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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복도는 더욱 음침하고 어두워졌다. 벌써 늦은 오후인 것이다.
단봉공주는 머리를 숙이고 있어 까만 머리가 샘물처럼 그녀의 어깨를 덮
고 있었다.
"조금 전의 일은 어떻게 감사드려야 좋을 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전의
일이라는 것은 그 술을 말하는 것입니까?" 단봉공주의 얼굴은 붉어졌고 고
개를 떨구고 말했다.
"당신도 보셨겠지만, 아버님은 지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입니다. 게다가 공
격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분이라 나는 사실은 그가 알지 못하길 바랐던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단봉공주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이곳에는 아버님이 생활하시는 응접실과 침실을 제외하고, 다른 방들은
모두가 비어 있습니다. 그 오랜 세월 묻어 두었던 술조차도 계속해서 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녀의 고개는 더 떨구어졌다.
"우리 집에는 돈을 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이 집을 유지하는 것은 매
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들은 당신을 찾는 것 같은 다른 일들을
해야 했었습니다. 심지어는 어머님께서 제게 남겨주신 진주조차도 모두 저
당잡히고 말았습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원래 당신네 사정을 잘 몰랐었는데, 그 술이 내게 많은 일을 알려
주는군요." 단봉공주가 머리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우리들의 사정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대답을 하신 것인가요?" 육
소봉이 말했다.
"그가 이미 나를 친구로 대해 주었는데, 다른 일로 나를 협박하지는 않겠
지요!" 단봉공주는 아름다운 눈동자에 감격 어린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
라보았다.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떨구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전부 잘못 보았나 봐요. 나는 당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절대로
마음을 쓰지 않을 사람으로 보였었지요!" 화만루는 줄곧 미소를 지으며 듣
기만 하고 말은 별로 하지 않았다.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사람은 보기에는 추악하고 억세지만, 실제
로 마음은 한없이 부드럽다고." 단봉공주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을 했다.
"당신도 틀렸어요!"
"네?"
"그는 언뜻 보기에 억세기는 하지만, 하나도 추하지는 않았다." 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그녀의 얼굴은 붉어졌고,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방안이 아주 누추할텐데. 두 분께서 신경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육소
봉은 가볍게 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아마 우리들이 여기서 저녁을 먹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잘못되었던 것 같
습니다." "우리들에게는 당신이 우리를 위해 남겨주신 네 덩이의 금이 있다
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그때 당신들은 이미 곽노인이 당신들이 찾는 사
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당신이 말하고 나서야, 우리들도 알았습
니다."
육소봉의 표정이 아주 엄숙하게 변하면서 말했다.
"당신들은 독고일학이 청의루의 두목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이것
은 강호의 가장 큰 비밀일텐데요!" 단봉공주는 주저하며 대답했다.
"유여한이 원래는 그의 가장 유능한 신임 받는 사람이었어요. 옛날의 그
풍채 당당한 옥면낭군이 오늘날 이렇게 변한 것이 그 때문입니다." 육소봉
은 많은 일들이 이해가 된다는 듯이 눈을 반짝거렸다.
단봉공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이 많으면 옛부터 한이 많다더니, 그는 상처가 아주 깊은 사람이지요!"
방은 컸는데도 침상 하나와 작은 탁자 등 몇 개의 오래된 의자를 제외하
고는 거의 다른 장식품이 없었다.
화만루는 의자에 앉았다. 그는 보이지는 않지만, 의자가 거기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육소봉이 그를 보고는 물었다.
"잘못 앉은 적이 없나?"
"너는 내가 잘못 앉기를 바라는 건가?"
"나는 자네가 앉을 때마다 여인의 몸에 앉게 되기를 바란다네." "그런 경
험은 나보다 자네가 더 풍부할텐데."
"그런 경험이 나처럼 많이 있었다면, 아마 속지는 않았을텐데!" "누구에게
속았다는 거야?"
"벌써 상관비연을 잊은 건가?"
"나는 속지 않았다네. 내가 스스로 온 것이지."
육소봉이 놀라서 물었다.
"스스로 원해서 왔다고? 왜지?"
"요즈음 생활이 너무 평범했기 때문에 위험하고 흥미로운 일을 하려고 생
각했지!" "자네는 거짓말하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속은 것에 지나지 않을 거
야!" "그녀는 거짓말을 하는 소녀이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진실만을 말했네."
"그녀가 벌써 이 일을 자네에게 알려주었나?"
화만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녀는 자네 같은 사람에게 부탁하는 좋은 방법은 바로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나 보군." "아마 그렇겠지."
