꾸는 계절의 어디쯤에서
하나의 풍경에 빠졌다 내 몸까지 다 내어주고 버려진 사마귀의 심장을 법당을 급하게 빠져나오다 문살에 찍힌 구름의 숨소리를
발뒤꿈치 갈라진 틈으로 새어나오는 겨울의 쓸쓸한 문장으로 읽다가 바람이 긴 바퀴를 돌리며 어둠을 몰아가는 산 어디쯤에서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고요는 소란을 낳느라 고요를 주저앉히고 버릴 수 없는 것들은 끝내 다른 풍경으로 일어서는데
죽은 쥐에서 구더기가 기어 나오는 것을 엿보다가 문득 나도 그 삶의 연속무늬 쪽으로 줄을 섰다
교회의 철탑이 모텔 건물에 지그시 그림자를 얹듯이 달이 제 몸을 지우며 죽음이 낳는 새로운 시간을 보여주듯이 풍경이 내 배경이었으므로 나도 풍경의 배경으로 지기로 했다 너에게
카페 게시글
좋은 시 소개
풍경에 놀다 / 송지은
시냇물
추천 0
조회 26
23.05.12 21:12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