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어느 늦은 저녁」 감상 / 문태준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 강 (1970~)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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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2013년에 펴낸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 실려 있는 시이다. 첫 시집 첫머리에 있는 시이다. 이 시에는 삶 속에 깃든 파리한 빛을 발견해내는 찬찬하고 세밀한 감각이 돋보인다. 시 ‘파란 돌’에서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을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이라고 써서 흐르는 냇물 아래에, 일렁거리는 물결 아래에 놓여 있는, 은신한 고요를 마치 손으로 쥐어 들며 찾아내듯이. 시인은 저녁 늦게 수저를 들고 밥을 먹으려다 하얀 그릇에 담긴 흰 밥을 가만히 바라본다. 거기에는 더운 김이 모락모락 위로 오르고 있다. 김은 퍼지고, 곧 식고, 사라졌을 테다. 그것을 보면서 시인은 삶의 시간이, 일상이 이처럼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다시 밥을 먹으며 지금 받고 있는 생명의 시간을 바로 그때그때에 살겠다는 의지를 낸다. 매 시간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한 번 지나간, 일별(一別)한 순간은 영영 돌아오지 않기에. 문태준 (시인) |
첫댓글 시인은 저녁 늦게 수저를 들고 밥을 먹으려다 하얀 그릇에 담긴 흰 밥을 가만히 바라본다. 거기에는 더운 김이 모락모락 위로 오르고 있다. 김은 퍼지고, 곧 식고, 사라졌을 테다. 그것을 보면서 시인은 삶의 시간이, 일상이 이처럼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다시 밥을 먹으며 지금 받고 있는 생명의 시간을 바로 그때그때에 살겠다는 의지를 낸다. 매 시간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한 번 지나간, 일별(一別)한 순간은 영영 돌아오지 않기에.
문태준 (시인)
칠 만 하고도 오천 번이나 더 지나갔습니다. 그중엔 찬 밥도 꽤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