"그녀의 목적은 자네를 오게 하는 것이었고, 자네가 왔으니 그녀는 목적
을 달성한 것이군." "자네는 나를 화나게 하려는 마음이 있나?"
"자네는 화가 나지 않나?"
"내가 왜 화가 나나? 그들은 마차로 나를 맞으러 왔고, 귀한 손님처럼 나
를 대해 주는데. 이곳의 바람은 부드럽고 날씨는 따뜻하여 정원에는 아름다
운 꽃들이 만발해 있네, 더군다나 자네까지 왔고. 내가 정말로 그녀에게 속
았다 해도 원망할 것이 없지 않은가." 육소봉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자네를 화나게 하는 일은 정말 쉽지가 않아."
화만루가 갑자기 물었다.
"자네는 정말로 서문취설을 찾아갈 생각인가?"
"응!"
"자네는 그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손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나?" "나도 세
상의 어떤 일보다 그를 움직이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아. 그러나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이지." "그런 다음에는?"
"지금 나는 다른 것은 생각해 보지 못했어. 바깥에 나가서 걸어다니면서
구경할 생각뿐이네." "무엇을 찾으려는 건가?"
"아마 내가 가장 보고 싶은 것은 상관비연이야."
화만루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웃음 속에는 약간의 걱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자네는 그녀를 찾지 못할 것이네!"
"왜?"
"내가 여기에 오고 난 후 다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거든. 여기를
떠난 것 같아." 육소봉은 걱정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화만루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여자 같아."
방 안은 어두워졌고, 화만루 혼자 거기에 앉아 있었다. 아주 즐겁고 평안
해 보였다.
그는 언제나 즐겁고 만족해 있다. 어떤 장소에 있든지 그는 다른 사람들
이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는 이곳의 춘삼월의 황혼을 즐기고 있다.
갑자기 그는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사람들은 벌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는
데, 독고방과 소추우 그 두 사람이었다.
독고방의 걸음이 하도 빨라서 걸음소리는 한 사람이 걷는 것 같았다. 화
만루는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은 앉으시지요. 여기에 아직 몇 개의 의자가 더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그들이 온 까닭도 묻지 않았고, 그들이 누구인지도 묻지 않
았다. 누가 방안에 들어오든지 그는 똑같이 환영하고 자기가 가진 기쁨을
이 사람들과 나눌 것이다.
독고방은 얼굴이 굳어지며 쌀쌀맞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우리가 두 사람인 것을 알았어요? 당신 정말로 장님 입니
까?" 그는 사람들이 자기의 발자국소리를 절대로 들을 수 없다고 여기는 사
람이었다. 그는 자기의 경공에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그는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다.
화만루는 여전히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때로는 나 자신도 내가 정말 장님인지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눈이 있
더라도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말로 장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추우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종류의 사람도 정말로 장님이라는 것을 당신은 잊었군요." "어떤 종류
의 사람인가요?"
"죽은 사람이지요."
"당신은 죽은 사람들이 진짜 장님이라는 걸 어떻게 아나요? 아마 죽은 사
람도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우리들은 모두 아직 죽지 않았으니, 죽
은 사람이 느끼는 것을 어떻게 알겠어요?" 독고방이 말했다.
"아마 당신은 아주 빨리 알게 될 것입니다!"
소추우는 여유있게 말했다.
"우리들은 당신을 알지는 못하지만 당신에게 원한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
금 이렇게 당신을 죽이러 왔습니다!" 화만루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고, 즐겁
지 않은 표정도 아니었다. 여전히 그는 미소 지으며 가만히 말했다.
"사실은 나도 일찍부터 두 분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독고방이 말했다.
"당신은 우리들이 당신을 죽이러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육
소봉은 바보는 아닙니다. 그러나 때때로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많
습니다. 그는 허풍선이입니다." 독고방이 비웃었다.
"누구라도 자기가 장님보다 못하다고 여겨지길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두 분같이 고수이신 분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두
분은 당연히 나를 찾아오셔서 이 장님과 한 번 겨루어 보려 하실 테지요!"
그의 기분은 여전히 평안한 것같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강호의 호걸들이 참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말투이지요!" 독고방이 말했
다.
"당신은요?"
"나는 호걸이 아닙니다. 단지 장님일 뿐입니다."
독고방은 웃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경이로운 표정이 서려 있었다.
이 장님은 정말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소추우가 말했다.
"당신은 우리들이 올 것을 알고 여기서 우리를 기다렸나요?" "장님이 어
떻게 여기에 올 수 있겠습니까?"
독고방이 갑자기 무섭게 소리쳤다.
"죽어라!"
그는 손을 뻗어 번쩍이는 창으로 독사처럼 화만루의 목을 향해 찔렀다.
