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상스럽지 않았던 비상경제회의
조선일보
입력 2022.10.28 03:24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2/10/28/S33BTB6NDJGWTA6EPGADXIH2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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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0.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한국전력이 채권을 대량 발행하는 바람에 채권시장 경색이 심화되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한전채도 담보로 받아주기로 결정했다. 정부도 한전에 은행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해 한전채 발행을 줄이고 국민연금을 통한 채권 매입도 늘리기로 했다. 한전이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채권 시장을 왜곡시켜온 현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닌데 이제 서야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전기 요금 인상을 막는 바람에 한전은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적자액이 6조원에 육박하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14조원 적자를 냈다. 한전은 사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을 고금리로 찍어 적자를 메우고 있다. 올 들어 한전채 발행량이 23조원으로, 작년의 2배를 훨씬 넘는다. 그 결과 다른 기업들은 채권 발행이 불가능할 지경에 빠졌다. 그런데도 산업부와 여당은 도리어 한전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기로 해 시중 자금 경색을 부추겼다. 진단도 대응도 굼뜨기만 했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이례적으로 생중계됐다. ‘비상’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와 수출, 해외 건설 확대 방안 등이 주 내용이어서 자금 경색에 숨이 넘어갈 지경인 금융시장의 절박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앞서 지난 10번의 회의 동안 어떤 ‘비상 대책’이 논의돼 실행됐는지, 지난 5개월여간 윤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게 경제 위기에 대응해 왔는지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윤 대통령은 “쇼 연출하는 거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이 위중한 시기에는 국민 눈에 정부가 보여야 한다.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아야 민간이 대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