장을 끊는 검도 공격을 시작했다.
그의 손은 아주 느려서 바람소리가 나지 않았다. 장님은 볼 수가 없으나
칼이 다가올 때 내는 바람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이 칼은 어떤 소리도 내지 않으니, 정말로 장님의 장을 끊어 놓을 수 있
는 칼인 것이다.
하물며 독사같이 날렵한 창이 앞에서 공격을 하고 있음에랴. 설사 창이
맞추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칼은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추우의 생각은 틀렸다.
이 장님은 귀를 이용해서 들을 뿐만 아니라, 아주 신기하고 신비한 감각
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치명적인 것은 창이 아니라 칼인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
다.
그는 볼 수는 없었지만, 이 칼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칼을
찌르지를 못했다. 그가 갑자기 몸을 돌려서 창이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
갈 때 그의 손은 탁, 소리를 내며 칼 끝을 잡아버린 것이다.
뚝, 뚝 소리가 나면서 한 자루의 잘 다듬어진 칼은 세 조각으로 끊어져
버렸다. 다른 사람의 장을 끊지도 못하고, 칼은 끊어져 버린 것이다.
가장 긴 조각이 아직 화만루의 손에 잡혀 있었는데, 그는 손을 돌리자 창
이 칼 끝을 감아버렸다.
화만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소선생에게 죄를 지을 생각은 없었는데요. 소선생의 그 칼은 장님
에겐 좀 잔인한 것이 아니었나요. 나는 소선생이 칼을 휘두를 때는 다른 사
람에게 도망갈 길을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꽃밭의 꽃나무는 열매가 아주 많은데, 지금은 많은 꽃가지들이 꺾여있었
다.
육소봉은 이제서야 단봉공주가 가지고 왔던 그 꽃들이 어디서 나온 것인
지를 알 수가 있었다.
이때 그는 어떤 어린 소녀를 발견하였다. 그 소녀는 상관설아였다.
상관설아는 꽃밭에 서 있었다. 옅은 석양이 그녀의 비단같이 매끄러운 머
리칼을 비쳐주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얌전해 보여서 어떤 거짓말도 할 것 같지가 않았다.
육소봉은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
"여보세요, 사촌 언니."
상관설아는 고개를 돌리고 그를 바라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여보세요, 사촌 동생."
육소봉이 말했다.
"안녕?"
"좋지가 않아요."
"왜 좋지 않아?"
"걱정이 있어요. 걱정이 아주 많아요."
육소봉은 그녀의 눈 속에 정말로 근심이 가득한 것을 느꼈다. 그녀의 웃
는 얼굴도 모두가 억지로 그러는 것 같았다.
"무슨 걱정이 있어?"
"나는 언니를 걱정하고 있어요."
"언니라면? 상관비연?"
상관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왜 그녀를 걱정하는데?"
"언니가 갑자기 사라졌거든요."
"언제 사라졌지?"
"화만루가 여기 오던 그날요. 우리가 당신을 찾아가던 그날요." "걱정이
되면, 왜 나가서 언니를 찾아보지 않는 거지?" "그녀가 여기서 우리들이 돌
아오기를 기다린다고 했기 때문이지요." "너는 그녀가 하는 말을 모두다 믿
니?"
"당연히 믿지요."
육소봉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녀가 나가지 않았다면, 왜 갑자기 보이지 않는 걸까?" "나도 잘 모르겠
어요. 그래서 지금 찾고 있는 중이에요." "여기 꽃밭에서 찾는다고?"
"네!"
"그녀가 만약 여기 꽃밭에 숨었다면, 며칠이나 숨어 있었다는 거냐?" "나
는 그녀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시체를 찾는 거예요." 육소봉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의 시체라고?"
"나는 그녀가 벌써 죽었다고 생각돼요. 시체는 여기 꽃밭에 묻혀 있을 거
예요!" "여기는 너희 집인데 누가 그녀를 죽인다는 거지?"
"여기에는 우리 집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있어요." "
다른 어떤 사람들?"
"예를 들어 당신의 친구인 화만루 같은 사람이죠."
"너는 화만루가 그녀를 죽였을 거라 생각하는 거니?" "어째서 아니죠? 누
구나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늙은 할아버지 왕도 가능한 일이지요!" "늙은
할아버지 왕이 그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왜 그랬을까?" "나도 왜 그런
지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찾고 있는 것이지요!" 육소봉은 한숨을 가볍게 쉬
고는 말했다.
"너는 생각하는 것이 너무 많아. 겨우 열두 살짜리 소녀가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어!" 상관설아는 오랫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물었다.
"내가 열두 살이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너의 사촌언니가 말해 주었지."
"당신은 그녀의 말은 믿으면서, 내 말은 왜 믿지 않는 거죠?" "왜냐하
면....."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거짓말하게 생겼나요?"
육소봉은 웃었다.
"적어도 너는 절대로 스무 살 난 여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상관설아는 또
그를 오랫동안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들의 가장 큰 병은 자기가 총명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믿어야 될 것은 믿지 않고, 믿지 말아야 할 것은 오히려 믿고 그러죠."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그림자는 꽃밭 속으로 사라졌다.
어둠이 깔리고 있었고, 마지막 태양 빛도 이미 보이지 않았다. 대지에는
천천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이제는 아름다운 꽃들도 제 색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육소봉은 안개처럼 넓게 퍼진 저녁을 마주 대하고는, 이곳이 안개속인 것
처럼 느꼈다. 사람들도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저녁빛이 더욱 짙어지고, 방안에는 등불 하나 없다.
육소봉이 들어왔을 때 화만루는 여전히 창가에 앉아, 창 밖에서 불어 들
어오는 봄바람과 봄바람이 싣고 오는 향기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생명력을 느낄 수가 있다.
육소봉이 물었다.
"그들이 왔었나?"
"누가 왔었냐고?"
"독고방과 소추우."
"자네는 그들이 올 것을 알고 있었나?"
육소봉은 웃으며 말했다.
"유여한은 그런 일로 자네를 죽이러 올 사람이 아니지만, 저들은 자네를
죽이지도 못할 것인데." 화만루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는 모두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군."
"내가 알지 못했으면 왜 조금 전에 슬그머니 나갔겠나?" "자네는 그럼 일
부러 그들의 감정을 자극시켜 오게 하고는, 슬그머니 나가버려 그들이 나를
죽일 기회를 준 것인가?" 그는 한숨을 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 같은 친구는 정말로 찾기 힘들 거야."
"상관비연은 찾아보았나?"
"그녀의 동생도 그녀를 찾지 못했는데, 내가 어찌 찾을 수 있겠는가?" 화
만루의 온화한 얼굴에 일말의 근심이 서렸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소녀에
대해 그는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심상치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였다.
이런 감정이 사람의 마음에 생기면, 모래알 중의 진주처럼 어떠한 사람이
라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는 것이었다.
육소봉은 당연히 알아채고는 일부러 물었다.
"자네는 그녀의 동생을 본 적이 있나?"
"본 적 없네."
"자네의 운수는 아직은 괜찮은 것이네. 적어도 나의 운수보다는 좋은 거
야." "그녀의 동생은 트집을 잡아 소란을 피우는 아이인가?" "트집을 잡아
소란을 피울 뿐만 아니라 요물이야. 거짓말을 해서 죽은 사람이라도 속여넘
길 것이고, 의심병까지 들었어." "어린아이도 의심병이 생길 수 있나?"
"그녀의 의심하는 것은 할머니보다 더 심해. 그녀는 심지어 그녀의 언니
가 벌써 다른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자네와 대금붕왕을
살인마로 의심하고 있던걸." 그는 원래 화만루를 즐겁게 할 생각이어서, 자
기 자신이 크게 웃어 버렸다. 그러나 화만루는 조금도 즐거워하지 않는 모
양이었다.
육소봉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것이 익살맞지 않나?"
"익살맞지 않아."
"상관비연은 어린 소녀에 불과해, 기껏해야 거짓말이나 하는 열여덟, 아홉
의 소녀인데, 누군들 거짓말을 하지 않나? 다른 사람들이 왜 이런 소녀를
죽이겠는가? 그리고 누가 그런 악랄한 수단을 쓰겠는가?" 화만루는 오랫동
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는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네."
"뭘 바라는데?"
화만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들이 오늘 저녁에는 가짜 술을 사용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네."
화만루가 이 말을 하는 것이 이상했다. 그는 원래가 술 마시기를 즐기는 사
람이 아니었다.
육소봉은 갑자기 그의 웃는 얼굴이 신비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어떠한 사람이라도 이곳에 오기만 하면 모두가 즉시 약간은 신비로워지고
약간은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육소봉은 눈을 깜빡이며, 일부러 신비한 말투를 써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
다.
"나도 한 - 가지 바라는 것이 있어."
화만루가 즉시 물었다.
"어떤 걸 바라는데?"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그들이 오늘 저녁 우리를 청해서 우리가 먹는 것이 사람 고기로 만
든 찐빵이 아니고, 마시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현혹시키는 술이 아니기만을
바란다네!"
첫댓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 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